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창 제주지검장 "음란? 황당하고 어이없는 봉변"

"신분이 조사에 방해가 된다면 물러나겠다…당장 사의 표명한 건 아냐"

공공장소에서 음란 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풀려난 김수창 제주지방검찰청장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일체 부인하면서도 "검사장이라는 신분이 조사에 방해가 된다면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김 지검장은 17일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을 찾아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검사장으로서 제 신분이 조금이라도 방해가 된다면 검사장의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자청하고 인사권자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검장은 지난 13일 오전 1시경 제주시 중앙로의 한 골목길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음란 행위를 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현장 출동한 경찰에 공연 음란 혐의로 체포됐다. 김 지검장은 체포 당시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동생 행세를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관련 기사 : "음란 혐의 제주지검장, '동생 행세' 들통")

김 지검장은 다만 대검찰청에 사의를 밝혔다는 한 매체의 보도와 관련해 "당장 사의를 표명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황당하고 어이없는 봉변"이라며 부인했다. 그는 "저와 제 가족은 죽음과도 같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평생 한이 될 억울함을 풀기 위해 하루빨리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김 지검장은 한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관사 근처에 산책하러 나갔는데 갑자기 경찰이 차를 세웠다. 신고자들이 (음란 행위를 한 사람과) '얼굴은 확실치 않지만 옷차림이 비슷한 것 같다'고 말을 해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이라며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고 음란 행위를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지검장은 그러나 신분을 속인 건 후회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검장은 지문 조회 결과 신원이 지문과 다르게 나오고서야 사실을 실토했다. 결국 그는 제주동부경찰서에 정식 입건돼 10시간 동안 유치장 신세를 진 뒤 오전에 풀려났다.

그는 체포 당시 동생 행세를 한 이유에 대해 "검사장이라는 신분이 약점이 될 것을 우려했다"며 "죄가 없기 때문에 하루 이틀 해명하면 조용히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조직에 누가 될 것을 염려해 신분을 감춘 것이 상상도 못 할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대검 관계자는 김 지검장이 실제 음란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 "현재까지 확보된 CCTV 등만으로는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수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감찰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