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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현재만 생각하지 미래를 생각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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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현재만 생각하지 미래를 생각 않는다"

[현장] 한미FTA 규탄 집회…경찰, 물대포 사용은 자제

연일 한미FTA 비준안 통과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도심에서 열리고 있다. 24일에도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서울광장에서는 3000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비준 무효 촉구 집회가 진행됐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서 논란이 됐던 물대포는 사용하지 않았다.

오후 7시께 시작된 '한미FTA 비준 무효! 야5당 및 한미FTA저지범국본 연설회'는 약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행사를 마친 시위대는 곧바로 을지로입구역 쪽으로 행진을 시도했으나 미리 준비 중이던 경찰 병력은 국가인권위원회와 프레지던트 호텔 사이에 차벽을 쌓고 시위대 진입을 막았다.

시위대 맨 앞에는 '한미FTA 비준 날치기 찬성 의원 151명, 당신들의 얼굴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와 의원 151명 사진이 들어 있는 대형 현수막이 들려 있었다. 거리로 나온 시민 1000여 명은 '이명박 퇴진, 비준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밤 10시께까지 경찰과 대치하다 자진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여러 차례 자진해산할 것을 종용하며 물대포를 발사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 발수하진 않았다. 이날 경찰은 물대포차량을 4대 배치했다.

반면, 종로구 청운동 동사무소 인근에서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던 민주노총 조합원 60여 명 중 17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 연일 도심에서는 한미FTA 비준 통과 무효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어른들은 현재만 생각하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이날 집회에는 다양한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그 중,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의 발언이 참가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자신을 고3이라고 밝힌 여학생은 "어른과 한미FTA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 '네가 뭘 아느냐, 어린 주제에' 이렇게 말하며 무시를 한다"며 "내가 어려도 국민에게 주권이 있고 근현대사 이후 이렇게 불평등한 조약을 맺은 경우는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여학생은 "어른들은 현재만 생각하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미래가 더 많은 나는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한미FTA를 반대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또 다른 고3 여학생은 "날씨가 춥지만 자발적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며 "민주주의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서 자신의 권리를 찾는 거라고 배웠다.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산에 사는 고3 남학생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며 "한미FTA는 우리의 미래를 망칠게 뻔하다"며 "이것을 무효화할 수 있도록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 남학생은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20~30대 분들이 우리의 미래를 책임져 달라"며 "내년 총선에서 FTA를 찬성한 의원들을 모조리 떨어뜨려 달라"고 부탁했다.

경남 진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밝힌 남성은 "22일 한미FTA가 통과됐다는 소식을 듣고 손이 덜덜 떨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이젠 농사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고 심경을 설명했다.

이 남성은 "우리 지역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의원은 부모가 농사를 지으며 대학까지 보냈다"며 "이 사람은 농사꾼의 자식이라고 해서 우리 지역 사람들이 국회까지 보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하지만 이번 한미FTA 비준안 통과에 제일 앞장서서 나섰다"며 "내년 총선에서 우리 지역에 나오면 반드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레시안(허환주)

ⓒ프레시안(허환주)

"우리의 마음은 아직 녹지 않았다"

정치인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어제 집회에 참석한 여학생이 물대포를 맞아 머리에 쓴 모자에 얼음꽃이 핀 걸 봤다"며 "그게 오늘은 녹았는지 모르지만, 우리의 마음은 아직 녹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집회의 자유는 우리의 권리"라며 "이런 권리를 행사하는데, 경찰은 물대포로 살인행위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우리가 승리해 한미FTA 폐기를 미국 대통령에게 통보하자"고 촉구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한미FTA 관련, 아직 대통령이 비준안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 또한 관보에 공시도 하지 않았고 미국과 발효시기를 협의하지도 않았다"며 "아직 우리에겐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두 눈 크게 뜨고 이 과정에서 문제점을 꼼꼼히 살펴보고 다시 원점으로 돌릴 수 있도록 하자"고 촉구했다.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용기라고 생각한다"며 "질긴 놈이 승리하는 건 당연하다"고 독려했다. 노 전 대표는 "민주당 대표는 총선에서 이긴 뒤 미국과 재협상을 한다고 하지만 미국은 말을 잘 듣지 않을 것"이라며 "분명히 한미FTA는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터뜨린 것은 단순한 최루탄이 아니라 대한민국 서민의 민심이었다"며 "전국 방방곳곳의 서민들과 똘똘 뭉쳐 기필코 한미FTA를 폐기시키는데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은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내일은 청와대에 가서 이명박 대통령과 맞짱뜨겠다"며 "말만하지 않고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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