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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85>
정신병동에서
고인이 된 지 오래인 북한 김일성 주석의 첫번째 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환영이 나타나 옛날 일제 때에 함경도 단천에서 나의 부친 김맹모 선생을 한번 만나봤다는 것이다. 짧았으나 의미깊은, 독립문제에 관한 좌익적 논의였다고 한다. 두 사람의 자식이 다 비슷한 또래의 아
김지하 시인
2003.05.22 08:42: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84>
척분(滌焚)
조선일보에 기별하자 대환영이었다. 조선일보는 오고 있고 나는 쓰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이미 생각해오고 있던 것이라 단필에 써내렸다. 나의 직심(直心)이었다. 직심! 그렇다. 머뭇거리지 않고 썼으니! 내용을 되풀이하고 싶진 않다. 신문에 인쇄되어 나왔을 때 나는 조금
2003.05.21 08:52: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83>
칼 융
나는 그무렵 서울대병원 정신신경과의 명인, 이부영 선생으로부터 칼 융 스타일의 치료를 받고 있었다. 선생은 원주기독병원과는 전혀 달리 나의 병명을 '종교적 환상'으로 진단했다. 입원, 퇴원, 통원치료 과정에서 그 진단은 관통했으며 나는 '꿈치료'를
2003.05.19 08:52: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82>
쉰
지천명의 나이 '쉰'에 삶을 끝내고 싶어하는 것이 실패한 인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죽음이 아니라 해도 가위소리는 무언가를 끊는 소리다. 끊음을 기다림은 삶이 권태롭다는 뜻이고 그늘은 우선 실패에까지 이르른 신산고초를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컴컴한 넋그
2003.05.17 09:17: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81>
광주
그 갑갑함은 마치 도시에 살다 시골에 돌아간 젊은이나 시골에 살다가 도시의 아파트에 갇힌 늙은이의 그것 같았다. 원주로 전학했던 원보를 위해 해남이 아닌 광주를 택했으니 그무렵 광주고속에 근무하던 조성삼(曹省三) 선생의 배려이기도 했다. 광주의 조선생 화정동집
2003.05.16 08:56: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80>
되돌아간 그곳
이제 그곳은 나의 일터도 쉼터도 삶터도 아니었다. 부모님 집에 멀지 않은 곳 한 아파트를 얻어들었다. 새벽이면 산책에 나서서 쓸쓸한 삶의 냄새, 외로운 시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 뿐이었다. 그 무렵의 시 〈속살〉 1, 2편을 여기 옮긴다.
2003.05.15 08:47: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79>
해창에서
새벽이면 시누대 숲 입구의 샘물로 물뜨러 다니고 낮과 밤 내내 문을 닫고 앉아 처량한 시들, 애린의 이름으로 발표된 것들, 그것들을 끄적이고 있던 그무렵 똑 〈무화과〉의 후편 같은 〈해창에서〉란 한 편의 시가 나와 김현이 보았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서울에 물어보니
2003.05.14 08:46: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78>
기독병원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의 기술'이다. 그 기술은 사랑을 받아본 사람만이 알 수밖에 없다. 유년기에 사랑결핍을 경험한 사람은 아이들을 사랑할 줄도 모른다.평소에 사랑할 줄 모르다가 운명의 험한 골목에 들어가서야 아이들에 대한 연민과 자기 연민과 가
2003.05.13 08:50: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77>
재발
문지방으로 번갯불이 확 들어와 지그재그를 긋더니 이불 얹힌 낡은 궤짝 안으로 쑥 들어가버린다. 동시에 해월 선생은 내 뇌파에다 전파를 맞추어 뇌파고문을 시작한다. 한번 번쩍할 때마다 온몸이 뻣뻣해지며 사지가 부들부들 떨렸다.
2003.05.12 08:47: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76>
제주
그 이튿날 삭발에 캐쥬얼 차림으로 자그마한 단도를 한 자루 품에 품고 김광식 아우와 천용식 아우만 데리고 완도에서 페리를 타고 제주로 건너갔다.〈검은 산 하얀 방〉의 원고를 왜관에 있는 분도출판사에 넘겼으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2003.05.10 08:5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