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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의 해피엔딩을 그린 '도덕적 스릴러'
[안치용의 노벨문학상의 문장] 올가 토카르추크,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인간의 정신은 우리가 진실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해 발달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로 하여금 그 메커니즘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정신은 우리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가 절대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어 주는 방어체계다. 우리 뇌의 용량이 어마어마하다지만, 정신의 주된 임무는 정보를 걸러내는 것이다. 지식의 무게를 모조리 짊어
안치용 인문학자, ESG연구소장
2024.10.05 19:59:52
더 나은 실패만이 항상 최선이다
[안치용의 노벨문학상의 문장] 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인간은 모두 미치광이로 태어나는 거다. 그중에는 끝내 미치광이로 끝나는 자들도 있고.” -<고도를 기다리며>(사무엘 베케트, 오증자 옮김, 민음사)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대표적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 등장하는 유명한 대사다. 얼핏 봐도 인간의 본성과 실존에 관한 법어 같은
2024.09.21 14:08:05
뭐든 사랑할 만한 게 남았으면 아무거라도 사랑해봐!
[안치용의 노벨문학상의 문장들] 토니 모리슨, <재즈>
“난 인생이 이보다는 더 대단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원히 계속되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뭔가 더 대단한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재즈>(토니 모리슨, 최인자 옮김, 문학동네) 토니 모리슨의 소설 <재즈>에 나오는 이 문장은 등장인물 내면의 갈등과 실망을 표현하면서, 삶의 불확실성, 정체성의 탐색, 그리고 더 나은 삶에 대한
2024.09.14 19:07:41
침묵의 무게로 벼린 말의 칼날을 언제 휘둘러야 하나
[안치용의 노벨문학상의 문장] 헤르타 뮐러, <마음짐승>
침묵하면 불편해지고, 말을 하면 우스워져. -<마음짐승>(헤르타 뮐러, 박경희 옮김, 문학동네) 침묵은 마음 깊은 곳에 쌓인 무언의 무게다. 마음 깊은 곳에 쌓이기에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느 순간 그 무게에서 불편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다 점점 더 그 침묵의 무게에 짓눌린다. 반대로 참지 못하고 무게를 불쑥 덜어낸다고 가위눌림이 소
2024.09.07 17:29:14
벼락 맞더라도 행복을 꿈꾸어야 한다
[안치용의 노벨문학상의 문장]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우린 행복해지려고 했어!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아니, 나는 행복한 사람을 만나 본 적이 결코 없어.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되려고 했지. 그래서 바로 번개가 떨어진 거야.” <다섯째 아이>(도리스 레싱, 정덕애 옮김, 민음사)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여성 작가는 남성에 비해 여전히 적지만, 현재에 가까울수록 그 숫자가 늘고 있다. 그중에서
2024.08.31 22:01:38
이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고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안치용의 노벨문학상의 문장]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이 세상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일, 이 세상을 설명하는 일, 이 세상을 경멸하는 일은 아마도 위대한 사상가가 할 일이겠지. 그러나 나에게는,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이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야
2024.08.24 19:16:05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하게 만드는 그것, 운명"
[안치용의 노벨문학상의 문장] 유진 오닐 <밤으로의 긴 여로>
소중한 내 사랑, 당신과 십이 년은 빛으로의, 사랑으로의 여로였소. 내 감사의 마음은 당신은 알 것이오. 내 사랑도! -<밤으로의 긴 여로>(유진 오닐, 민승남 옮김, 민음사) <밤으로의 긴 여로>는 미국 현대 연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진 오닐(Eugene O'Neill, 1888~1953년)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오닐의 가족 이
2024.08.17 11:10:38
익숙한 길은 그 길이 아니다
[안치용의 노벨문학상의 문장] 르 클레지오 <사막>
그는 왜 가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언젠가 이 행진이 끝나리라는 희망도 없이 그냥 앞으로 가고 있었다. 어쩌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남쪽 야영지를 버리고 떠나기로 결심한 그 날부터 그들은 이렇게 죽을 때까지 이 우물에서 저 우물로 계곡을 따라서 끝없이 행진해야 할 선고를 받은 것은 아닐까? -<사막>(르 클레지오, 홍상희 옮김, 문학동네) 그럴
안치용 인문학자, ESG 연구소장
2024.08.10 17:59:57
우물에 뛰어든 건 자살이 아니라 별을 따기 위한 거야
[안치용의 노벨상의 문장] 후안 라몬 히메네스 <플라테로와 나>
"별들이 담긴 물 두 통을 마시고 나서 휘적휘적 가세나" -후안 라몬 히메네스, <플라테로와 나> "플라테로야, 만일 내가 어느 날 이 우물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면, 그건 자살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 말을 믿어줘, 다만 별들을 더 쉽게 따기 위한 것이야." -<플라테로와 나>(후안 라몬 히메네스, 염승섭 옮김, 부북스) 20세기
2024.08.04 11:16:18
빛나는 미래에 등장할 과거의 빚쟁이
[안치용의 노벨문학상의 문장] 토마스 만, <파우스트 박사>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가 제시한 분량만큼 읽었는지 확인하지 않았지만 살면서 제법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산 사람의 글은 되도록 읽지 않는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인연으로 독서지도를 하면서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꾸준히 읽은 지 10년가량 되었습니다. 인류 정신문명의 최고 정수라고 할 만한 심오한 성찰과 촌철살인의 지혜를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었
2024.07.20 17: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