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2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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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다시 '이게 국가인가'를 묻는다
[김종구의 새벽에 문득]
Ⅰ. '어린 생명들이 어이없이 목숨을 잃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지난 2014년, 이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두 가슴에 새겼던 다짐과 각오였다. 그 맹세는 허망하게 무너졌다. 8년 전, 제대로 피지도 못한 어린 꽃봉오리들이 남쪽 바다 차가운 해파(海波) 속에 수장된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청춘의 꽃이 만개한 20~30대를 비롯한 수
김종구 (언론인)
'아파트 계급 투표'의 재구성
대선이 끝난 뒤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당선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울의 아파트값 하락세가 둔화하는 추세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아파트값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여러 의문이 밀려온다. 첫째, 20대 대선 결과를 두고 대다수 언론이 "집값 급등에 화난 민심이 문재인 정권을 심
'풍수'가 '안보'를 이겼다
미래 사회에 대한 비전 부재,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 타자에 대한 배려 부족, 무속과 역술에 대한 지나친 몰입….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당선인을 반대한 사람들이 느낀 국가 최고지도자로서의 그의 부적격 사유들이다. 특히 무속·역술에 대한 지나친 선호는 국가 중대사를 비합리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합리와 이성이 최고도로 작동해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의기양양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1992년 12월, 제14대 대선이 김영삼 후보의 승리로 끝난 뒤 김대중 후보를 밀었던 유권자들의 마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가슴에 피웠던 희망의 모닥불이 꺼지고 차갑게 식은 재만이 응어리로 남았다. 그 비통함과 상실감은 영원히 씻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깊은 절망과 비탄에 빠져 있던 사람들이 오히려 김영삼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국민에게 한 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느냐
2002년 12월19일 아침 <조선일보>는 '정몽준, 노무현을 버렸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제16대 대선 투표 개시를 불과 7시간 남짓 앞둔 18일 밤,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는 갑작스럽게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노무현 후보를 한사코 반대했던 보수언론에는 신나는 사건이었다. 조선일보 사설은 "16대 대통령 선거의 코미디 대
'질 낮은 정권교체'의 '위험 비용'
2007년 12월 제17대 대선이 끝난 이틀 뒤 새벽 동네 목욕탕에 갔더니 탈의실에서 몇 사람이 선거 결과를 놓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명박 당선자의 열렬한 지지자로 보이는 그들은 "노무현 정권을 제대로 혼내줘 속이 다 시원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들이 싫어한 정권을 몰아냈다는 환희와 의기양양함이 넘쳤다. 그로부터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김종구 언론인
'틀림의 상대성 이론'과 대선 후보 판별법
과학소설(SF)의 세계적 거장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1989년에 쓴 '틀림의 상대성'(Relativity of Wrong)이란 글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들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을 때, 그들은 틀렸다. 지구가 완벽한 구형(球形)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틀렸다. 하지만 당신이 지구를 완벽한 구형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나 평평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모두
'허위 기사 언론사=파산'의 위험천만한 언론관
"진실을 왜곡한 기사 하나가 언론사 전체를 파산하게도 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 언론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면 공정성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정책공약 홍보 열차 안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윤 후보의 '언론 정책'의 일단을 드러낸 이 말은 여러 가지 점에서 놀랍고 우려스럽다. 첫째, 윤 후보 특유의 '
'트럼프 바이러스'로 정권 잡겠다는 건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하고 퇴장할 당시 많은 미국 언론은 "트럼피즘(Trumpism)이 앞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피즘이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특한 정치 전략, 그리고 이로 인해 형성된 정치·사회적 현상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트럼피즘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편
'무당보다 더 용한 분'이 청와대에 입성하면
조선왕조 역대 왕비 중 가장 무속에 심취했다고 알려진 이는 명성황후다. 명성황후를 두고는 '격변의 시대에 고종을 보필한 정치적 동반자'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무속에 너무 깊이 빠져든 점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일치한다. 명성황후는 중국 삼국시대의 명장 관우를 몸주신으로 모신 무녀를 총애해 진령군(眞靈君)이란 작위를 내리고 지금의 서울 명륜동 근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