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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 동네, '아메바' 주민들…대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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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 동네, '아메바' 주민들…대체 무슨 일이?

[재개발, 길을 잃다‧⑤] 조합-비대위,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

서울시 뉴타운 및 재개발 조합의 해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의견 수렴 기한이 내년 1월 31일까지 1년 연장됐다. 이 기간 내에 주민 반대가 50%를 넘긴 조합은 해산할 수 있다. 2012년 시행된 뉴타운 출구전략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이 출구전략 역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재개발 지역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실제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짚어본다.
이주홍 씨는 대학교수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작은 주차장이 있다. 평당 시가가 3000만 원 정도 한다. 이것을 물려받느라 상속세로 7억 원을 냈다. 소위 말하는 우리 사회 중산층이다. 그런 그가 2011년부터 이 주차장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이 씨가 소유한 주차장은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에 있다. 이 지역은 2006년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됐고 이후 2008년 아파트를 짓는다는 사업계획안과 함께 조합이 설립됐다. 지역 주민 75%가 이를 찬성했다.

당시만 해도 이 씨 주차장은 뉴타운 지역으로 편입되지 않았다. 자연히 이 씨에게 뉴타운은 '남의 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마 뒤, 문제가 생겼다. 조합 설립 바로 다음해인 2009년,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것. 아파트만 지어서는 이익이 남지 않는 상황이 됐다.

사업은 지지부진해졌다. 결국, 2011년 조합에서는 아파트 대신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것을 주요골자로 하는 사업변경 계획안을 발표했다.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경우, 용적률이 늘어나 건물 높이를 더 높게 지을 수 있다. 자연히 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조합 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프레시안(허환주)

주상복합아파트 계획안이 떨어지면서 뉴타운 사업 구역도 확장됐다. 인근에 있던 상가 등이 편입됐다. 이주원 씨 주차장도 이때 뉴타운 구역에 포함됐다.

이 씨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평당 시가 3000만 원이었던 주차장이 고작 1500만 원이라는 감정평가를 받았다. 하루아침에 재산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과 뉴타운 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복마전'이 된 동네

이때부터 지난한 싸움이 시작됐다. 동네가 '복마전(伏魔殿)'이 됐다. 조합원을 얼마나 조직하느냐를 두고 조합과 비대위 간 싸움이 벌어졌다.

비대위는 변경한 사업계획안 관련, 조합이 조합원에게 동의서 받는 것을 막아야 했다. 사업변경안은 조합원 75% 이상 동의가 있어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조합에 조합원 주소와 연락처를 요구했다. 사업변경안 관련, 동의서를 내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주소 등이 필요했다. 하지만 막상 받은 조합원 주소‧연락처는 부실했다. 조합원 실주소지가 아닌 소유 주소지, 즉 동소문동 주소를 명시한 것. 전화번호도 생색내기 식으로 몇 명만 올려놓았다. 248명 조합원 중 원주민과 투기 목적의 외부세력은 각각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외부세력 연락처와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일일이 발품을 팔 수밖에 없었다.

수소문 끝에 전화번호‧집주소를 알아낸 뒤부터는 집요하게 조합원들에게 우편과 문자를 보냈다. 지속해서 '존경하는 조합원님'이라는 제목으로 뉴타운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이유를 담은 안내문을 집으로 부쳤다. 뿐만 아니라 뉴타운 사업 관련 문제점 등을 다룬 뉴스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문자로 뿌렸다.

조합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조합원 동의서를 받아내기 열심히 돌아다녔다. 조합장은 75%가 되기까지 "5표만 남았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했다. 하지만 비대위의 여론전으로 동의서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비대위에서 지속해서 여론전을 펼치면서 찬성이었던 조합원들이 반대로 돌아섰다.

게다가 서울시에서 추진한 실태조사에서 동소문동 구역 비례율은 98.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 이하로 비례율이 정해졌다는 건, 한마디로 '후려친' 평가액보다도 낮은 금액을 보상받는다는 의미다. 개발이익금 상승을 위해 사업계획을 변경했음에도 이러한 비례율이 나왔으니 조합원 동의서를 받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프레시안(허환주)

'아메바' 조합원, 꼼수로 조합원 늘리는 조합

하지만 조합에서는 사업 포기가 어려웠다. 이미 사업추진비로 40여억 원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꼼수'를 부렸다. 조합원 총수를 늘려 75%를 넘기는 방식을 취했다.

기존에는 건물, 즉 집과 그 집의 땅을 합쳐 한 명만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하지만 이를 둘로 나눠, 땅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조합원 한 명, 집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조합원 한 명. 이렇게 총 2명의 조합원을 등록시켰다. 1명의 조합원이 늘어난 셈이 됐다. 조합은 뉴타운 사업에 찬성하는 이들에게 이런 방식을 적극 추천했다.

그런 사실을 뒤늦게 안 이 씨 등 비대위도 똑같은 방식을 진행했다. 75%를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자구책이었다. 이런 식으로 조합-비대위가 조합원 늘리기에 주력하다 보니 애초 248명이었던 조합원수는 현재 330여 명으로 늘어났다. 비대위는 조합 해산을 위한 동의서를 전체 조합원의 43%까지 받았으나 전체 조합원수가 증가하면서 39%까지 하락했다.

ⓒ프레시안(허환주)

마주 보고 달리는 두 기차

조합도, 비대위도 서로 지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 씨는 조합원에게 보내는 문자를 올해 들어서는 이틀에 한번 꼴로 보낸다. 교수이기에 연구도 해야 하고 강의도 해야 한다. 뉴타운 사업에 발목 잡혀 지난 5년 동안 교수일과 비대위 일을 동시에 하다보니 지쳤다.

조합도 마찬가지였다. 지지부진한 사업으로 조합운영비도 줄였다. 한 달 1500만 원이었던 조합운영비는 1200만 원→ 1000만 원→ 800만 원으로 떨어지더니 지금은 500만 원만 받는다.

지난 2월 25일에는 조합 감사가 조합이 지난 1년간 1억800만 원을 사용했으나 사업변경동의서를 두 표밖에 추가하지 못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자중지란'인 셈이다.

동소문동 주민인 김진규 씨는 "외부 투자자들은 재개발만 되면 팔고 나가겠다는 생각만 있고, 은행이자에 허덕이는 이들은 빨리 재개발이 되어야 한다고 재촉한다"며 "재개발을 통해 이권을 찾고자 하는 이들은 지속해서 재개발 추진을 위해 조합 변경동의서 75%를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런 상황에서 뉴타운 사업 반대 동의서를 50% 이상 받는다는 게 쉽지 않다"며 "물론, 사업계획 변경동의서를 75% 이상 받는다는 것 역시 어렵다는 것은 조합도 스스로 느끼고 있다"며 마주보고 양 기차가 달리는 형국이라고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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