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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모자에 핀 얼음꽃…엄동설한 물대포는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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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모자에 핀 얼음꽃…엄동설한 물대포는 살인"

[현장] 한미 FTA 반대 집회, 시민 가두행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국회 날치기 통과에 항의하는 집회가 사흘째 열린 가운데, 시민이 집회가 끝난 후 가두 행진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가로막혔다. 시민들은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 명동, 을지로, 종로 일대를 행진하며 '비준 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와 야5당은 24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한미 FTA 날치기 국회비준 무효화 및 이명박-한나라당 심판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이 대거 상경한 가운데, 집회에는 7000여 명(경찰 추산 2500명)이 모였다.

집회가 끝난 오후 4시30분께 참가자 3000여 명은 을지로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했으나, 웨스틴 조선호텔 앞에서 차벽을 치고 대기하던 경찰에 막혔다. 경찰은 살수차 두 대를 배치하고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경찰에 가로막힌 참가자들은 을지로 지하보도로 방향을 틀어 을지로입구역에 도착했다. 뒤늦게 배치된 경찰이 지상으로 나가는 문을 막아서자, 시민들과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 수십 명이 여학생 두 명을 둘러싸고 압박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 벽을 뚫는 데 성공해 을지로입구역 도로 2차선을 점거했다. 이어 명동, 종로 등으로 행진에 나섰다. 오후 6시 30분까지 명동에 막혀 있던 참가자들은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촛불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해산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우리 농민 다 망하면 농산물 가격 오른다"

앞서 열린 집회에는 주로 농민들이 많이 참가했다. 일부 농민들은 상복을 입고 나왔다. 주최 측은 "농민들이 상복을 입고 나왔지만, 정작 상복을 입어야 할 당사자는 한나라당"이라며 "이제 우리 농민에게 상복을 벗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텃밭이라고 여겨지는 영남 지역의 농심도 화가 났다. 경북 고령군에서 올라왔다는 농민 김경수(42) 씨는 "고령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이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FTA를 홍보하다가 농민에게 혼쭐이 난 적이 있다"며 "지역주민은 안중에도 없는데, 언제까지 경상도가 한나라당 텃밭으로 남아야 하느냐"고 개탄했다.

경남 함안군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다는 김미경(44) 씨는 "수박을 출하할 때면 정부가 값싼 미국산 오렌지를 들여온다"며 "FTA가 통과돼 정부가 오렌지로 장난하면 수박 판로는 막히고 오렌지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씨는 "아무리 농약치고 유통기한이 어찌됐든 소비자는 값싼 것을 선택한다"며 "문제는 그렇게 값싸게 들어왔다가 우리 농민이 다 망하고 나서야 외국 농산물 가격이 오른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실제로 처음 한국에 뉴질랜드의 제스프리 키위가 들어왔을 때 처음에는 굉장히 쌌지만, 국산 키위가 다 망한 다음에 지금은 뉴질랜드 키위가 제일 비싸다"고 말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엄동설한에 물대포는 살인 행위"

이날 집회에서는 전날 경찰이 영하의 날씨에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쏜 사실이 집중적으로 비난받기도 했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어제 여학생 모자에 핀 얼음꽃을 봤다"며 "엄동설한에 물대포를 쏘는 건 살인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도 "전날 우리가 고작 선 하나 넘었다고 물대포를 쏜 행동은 표현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범국본은 이날 오후 7시부터 '한미 FTA 날치기 국회 비준 무효화 및 이명박-한나라당 심판 촛불 문화제'를 서울광장에서 개최하고 있다. 경찰은 "불법 집회를 해산하지 않을 경우 물포 등 물리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여서 경찰과 시민 사이의 2차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레시안(김윤나영)
ⓒ프레시안(김윤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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