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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사수파-통합신당파…"밀리면 죽는다"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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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사수파-통합신당파…"밀리면 죽는다" 공통점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 양상…노대통령 다음 행보 관심

열린우리당 내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의 행보에 더 이상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그 어느 쪽도 명분과 실리 양면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이 싸움의 끝을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7박 8일의 해외 순방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10일, 당내 소수파인 친노그룹은 1000여 명이 참석한 '제1차 전국당원대회'를 열어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했다.
  
  반면 당 지도부는 "비대위 해체" "의원 설문조사 중단" "노무현 대통령, 열린우리당 사수" 등 이날 당원대회에서 터져 나온 구호의 여운이 채 가라안기도 전에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간담회를 열어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문항을 확정하는 등 통합신당 로드맵을 짰다.
  
  이처럼 양측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친노 총집결령을 발령해 이 싸움의 선봉장 자리에 섰던 노 대통령의 다음 카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대위, 설문조사 일정 확정하며 통합신당 로드맵 제시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역모를 꾸민다', '정기국회 예산 처리보다 정계개편에 더 열심이다'는 등의 비판에 부딪혀 의원대상 설문조사 일정을 연기했던 우리당 비대위는 10일 오후 시내 한 호텔에서 설문조사 문항과 내용, 방법, 조사결과 공개 여부 및 일정 등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박병석 의원이 회의가 끝난 뒤 논의결과를 전했다.
  
  박 의원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15일 새해 예산안이 통과되는 것을 전제로 설문조사를 14,15일 이틀간 진행하기로 했다"며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7일 비대위 워크샵을 진행할 것이고 18일에 의원총회 겸 워크샵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만큼 연내에 통합신당 추진을 가시화하겠다는 것.
  
  박 의원은 "설문조사의 문항에 관한 의견도 모았다"'며 "설문 문항 중에는 전당대회의 시기와 성격도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논란 중인 현 비대위의 임기와 관련해서는 "전당대회의 시기와 맞물릴 것"이라고 말해 전당대회 이전까지는 현 체제가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박 의원은 "설문 문항은 오늘 공개하지 않는다"며 "결과 자체를 공개할지, 수치화해서 공개할지는 좀 더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 거취와 관련된 것은 포함되지 않았고 문항은 10개 안팎이다"며 이같니 전했다.
  
  한편 박 의원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친노그룹의 불만을 의식한 탓인지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며 "당 진로와 관계해 우선 비대위가 쟁점을 정리하고 (구체적인 설명 작성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늘 회의에서 쟁점을 피하지 않고 다룰 수 있는 모든 쟁점을 다뤘다"고 전한 박 의원은 "(친노그룹이 개최한) 당원대회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한마디로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것. 우리당 정계개편 논의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최근 "노사모도 옛날 노사모가 아니고 그 쪽 움직임은 더 이상 유의미한 변수가 아니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친노=개혁, 반노=반개혁'은 애시당초 깨진 등식
  
  10일 당원대회를 성공리에 개최해 기세를 올리고 있는 친노그룹 의원들도 비대위의 통합신당 드라이브에 조직적으로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참정연, 의정연, 신진보연대 등 친노 그룹과 당 사수파 의원들은 이번 주 초 설문조사와 의총 개최에 대한 대응전략, 전대의 성격과 의제를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정연 대표인 김형주 의원은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이제부터는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친노 의원들 간 연대를 본격화 할 것을 시사했다.
  
  김 의원은 "당 지도부의 설문조사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에 응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비대위를 해산하고 전대 준비위를 구성해 전대 의제와 규칙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합신당 파가 각양각색인과 마찬가지로 이들 친노그룹의 속내도 제각각이다. 10일 당원대회에서는 통합신당파를 '제2의 후단협'으로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미 '통합신당=반개혁, 친노=개혁'이라는 등식은 성립하긴 어려워 보였다.
  
  당원대회에서 김근태 의장 등 당 지도부의 이름 대신 호남을 대변하는 염동연 의원이나 안개모 활동을 하며 보수적 성향을 띄고 있는 박상돈 의원의 이름이 뜬금없이 비난 대상으로 나온 것도 다 이런 이유라는 것.
  
  일찌감치 삼성그룹 시설에서 워크샵을 갖고 청와대의 친삼성 기류에 한 몫 했던 의정련 소속 의원들, 그리고 안개모 만큼이나 보수적 성향을 보였던 김혁규 의원 등이 친노진영에 서 있다고 해서 '개혁'으로 분류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또한 임종인, 최재천 의원 등 각종 현안에서 개혁적 목소리를 내놓은 의원들은 당사수파가 아니라 신당파로 분류된다. 또한 한미FTA를 반대하는 의원들은 대부분 김근태 계열이다.
  
  친노직계 참정연 대표인 김형주 의원이 중도파 초재선 모임 '처음처럼'의 일원으로 노 대통령 비판 대열에 합류했던 것도 이들의 복잡한 속사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친노그룹의 사실상 좌장은 노 대통령 본인
  
  우리당 친노 그룹의 속사정이 이처럼 복잡하고 또한 이들이 당사수-기간당원 부활 및 전당대회 개최만 외칠 뿐이지 향후의 로드맵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다음 카드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친노그룹의 좌장으로 방향타를 잡고 있는 것은 바로 노 대통령 본인이라는 것. 노 대통령은 이미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자신이 한 사람 당원으로 책임있는 논의에 임하겠다'며 '당헌 준수, 신당 반대'등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이 편지에서 다시 대연정의 정당성을 웅변했고 지역구도의 타파를 위한 모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근태 당의장이 '노 대통령의 신당 폄하 발언은 지지자에게 상처를 준 제2의 대연정 발언'이라고 비판하자 "대연정은 옳았다"고 곧바로 반박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에도 인도네시아의 연정을 극찬했고 청와대 정무팀 소속의 소문상 비서관은 '대연정을 포함한 연합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소선거구제가 지역구도를 강화시킨다'는 주장을 청와대브리핑에 게재했다.
  
  결국 노 대통령은 제2의 대연정, 선거구제 개편 카드를 다시 내놓을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여당의 다수 의원들이 중대선거구제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노 대통령의 이 카드는 반노 진영을 교란시킬 가능성도 높다.
  
  당내 중도파 초선모임 '처음처럼'이 노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대해선 환영의사를 밝힌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당내 권력투쟁에 뛰어들수록 여론은 더 싸늘해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설사 노 대통령이 '친위 쿠테타'를 통해 당내 반란을 진압해도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안희정 씨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제 영웅은 낙동강 전선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영남 민주세력의 저변 확대'라는 대통령의 뜻을 이어 대리인으로 나설 당내 인사도 마땅치 않다. 그리고 자천타천으로 여권의 오픈프라이머리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는 외부 인사들도 현재까지는 노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 자리를 탐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처럼 밀리면 잃을 것이 많지만 이겨도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이 친노세력의 딜레마다. 반대로 통합신당파는 지면 끝이고, 그래도 이겨야 기회라도 보인다는 점에서 그 절박성이 조금은 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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