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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귀신' 뉴타운 조합…"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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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귀신' 뉴타운 조합…"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재개발, 길을 잃다‧⑥] 조합 해산에 따른 매몰비용은 누구 책임인가

서울시 뉴타운 및 재개발 조합의 해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의견 수렴 기한이 내년 1월 31일까지 1년 연장됐다. 이 기간 내에 주민 반대가 50%를 넘긴 조합은 해산할 수 있다. 2012년 시행된 뉴타운 출구전략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이 출구전략 역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재개발 지역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실제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짚어본다.

'시공사들은 사업비용을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서울 장위동에 사는 강명성 씨는 작년 8월께, 이러한 제목의 편지를 받았다. 조합에서 보낸 편지에는 '조합이 해산될 경우, 시공사는 대여원금 및 그에 대한 기간이자는 물론 시공사가 사업에 투입한 제반비용 등 손해 발생에 따른 배상을 청구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면서 '변호사 자문 결과, 그 손해배상 비용은 조합 해산동의서를 제출한 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선량한' 조합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매몰비용이 발생한다면 해산동의자에게 매몰비용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것.

해산동의서를 제출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주도해왔던 강 씨 입장에서는 가슴이 철렁한 내용이었다.

매몰비용이란 뉴타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출된 비용을 말한다. 뉴타운, 주택 재개발·재건축 때 추진위원회나 조합 설립, 각종 용역 등에 필요한 비용을 시공사(건설사)가 빌려주고 사업이 끝난 뒤에 정산한다. 시행사는 이 비용을 '대여금'으로 처리하고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 등 조합 임원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운다.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뉴타운 사업이 취소될 경우, 시행사는 매몰비용을 갚으라며 조합 임원 재산을 가압류하고 민사소송을 낸다.

ⓒ프레시안(허환주)

뉴타운 사업 해산된 시행사, 조합에 가압류 진행

강 씨가 사는 지역은 2006년 뉴타운 구역으로 지정됐다. 총 484세대의 아파트를 짓는다는 개발계획이 세워졌고 곧바로 조합이 설립됐다. 하지만 다른 뉴타운 지역과 비슷하게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해졌다.

뉴타운 사업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추가분담금 문제부터 저평가된 감정평가금액 등이 문제였다. 강 씨도 비대위 회원으로 가입했다.

뉴타운 구역 해제를 원할 경우, 조합원 50%에게 뉴타운 해제 동의서를 받으면 가능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곧바로 비대위에서 활동하는 이들과 함께 조합원 동의서를 받으러 동분서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추가분담금 문제 등을 적극 홍보하자 동의서가 차곡차곡 쌓였다.

그러자 다급해진 것은 조합이었다. 조합이 해산될 경우, 그간 자신들이 사용해왔던 사업추진비, 즉 매몰비용을 책임져야 했다.

매몰 비용의 경우, 조합 설립 이전 단계인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단계에서 사업이 중단된 경우에는 서울시 등 지방정부가 2013년부터 검증위원회를 통해 최대 70%를 보전한다. 하지만 조합이 설립된 경우는 시행사가 매몰비용을 포기할 경우, 정부는 법인세(22%)를 감면해주는 거 말고는 없다. 시행사가 조합임원을 대상으로 가압류를 거는 이유다.

어떻게든 조합 해산만은 막아야 했다. 강 씨를 비롯한 조합원들에게 '시공사들은 사업비용을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라는 편지를 보낸 이유다.

여기에다 한술 더 떠 홍보물까지 제작해 2013년 8월 조합이 해산된 인천부개2구역 사례를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인천부개2구역 시행사는 조합 해산 직후 사업추진비를 회수하고자 임원 6명 재산을 가압류했다. 그러자 그 임원들은 '아파트분양신청자' 89명의 재산 가압류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물론, 이러한 가압류 신청에 대해 2014년 5월, 인천지방법원은 조합 전 임원이 부담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조합원에게까지 매몰비용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였다.

급기야 강 씨 지역 조합장은 지난 8월, 건강상 이유로 조합장 자리를 사퇴했다. 그 뒤 자기 집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 비대위에서는 해산 될 경우, 인천부개2구역처럼 가압류 당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프레시안(허환주)

해산 동의서 내면, 가압류 걸릴까 불안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14년 1월 조합이 해산된 장위12구역에서도 시행사가 조합 임원 8명에게 매몰비용 30억여 원을 돌려달라고 가압류를 신청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조합 임원들은 조합 해산에 참여한 조합원 57명에게 가압류를 신청했다. 법원은 이전과 달리 이를 받아들였다.

이전과는 다른 결정이었다. 장위12구역 소식이 알려지자 해산동의서를 내야겠다고 결심했던 조합원들의 마음도 달라졌다. 자기가 해산 동의서를 낼 경우, 가압류에 걸릴까 불안해졌다.

결국, 꾸준히 늘어나던 조합 해산 동의서는 50% 문턱에서 2%를 남겨놓고 뚝 끊겼다. 아무리 독려해도 더는 모이지 않았다. 되레 한둘 씩 동의서 철회 요청서가 날라 오기 시작했다.

강 씨는 "장위12구역의 매몰비용 가압류 관련 재판이 5월에 있다"며 "여기서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우리 지역이 뉴타운 지역에서 해산되느냐 아니냐가 결정될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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