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나는 너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지의 별빛과
제국 빌딩의 녹슨 첨탑과
꽃눈 그렁그렁한 목련 가지를
창밖으로 내민 손가락이 번갈아가며 어루만지던 봄날에
나는 너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손가락이 손가락 외에는 아무것도 어루만지지 않던 봄날에
너의 소식은 4월에 왔다
너의 소식은 1월과 3월 사이의 침묵을 물수제비뜨며 왔다
너의 소식은 4월에 마지막으로 왔다
5월에도 나는 너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6월에는 천사가 위로차 내 방을 방문했다가
"내 차라리 악마가 되고 말지" 하고 고개를 흔들며 떠났다
심리 상담사가"오늘은 어때요?"물으면 나는 양미간을 찌푸렸고
그러면 그녀는 아주 무서운 문장들을 노트위에 적었다
나는 너의 소식을......
물론 7월에도......
너의 소식은 4월에 왔다
너의 소식은 4월에 마지막으로 왔다
8월에는 어깻죽지에서 날개가 돋았고
9월에는 그것이 상수리나무만큼 커져서 밤에 나는 그 아래서 잠들곤 했다
10월에 나는 옥상에서 뛰어 날아올랐고
11월에는 화성과 목성을 거쳐 토성에 도착했다
우주의 툇마루에 쭈그리고 앉아 저 멀리 지구를 바라보니
내가 가지런히 벗어놓은 신발이 늙은 개처럼 엎드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2월에 나는 돌아왔다
그때 나는 달력에 없는 뜨거운 겨울을 데리고 돌아왔다
너의 소식은 4월에 왔다
4월은 그해의 마지막 달이었고 다음 해의 첫번째 달이었다
나는 너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
[세월호, 연장전]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이, 이런 식으로 세월호 참사를 덮고, 잊고 넘어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에게 세월호는 무엇이었냐는 질문으로,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창작과 기억의 도구로 사용하는 각종 연장들은 어떠해야 하느냐는 물음으로, 11월 15일(토) 오후 1시 광화문 세월호 광장으로 모이기로 했습니다. 304개의 빈 의자와 책상이 놓일 것입니다. 우리 시대는 무엇을 잃어버렸고, 잃어가고 있는지 함께 해주시기를 희망합니다.
■ <세월호, 연장전> 문화예술인 선언 소셜펀치 페이지(바로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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