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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에 빠진 세계…박근혜의 선택,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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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에 빠진 세계…박근혜의 선택, 걱정된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세계 대공황의 전개와 한국 자본주의

그동안 <인사이드 경제>는 GM이라는 '창'을 통해 세계 경제의 작동 방식을 파헤쳐왔다. 그런데 생각만큼 잘되진 못했다. 그 이유는 쉐보레 유럽 철수를 비롯한 '한국GM에 대한 비중 축소'라는 현안 문제가 겹치면서 <인사이드 경제>가 경제 작동 원리보다 자동차 산업 문제에 너무 집중했기 때문이다.

물론 글로벌 GM의 움직임, 그리고 한국GM에 대한 철수 의혹 등은 모두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와 직결된 문제이다. 하지만 GM을 비롯한 자동차 산업 구성원들만 경제의 주인공은 아니다. 그물망처럼 연결된 다른 부문을 함께 봐야 하고, 또한 그것들을 모아 전체적인 조망을 해볼 필요도 있다.

GM 문제에 정신없이 빠져들어 있는 동안,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 모두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인사이드 경제>는 다시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 경제 위기와 모순이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를 한번 개관해 보도록 한다.

위기관리 시스템이 위기에 빠지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함께 미국의 금융 위기라는 형태로 시작된 세계 대공황은 여전히 그 위력이 줄어들지 않은 채 세계 곳곳에 위기를 전파하고 있다. 대공황 자체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위기임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자본가들은 이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과 하층 민중에게 전가하며 체제 위기를 모면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잠시 동안 미국발 금융 위기는 극복된 것처럼 보이는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내 어느 한 대륙에서 벌어진 특정한 위기는 다른 지역에서 다른 형태로 터지는 식으로 지난 6년 동안 끊임없이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에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금융 위기, 유럽의 재정 위기, 신흥국의 환율 위기, 아프리카·중동 국가들에서 벌어진 재스민 혁명과 가난한 민중들의 저항…….

이번 위기 자체가 근본적인 만큼 공황 탈출 역시 자본주의 체제의 기존 운용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현재의 위기를 두고 주기적인 공황이 아니라 '대공황'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본주의 체제는 때때로 위기와 고비를 맞게 되지만, 그때마다 나름의 정책 수단을 활용해 위기를 탈출하곤 한다.

그러나 이번 대공황의 경우에는, 위기 탈출을 위한 정책 수단들이 나중에 다시 새로운 위기의 원인이 되는 근본적인 위기이다. 이를테면 위기 모면을 위해 대규모 정부 재정을 투입해 잠시 완화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재정 위기라는 형태로 더 격화된 위기를 맞게 된다.

사실 신자유주의 자체가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 자본주의 체제 위기를 겪으면서 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고안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공황은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드러내준 것이다. 위기 탈출은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오는, 그야말로 상시적인 위기의 시기가 온 것이다.

그렇기에 대공황 시기에는 세계 어느 나라건 속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위기를 피해갈 수가 없다. 위기를 잠시 극복하는 것조차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각국에서 벌어지는 계급투쟁의 중요한 주제가 되어 있다. 노동계급이 치를 것인가, 자본가들이 위기의 대가를 지불할 것인가?

따라서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당분간 대공황의 격랑 속에서 위기의 격화와 일시적인 완화가 겹치게 될 것이다.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과 하층 민중에게 성공적으로 전가하느냐 여부에 따라, 대공황의 전개 양상은 나라별로 일정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체제가 세계적으로 통합되어가는 양상이기는 하나 여전히 자본주의 발전 정도는 불균등하며, 동일한 모순이라 하더라도 나라별로 발현되는 정도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 한 대륙에서 발생한 위기는 다른 지역에서 다른 형태로 터지는 식으로 번지며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뒤흔들고 있다. 사진은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 시장 불안 문제가 불거진 1월, 한 시민이 외환은행 머니 뮤지엄에서 각국 화폐를 살피는 모습. ⓒ연합뉴스

선진 자본주의에서 위기의 작동 방식

선진 자본주의 국가라 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한번 살펴보자.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 위기가 시작되었을 때 미국 못지않게 유럽 역시 거의 동일한 경제적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를 시작으로 보험사와 투자은행 등 수많은 금융 기업들이 먼저 무너지기 시작했다.

금융 기업의 도산으로 돈이 돌지 않게 되며 소비가 위축되자 빅3(GM, 크라이슬러, 포드)를 비롯한 제조업의 파산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회사 도산·부도와 공장 폐쇄 및 정리해고가 곳곳에서 벌어지며 생산력의 대대적인 파괴가 벌어지게 된다.

미국 정부는 금융 기업과 빅3 구원을 위해 천문학적인 구제 금융을 실시하게 된다. 엄청난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지만, 정부는 자본을 살리기 위한 대대적인 금융 지원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 금융 위기로 똑같은 경제적 충격을 받은 유럽 역시 엄청난 국가 재정을 투입하게 된다.

다만 유럽의 경우 미국에서 엄청난 생산력 파괴가 벌어지던 2008~2009년 기간 동안 파산과 공장 폐쇄 사례가 미국만큼 많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국가 재정 투입의 본질은 '자본 살리기'였으나, 폐차 보조금 제도와 실업 부조 확대 등 자국 산업과 고용, 내수 시장이 붕괴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상당 규모의 정부 재정이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정부 재정을 위기 극복에 투입한 나머지 유럽 대륙에선 2010년부터 '재정 위기'라는 형태로 문제가 터지게 된다. 스페인·그리스 등 남유럽에서 시작된 재정 위기는, 유럽 경제 통합을 위해 자본가들이 노력해온 덕(!)에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2010년 이후에는 2008~2009년 미국에서 벌어진 생산력의 대대적인 파괴, 즉 파산 및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가 유럽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미국이나 유럽 모두 자본주의 발전 정도로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국가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위기의 대처 방식과 전개 과정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유럽의 정부들이 미국 정부보다 온건하거나 친 노동적이어서 그런 것일까? 얼토당토않은 소리! 2008~2009년 당시 프랑스의 사르코지, 독일의 메르켈, 영국의 캐머런 정부가 미국의 오바마 정부의 성격과 뭐 그리 큰 차이가 있단 말인가!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하는 차이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노동계급의 조직력과 투쟁력이 다르다는 점이 놓여 있다. 2009년 미국에서 빅3가 수십 개의 공장을 폐쇄하고 완성차 공장에서만 5만 명 이상을 정리해고 했지만, 저항에 나선 노동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반면 재정 위기를 겪은 스페인과 그리스에서는 1년에도 몇 차례씩 수백만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총파업이 벌어졌다. 유럽의 정부들은 이런 사정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했다. 자칫하면 노동자들의 성난 총파업과 투쟁이 정부의 붕괴, 혹은 무정부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모두 천문학적인 정부 재정을 투입해 자본을 살리는 데 사용했지만, 유럽에서 재정 위기가 먼저 발생하고 그 영향력 역시 오래 지속되었다. 여기에는 미국 정부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권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책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위기가 닥치면 엄청난 수량의 화폐를 찍어내 대처하는데, 그 화폐가 국제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인정받으며 교환되는 기축통화라는 사실. 이게 아직까지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미국이 패권을 갖고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중국에서 위기 전개와 대처 방식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는 자본주의 발전 정도가 떨어지지만 맹렬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던 중국 자본주의의 대처 방식 또한 사뭇 달랐다. 우선 순차적으로 2008~2009년에는 미국 시장이, 2010년부터는 유럽 시장이 폭탄을 맞은 탓에, 미국과 유럽 시장에 대한 수출을 주요 성장 동력으로 하던 기존 모델의 효용은 떨어지게 된다. 미국과 유럽 자본가들이 정신없이 얻어터지고 있던 시기, 이들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시장에 파고들 기회를 엿보기에는 중국 자본주의가 보유한 기술력이 너무 수준 이하였다.

그래서 미국 제조업의 파산 사태가 벌어지던 시점에 곧바로 이어서 중국에서도 수많은 공장들이 폐쇄되기 시작했다. 비록 유럽 노동계급의 저항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공장 폐쇄 및 정리해고 사태를 접하며 중국 노동자들도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투쟁 조직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자본주의 역시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하며 산업 붕괴를 막고 노동자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돈을 풀었다.

그런데 중국 자본주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기존 최종 조립품 수출 중심의 경제 모델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어, 하이테크(고기술) 산업 육성을 통해 선진 자본주의 시장에서 미국·유럽의 상품과 경쟁할 수 있도록 나서는 시도를 함께 하게 된다. 아울러 종전까지 수출 중심의 경제 시스템을 과감하게 혁신해, 중국 가계의 소득과 자산 수준을 높임으로써 내수 중심의 경제 모델로 이동을 꾀했다.

중국이 이러한 기획을 과연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까진 알 수 없다. 여기에도 천문학적인 정부 재정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가계 소득과 자산 수준을 높이는 과정에서 부동산·주식 거품 형성 등 부작용 요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대공황의 발발 이후 중국에서 벌어진 위기의 전개 과정, 그리고 위기에 대해 대처하는 방식이 미국·유럽과는 또 상당히 달랐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 과연 위기가 있었나?

마찬가지로 한국 자본주의 역시 위기의 전개 과정과 대처 방식이 달랐다. 우선 미국·유럽·중국과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매우 우연적인 요소이긴 하지만 '운'이 따랐다는 점부터 달랐다. 한국 자본주의의 기술적 수준은 중국보다는 우위에 있지만, 모든 부문에서 미국·유럽의 수준을 따라잡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처지이다.

그러나 몇 가지 부문에서는 미국·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는데, 세계 대공황이 터지자 미국·유럽의 자본가들이 죽을 쑤게 된 바로 그 부문에서 한국 자본가들이 틈새를 비집고 수출 시장을 주름잡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부문이 바로 자동차와 전자 산업이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당시까지 한국 자동차 산업이 강점을 갖고 있던 분야는 소형차 개발과 생산이었다. 그런데 픽업트럭이나 SUV 생산에 열을 올리거나, 자동차 생산보다 금융업을 통해 이윤을 훨씬 많이 내던 미국의 빅3가 휘청하던 사이, 현대기아차는 공황으로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미국 소비자들에게 값싼 소형차를 판매함으로써 미국 시장 점유율을 2배 가까이 올릴 수 있었다.

글로벌 GM이 파산의 수렁으로 들어가고 있을 때, 이를 구원한 것은 쉐보레 크루즈·아베오·스파크 등 소형차 생산과 개발에 강점을 갖고 있던 한국GM이었다. 한국GM의 생산량은 위기 때 매우 극적으로 상승했으며, 이는 전 세계 완성차 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 이 2개의 재벌 그룹은 '행운'이 겹치며 대공황 시기 오히려 고속 성장을 이뤄내게 된다. 두 그룹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감안할 때, 이런 행운은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 위기의 흐름을 덜 타도록 만드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요소들로 인해 한국에는 어떤 성격의 부르주아 정부가 들어서건, 현대차와 삼성전자에 전적으로 유리한 정책이 펼쳐지게 된다.

'행운'과 함께 고환율 정책 시행을 통해 수출 산업의 붕괴를 막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유럽의 경우 경제 통합으로 인해 각국 정부가 환율 정책을 시행할 수 없었던 반면, 한국 정부는 공격적인 환율 정책을 시행할 수 있었다. 중국 역시 전통적으로 환율 정책을 사용해 자국 산업 육성을 해왔지만, 그건 위안화의 가치를 달러화에 일정 비율로 고정시키기 위한 정책 수단이었다. 따라서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달러화 가치가 요동치기 시작하자 이러한 정책도 과거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 자본주의에도 몇 가지 고비가 있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이명박 정부는 정부 재정을 투입하거나 몇 가지 정책 수단을 활용해 위기에 대처해 왔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무너지지 않도록 건설업과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었고,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질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가계 대출 위기가 감지될 때마다 3차례에 걸친 저축은행 퇴출 방식으로 파산 사태가 나기 전에 선제적인 수단을 강구했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은 물론, 노동자들에게 위기를 전가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전 세계에서 비정규직 비율로 선두를 달리는 한국 자본주의는, 2008년 위기 직후 엄청난 규모의 미조직·비정규직 대량 해고와 임금 삭감을 통해 위기의 비용을 전가할 수 있었다.

한국 경제는 몇 가지 '행운'이 겹친 덕에 거대한 위기에 직면하지는 않았지만, 고비가 올 때마다 아직 사용 가능한 정책 수단이 있었기에 한국 자본주의는 미국·유럽·중국이 겪었던 대공황 위기에 비해서는 위기의 강도가 좀 덜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위기 전가가 대부분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쪽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조직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미국·유럽·중국이 겪었던 위기로부터 한발 비켜서 있었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특히 대대적인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 등 생산력의 파괴가 한국 조직 노동자들을 덮치지는 않았다.

ⓒ청와대

하지만 그 누구도 위기를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위기의 전개는 한국에서 잠시 지연된 것일 뿐, 면제되거나 생략된 것이 아니다. 마치 미국에서 위기가 출발했을 때 유럽은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위기를 모면한 것처럼 보였으나, 시간이 지난 후 결국 재정 위기라는 형태로 위기가 더 격화되어 전개된 것처럼 말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시간의 선후차가 있을 뿐, 한국 자본주의 역시 위기를 피할 수 없으며 바로 지금 위기 앞에 서 있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우선 '행운'이 작동했던 영역에서 냉정한 경쟁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제 완성차 메이커 대부분이 그간 소형차 개발과 생산의 노하우를 익혀서, 이제 한국만의 장점이 아니게 되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특허 소송에 휘말리며 끝없는 경쟁의 소용돌이에 들어서게 되었다.

게다가 이른바 '환율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미국·유럽·일본이 모두 자국 화폐를 무한대로 찍어내는 '양적 완화'를 통해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한때 고환율 정책 덕에 수출 경쟁력을 누렸던 한국의 입지 조건은, 이제 환율 때문에 한국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GM을 비롯한 해외 투자 자본의 협박 앞에 놓이는 정반대 상황이 되었다.

지난해에도 현대차 그룹과 삼성전자는 수십 조의 영업 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격화되는 경쟁, 그리고 환율 압박으로 인해 이제 영업 이익 증가율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위기를 지연시키기 위해 쏟아부은 정부 재정 역시 어김없이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고 있다. 장부상 국가 부채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지만, 문제는 각종 공기업 부채가 이명박 정권 시절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아울러 부동산 거품을 유지하느라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독려한 결과, 바야흐로 가계 부채 1000조 시대가 열리고 말았다.

그동안 한국 기업을 대표해온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경우, 광적으로 해외 생산을 늘려옴으로써 한국 경제와 맺는 관계가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 그나마 내수 시장을 독점하는 분야에서는 국내 생산이 활발하긴 하지만 비정규 노동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착취율을 늘려왔다. 그러나 이제 이마저도 한국 경제가 누렸던 '운'이 다하고 국제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이윤율도 쇠락해가기 시작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세계 대공황이 시작되어 그동안 '운'과 몇몇 정책 수단으로 고비를 넘겨왔던 한국 자본주의가, 이제 드디어 야만적인 공황의 늪으로 빠져들어갈 찰나. 바로 이 시점에 정권이 박근혜에게로 넘어갔다. 아니, 어쩌면 박근혜가 물려받은 한국 자본주의의 현실이 이렇다고 해야 할까?

사실 "한국 자본주의도 위기를 피해갈 수 없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박근혜 정부가 펼치고 있는 정책들을 보면, 이미 위기에 대처하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미국·유럽 등에서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먼저 정부가 했던 조치는, 공공 부문 노동조합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그들의 임금·복지·연금을 삭감하는 조치였다.

그때마다 미국과 유럽의 정부들은 '공공 부문 부채가 심각하고, 이는 민간 부문에 비해 공공 노동자들이 받는 엄청난 혜택 때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바로 지금, 박근혜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이 그것 아닌가! 그렇다. 이미 위기는 한반도에 상륙했고, 우리는 미국과 유럽에서 노동자들이 겪었던 바로 그 상황 앞에 직면해 있다. <인사이드 경제>는 이 토대 위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다시 살필 것이다.

가계 부채 경고음은 도처에서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우선 올해 3분기 기준 991조7000억 원을 기록한 가계부채는 1000조 원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또 개인 회생 신청과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중, 저소득 계층의 비은행대출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웨이> 2013년 12월 23일자, "1000조 가계 부채 시한폭탄 '째각째각'")

정부는 '부채 감축 운용 지침'을 통해 12개 부실 공공 기관에 대해 자산 매각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매각 가능 자산을 발굴해 모두 매각하라면서 새해 1월말까지 부채 감축 계획을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대상 기관은 가스공사, 석유공사, 한전, 석탄공사, 광물자원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LH공사, 철도시설공단, 예금보험공사, 한국장학재단 등이다. (……) MB정부 5년간 LH, 한전 등 12개 공공 기관의 부채가 187조 원에서 412조 원으로 급증했다. 이들 12개 공공 기관의 금융 부채 중 79.9%(132조3000억 원)는 보금자리사업, 신도시·택지사업, 주택임대사업, 예금보험기금사업, 전력사업, 국내 천연가스 공급사업,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10개 사업에서 발생했다. 대부분 MB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다. (<뷰스 앤 뉴스> 2013년 12월 31일자, 정부 "12개 부실 공공 기관, 모든 자산 팔라")

집권 1년차를 별반 소득 없이 보낸 가운데 우리나라는 거대한 '부채 공화국'이 되고 말았다. 하버드 대학 니얼 퍼거슨 교수는 공공 부채와 개인 부채를 합친 총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50%에 달하는 국가엔 '거대한 쇠퇴'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가 그런 형상이다. 막대한 공공 부채의 과반이 공기업 부채이고, 그것의 절반이 이명박 정권 시절에 생긴 것이다. 이런 정권을 인수받고도 전 정권을 사정(司正)하지 않는 정부는 무능하거나 무지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경향신문> 2014년 1월 1일자, "박근혜 정부, 지금 어디에 서 있나",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에 위원으로 참여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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