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불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가 16일 오후 5시, 긴급 회동 통해 최종 담판을 시도하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청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처리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조속히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김한길 공동대표는 "김무성 대표와 전화 통화를 했다. 양당 대표가 만나서 세월호특별법을 처리(합의)할 것을 제안했다. 오늘 오후 중으로 양당 대표가 만나 세월호 특별법 관련 결론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박대출 대변인을 통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양당 지도부 회동을 하기로 했다"고 화답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와 실무자, 새정치연합에서는 안철수 공동대표, 박영선 원내대표와 실무자가 참여한다.
여야 지도부는 앞서 이날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키기로 한 합의서에 사인을 했었다. 관련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원회) 등은 이미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자체적으로 '4.16특별법'을 기안, 현재 국회에 입법 청원 형식으로 제출한 상태다.
현재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이른바 '4+4태스크포스'를 가동, 법안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가족위원회의 특별법과 별도로 약 30명의 세월호특별법준비위원회를 가동시켜 110 페이지에 달하는 법안을 제시한 상태다. 반면 새누리당은 김학용 의원 대표 발의안 등 개별 의원 발의 형식으로 안을 만들어 제출했다.
여야간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위원회 의결 방식, 둘째, 위원회 수사권 부여 여부다. 새누리당은 위원회 구성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의결할 수 있는 '가중 정족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새정치연합은 '과반 정족수'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일반적 자료 제출권만 보장하고 수사가 필요한 부분은 상설특검제 등을 활용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조사관들에게 검사의 권한이나 특별사법경찰관의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가족대책위와 대한변협 등이 마련한 특별법은 독립된 진상조사위에 검사의 권한 및 공소권까지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김한길 공동대표는 "지금 살아남은 세월호 아이들이 국회로 걸어오고 있다. 어른이 제 몫을 못하니 아이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친구들의 이름표를 달고 밤새 비까지 맞으며 이 곳으로 걸어오고 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보다 책임감 있는 제 1야당 대표로서 자괴감이 든다"며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두려워하며 성역없는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공동대표는 "(여야 합의에 따라 원래) 오늘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지난주에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동의했던 사안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국민의 명령이며 국회의 의무다"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집권 세력은 국민들께,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큰 죄를 짓고 있다. (6월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에 진실을 위해, 세월호 특별법을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우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분명히 말한다. 더 이상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수사권도 부여하지 않고, 가중 정족수를 도입하자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특별법 제정을 하지 말자는 주장과 같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수사권 부여는)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여서 대단히 신중히 하고 있다"며 "여야 간에, 유족과의 여러 가지 견해차가 있어 (특별법) 처리가 대단히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여야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김 공동대표의 회담 제의를 전격 수용,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직에 당선된 지 이틀만에 김 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철도노조의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 당시 청와대를 설득, 코레일과 철도노조 간 합의점을 도출해낸 적이 있다.
"특별법 여야 합의 안되면, 대통령 면담 신청할 것"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는 각계 각층에서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유가족들은 국회 본청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2열로 도열, 본청 건물을 드나드는 의원들에게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피켓에는 "특별위원회에 특검 수준의 독립적 수사, 기소권 보장", "유가족특별법에는 의사상자 지정, 특례 입학이 없습니다", "특별법, 두렵기는 한가 보네", "여야 파벌 싸움이 우리 아이들 두 번 죽인다"는 등의 문구가 담겨 있다. 정문 옆에는 수척한 모습의 유가족들이 3일 째 가부좌를 틀고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유가족들과 함께 '4.16특별법'을 마련, 국회에 제출했던 대한변협은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임시국회가 끝나가는 오늘까지도, 국회에서는 여·야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인터넷과 일부 언론에서는 피해자 단체가 보·배상금을 더 받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려고 한다는 등의 유언비어와 비방이 횡행하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이어 "4·16 참사 이후 대통령과 국회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엄벌, 국가 개조를 분명히 약속했다. 그러나 국회는 피해자 단체의 3자 협의체 제안 뿐만 아니라 참관까지도 거부함으로써 입법 청원안을 수용할 의지가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러한 행태는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학생들을 바라보기만 했던 해경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협은 "특별위원회는 독립된 국가위원회의 위상을 가져야 한다. 위원회가 정부나 국회 추천 인사들로만 이루어져서는 조사 내용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으므로, 국회와 피해자 단체가 추천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대등한 비율로 구성되어야 하고, 여·야 정당의 당리당략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정당 소속도 아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이어 "국회와 정부가 피해자 단체를 비롯한 전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치유하겠다는 마음으로 입법청원안을 중심으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춘 특별법을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가족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중으로 특별법의 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저희 가족들은 대통령 면담 추진 등 보다 강력한 행동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가족위원회는 "또한 예비 국회의원이라고 할 수 있는 15개 재보궐선거구에 출마할 후보자들에게 현재 특별법과 관련해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입장을 묻는 공식 질의서를 송부, 그 답변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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