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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아이들을 또 세월호에 태우려 하나

[주간 프레시안 뷰] 자산가격 상승, 회복 아닌 위험 징후

속절없이 1년이 흘렀습니다. 한 달 이상 침묵을 지키던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국가대개조"를 약속한 후, 계절이 네 번이나 바뀌었죠. 그 동안 그는 "국가대개조"를 "국가혁신"으로, 그리고 다시 "국가혁신"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바꿔치기 했습니다. 그의 "국가혁신"이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세운다)라는 시장만능론입니다. 규제완화와 이른바 "구조개혁"을 밀어 붙여서 "3년 개혁으로30년의 도약발판을 만들겠다"(2015년 2월 22일 수석비서관회의)는 겁니다. 최경환 부총리는 부채주도/토건주도 성장을 앞서서 실천하는 중입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경제성장만이 정통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3.9%에서 3.1%로

한은이 4월 9일 경제성장 전망치를 3.4%(1월 전망)에서 석달만에 3.1%로 끌어내렸습니다.
(한은 발표 원문을 보고 싶으신 분은 다음 링크를 참조하십시오.

아래 표를 보시죠.

<표1> 한은 2015년 경제전망
<출처> 한국은행, 2015년 경제전망(수정), p7

표 안에 있는 <> 속의 1월의 전망치와 비교하면 한은은 이번에 민간소비를 0.3%p, 설비투자와 지식재생산물투자도 각각 0.6%p와 0.9%p 끌어내렸습니다. 총수요의 양대 항목인 소비와 투자가 모두 여의치 않다고 보는 겁니다(수출입은 모두 0.4%-0.5%p 낮춰 잡았는데 대외 부문은 수지흑자(적자)만 국민계정 통계에 잡히니까 이 부분은 성장률에는 별 영향이 없습니다).

한은이 2014년 10월에 금년 3.9%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비교하면 3개월만에 0.5%p를 낮추고 또 다시 3개월 만에 1%p 가까이 성장률을 끌어내린 겁니다. 기본적으로 한은의 통계에 기대서 전망을 하는 정부도 작년 말에 3.8% 성장할 거라고 예상했었죠.
(작년 12월 마지막 <프레시안 뷰> 참조. 바로 가기 : 한국경제, 여전한 수렁 속의 도저(到底)한 낙관)

이제 조합원들께는 그리 대수로운 얘기가 아닐 겁니다. 한은의 연립방정식의 계수가 잘못 되었거나 희망을 섞은 과장 때문에 계속 전망이 틀리는 것이고, 특히 소비에 대한 과도한 낙관이 문제라고 여러 번 말씀 드렸으니까요. 현재 소비증가 전망치 2.3%도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은이 성장률을 더 끌어내릴 가능성은 여전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4일 한국의 2015년 경제성장률을 3.3%로 끌어내렸습니다. 지난 2월 전망치 3.7%에서 불과 두 달 만에 0.4%p를 낮춘 거죠. 국제통화기금은 "한국의 가계와 기업의 기대심리가 떨어지면서 성장 동력이 다소 약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역시 내수가 문제라는 얘깁니다. 현재의 침체가 과거와 같은 경기 순환 상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뭔가 구조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얘기죠. 하지만 국내외 자산시장은 소득의 이런 커다란 문제에 눈을 감고 있는 듯합니다.

주식과 부동산 버블

이번 주 각 언론의 경제란은 코스피지수가 3년8개월 만에 2100선을 돌파했다는 소식으로 떠들썩했습니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61% 오른 2111.72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2011년 8월 2일에 2100선을 넘었으니까 약 3년8개월 만의 일이죠. 이 지수는 3월 16일까지만 해도 2000선에 진입하지 못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100포인트 이상 급등한 겁니다. 투자자들과 증시 분석가들은 2011년 5월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 2228을 갱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죠.

자산가격의 급등은 한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미국 주가는 주기 상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최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15년 만에 장중 2만선을 돌파했습니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 역시 7년 만에 주가가 4000선을 넘었죠.

한 마디로 미국, EU, 일본 등의 각종 비전통적 양적완화 정책으로 돈(유동성)이 전 세계에 넘쳐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와 같은 대규모 정책(지난 주 <프레시안 뷰> 참조. ☞바로 가기: '장기 침체' 진입, 언제까지 '뻔한 처방'?)과 금융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로 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한편 선진국에서 풀린 돈은(주로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죠) 경제실적이 괜찮아 보이는 신흥경제 지역으로 몰려가고 있는데 물론 한국도 그런 나라 중 하납니다.

금융감독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달 국내 상장주식 2조956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작년 7월(3조5810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최근에도 6거래일 연속 '사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이들 자금이 얼마나 계속 들어오느냐가 관건이겠죠. 물론 여기에 국내 기업 및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그리고 개인의 여윳돈도 몰려들고 있습니다. 증시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부터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경제성장률을 웃돌고 있죠(아래 <그림1> 참조).



최경환 부총리가 경기회복의 증거로 제시하고 있는 "자산시장의 정상화"가 일어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이런 '버블'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9일 "선진국들의 초저금리 정책이 시장의 위험 투자를 부추겨 자산에 거품 리스크를 늘렸다"고 말했습니다. 국제기구의 수장이 내놓고 거품의 위험을 경고하는 건 2008년 위기 이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습니다.

문제는 하반기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예정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인상하면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자산 부족으로 과다 평가된 시장과 신흥국의 충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죠.

저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한국의 금융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지극히 변덕스러운 곳입니다. 자산가격의 상승에 목을 매는 정부가 가계 부채비율을 한껏 높여 놓은 상태에서, 외부충격이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나 가계 대출 상환 문제와 겹치면 나선형의 패닉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보았듯이 한국경제는 중장기적으로 계속 침체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내로라하는 세계적 학자들이 이른바 "지속적 침체"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죠. 지난 주에는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었던 버냉키의 논평, 그리고 크루그먼의 반비판이 화제였습니다.

(버냉키의 글은 다음 링크 참조: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지속적 침체"란 저축과 투자를 일치시키려면 실질이자율이 마이너스가 되어야 하는 상황을 뜻합니다. 도대체 왜 지속적인 과잉저축 현상이 일어나느냐, 이를 헤쳐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거죠. 이번엔 버냉키가 금융정책은 여전히 효과가 있으며(무엇보다도 자신이 실행했던 정책이니까요), 과잉저축은 중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자신의 옛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반면 크루그먼이나 서머스는 재정적자를 늘려서라도 인프라에 대한 공공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1970년대의 통화주의 대 케인즈주의의 대립을 재현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어떤 주장을 하든 세계경제가 단기적으로 빠져 나오기 힘든 침체에 빠져 있다는 진단에는 동의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넘쳐 나는 돈 때문에 생긴 자산가격 상승이라면 경기회복의 징후가 아니라 위험의 징후로 진단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프레시안 뷰>를 보는 조합원이라면 단기적인 투기이익에 자신과 아이들의 미래를 걸지는 않으시겠죠?

자신의 정통성을 경제성장에서 찾으려는 박근혜 대통령은, 완전히 잘못된 정책기조를 밀어 붙인 결과 머지않아 '레임덕'을 넘어 '페킹덕'(중국 북경의 구운 오리고기) 신세가 될 게 틀림없습니다. 이런 정부와 운명을 같이 한다는 건, 우리 아이들을 다시 한 번 세월호에 태우는 일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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