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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을 타도할 수 있나?…남북은 숙명적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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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을 타도할 수 있나?…남북은 숙명적 동반자"

노 대통령 "북이 갑작스럽게 붕괴할 가능성 있나?"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가 북을 타도할 수 있냐? 승리할 대상이냐?"며 "밉거나 곱거나 같이 갈 수밖에 없는 동반자 관계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인식 하에서 노 대통령은 흡수통일 가능성을 부인했고, NLL에 대해서는 "남북 간에 합의한 (군사) 분계선이 아니라는 것을 (남측이)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북경제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투자일 뿐이지 (일방적) 통일비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11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출입기자들과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을 정리하는 간담회를 갖고, 이번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에 대해 "(차기 정부를 포함해) 누구든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하며 이같이 말했다.

"갑작스레 붕괴할 가능성은 없다"

이날 노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국정상황을 소상히 꿰뚫고 있고 체제에 대한 분명한 소신과 자신감을 갖고 있더라"면서 "의사 표현이 분명해 '진짜 권력자답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또한 노 대통령은 북한 체제에 대해서도 "제 3세계 일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에서 1000달러 사이에 있는 보통 국가들의 모습과 평양의 모습은 많이 달랐다"면서 "지식, 기술, 열정, 자세, 의욕 등 국민적 역량의 수준이 상당해서 발전전략을 잘 채택하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 대통령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데 북이 갑작스럽게 붕괴할 가능성이 있느냐? 이미 고난의 행군시대는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자문자답하며 "만만치 않은 나라다. 여간해서 쓰러지거나 굴복하지도 않겠구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외에 다른 지도층들의 경직성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지는 그런 점이 있었다"고 말해 유일지도체제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 "6자회담 진전에 대한 긍정적 덕담을 나누던 중 핵 이야기가 나왔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우리는 핵무기를 가질 의사가 없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 6자회담을 꼭 성공시킬 것이다'고 말했다"면서 "이건 명확하다"고 단언했다.

비핵화 문제는 비가역적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인 것. 하지만 노 대통령은 "북측은 북핵문제에 한국이 끼는 것에 심정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더라"고 전하기도 했고 "논리적으로는 핵문제 풀고, 핵문제 풀리면 평화가 있고, 평화가 있어야 경제 협력이 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참 어려워 진다. 역순도 중요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이 문제가 만만치 않음을 분명히 했다.

"종전선언 먼저하고 평화협정 협상에 들어가는게 맞지 않겠나"

노 대통령은 종전선언, 평화체제 협상 개시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내가 설명을 하니까 김 국방위원장이 '나도 관심이 있다', '추진해 보자'고 답해 간단하게 끝났다"고 전하면서도 "지금 (평화협정) 협상에 바로 들어가기는 조금 빠른 것 같고 (종전) 선언을 먼저하고 (평화협정) 협상에 들어가는 게 맞지 않겠냐, 그렇게 얘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전협정을 법적으로 대치하는 것은 평화협정인데, 종전선언은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 가는 중간에 걸친 절차"라며 "평화협정의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종전선언이 있을 수 있다는 그런 의미"라고 부연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내 임기 동안에 (종전) 선언이 가능할지, '버거운 일이다'고 생각하지만 임기 안에 못해도 그 동안에 해놓은 것을 국제적으로도, 남북간에도 굳히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내 희망은 (종전 선언을) 임기 안에 하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6자 회담의 진전과 이행의 진전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아주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밖에 이번 합의문에 포함돼 해석이 분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 문구에 대해서 노 대통령은 "사실 나도 뚜렷한 별 의미를 모르고 있다"면서 "중국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으니 만큼 4자로 확정된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누구도 이행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정상회담 이후 지지율 상승에 대해 "제법 높은 수준에서 제 임기를 마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 본다"고 기대를 표한 노 대통령은 같은 이유로 합의사항의 차기 정부 이행, 국내 여론의 수용여부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표했다.

노 대통령은 "합의사항 이행여부는 차기 정부의 선택이지만 국민의 의지를 거역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하며 "속도, 폭과 깊이는 역사발전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누구도 이행을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이번)정상회담을 하기도 어려운 일 아니겠냐"고 자신했다.

대북지원 비용논란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적어도 이번 합의 결과는 감당할 능력 문제로 걱정할 수준은 전혀 아니다"면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이라면 '많다 적다' 하는 것 보다 '할 일은 하는 것'이 근본적 전제"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내년 남북협력기금이 1조 3000억 원인데 세수의 1%도 안 되는데, 1%도 무리한 부담이 아니다"고 대북지원 확대를 시사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수십 조 원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과장됐거나 문제를 호도하는 것"이라면서도 "기업 투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결과"라고 말했다. 일방적 지원이 아닌 투자가 확대되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의 바로미터라는 이야기다.

그는 "베트남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고 북측에 투자하는 것은 통일비용이냐"며 "통일비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NLL과 휴전선은 다르다는 사실 인정해야"

이날 노 대통령은 NLL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 언급을 내놓았다. 노 대통령은 "우리한테 유리하든 불리하든 객관적 사실은 인정해야 된다. 이것이 남북 간에 합의한 분계선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이 사실을 전제로 해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학계는 물론 정부부처에서도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노 대통령이 이 정도로 구체적으로 말한 것은 이 날 이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5당 원내대표·대표와 오찬간담회 자리에서도 그 선이 처음에는 우리 군대(해군)의 작전 금지선이었다"며 "이것을 오늘에 와서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 데 이렇게 되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휴전선은 쌍방이 합의한 선인데 이것은 쌍방이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며 이같이 말했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일부 인사들이나 언론은 NLL을 영토라고 주장하는데 우리 헌법상 영토는 한반도 전체와 부속도서"라면서 "영토선 안에 또 영토선을 긋는 것은 모순적이다"고 부연했다.

오히려 헌법상 한반도 전체 영토조항 고수를 강조하고 있는 보수진영의 입장은 'NLL은 실질적 영토선'이라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 공식 수행원으로 참석했던 김장수 국방장관 도 'NLL은 실질적인 군사분계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뜨거운 감자인 NLL에 대해 남북 정상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라는 신개념으로 우회해 나갔지만 결국 '고수해야 할 실질적 분계선이냐. 남북협의로 수정이 가능하냐' 여부를 두고 남남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과 오찬 자리에서는 "이 문제는 '남북기본합의서'에 근거해서 대응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기본입장"이라고 말했고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는 "많이 다퉈서 우리가 유리할 문제가 아니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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