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자는 21일과 22일 이틀간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헌법재판관 시절 지급받은 특정업무경비 3억2000만 원을 횡령한 의혹, 수원지방법원장 시절 관내에 있던 삼성전자로부터 협찬을 받아오라고 지시한 의혹, 위장 전입 의혹 등 수십 개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회의 임명동의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24일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며 이 후보자의 낙마는 기정사실화됐다. 이에 '이 후보자의 결단만 남았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난 후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의사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자는 자택에도 들어가지 않고 제3의 장소에서 장고(長考)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심지어 이 후보자는 최근까지 법조계와 여권에 구명 운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소장 자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가 끝난 후 공식적인 접촉을 끊고 정·관계와 법조계, 언론계의 지인들을 상대로 의견을 청취하는 등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 동의안 통과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려면 국회의장 직권상정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 부담이 커 사실상 불가능하다. 설사 상정된다 해도 여당 내 반대 기류가 있어 본회의 통과도 불투명하다.
▲ 이동흡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
박근혜 당선인 의중이 반영된 이동흡 후보자 인선
그럼에도 이 후보자가 이렇게 버티는 이유는 '박근혜 당선인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알려졌다시피 이 후보자의 인선은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이뤄졌지만 사실상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됐다.
박 당선인과 이 후보자의 연결고리는 2006년 이 후보자가 한나라당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이 된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2006년 대표 경선에서 박 당선인의 지지를 받아 이재오 의원을 누르고 대표로 선출됐다.
지난 28일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려 했지만 박 당선인 측에서 이동흡 후보자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에서 일할 사람이기에 이 대통령이 박 당선인의 요구를 들어줬다는 것.
청와대는 박 후보자의 인선이니 박 후보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 후보자의 거취와 관련, "대통령직 인수위와 새누리당이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지명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충분히 상의한 인선"이라며 "청와대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 인수위나 여당의 판단에 달렸다"고 말했다.
박근혜 당선인, 이동흡 후보자 사퇴 설득할까
이 같은 언급은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바라는 시선에 선을 긋는 것이다. 실제로 이 후보자를 지명한 청와대는 그에 대한 평가를 꺼리며, 청와대가 할 일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는 지명 자체가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가 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이를 청와대가 수용하는 모양새를 만드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이는 이 후보자를 지명한 인수위, 즉 사실상 박 당선인이 나서서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설득해달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박 당선인 측은 김용준 후보자에 이어 이동흡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입을 정치적 타격이 상당하기에 이를 꺼리는 눈치다.
박 당선인 측은 청문회 이후, 이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박 당선인은 23일 당 지도부 및 상임위원장단과 오찬을 함께한 후 "이동흡 후보자 자격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 후에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후보자 거취 문제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게 많은 사람의 공통 의견이다. 이 후보자의 향후 거취를 놓고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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