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3일 2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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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부동(和而不同)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119>
새해가 되면 서로 덕담을 주고받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덕담을 한자성어처럼 압축된 말로 줄여서 전하기도 합니다. 시화연풍이니 근하신년이니 하는 말들이 그렇습니다. 《교수신문》이 180명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올 한 해 희망을 주는 사자성어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더니
도종환 시인
눈 내리는 벌판에서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118>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발자국 소리만이 외로운 길을 걸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몸보다 더 지치는 마음을 누이고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깊어지고 싶다 둘러보아도 오직 벌판 등을 기대어 더욱 등이 시린
세 가지 즐거움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117>
며칠 쉬는 겨울휴가 동안 인제 내린천에 가서 하룻밤 자고 왔습니다. 몇몇 친한 벗들과 새로운 곳에서 만나는 일은 그것만으로도 편하고 즐거운 일입니다. 상촌 신흠선생은 야언(野言) 이란 글에서 "문 닫아 걸고 마음에 맞는 책 뒤적이기, 문 열어 마음에 맞는 벗 맞이하기,
새해 산행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116>
어수선한 연말이 지나고 또 바쁘게 새해가 왔습니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연말연시는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 짓고 새해 계획을 세우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보다는 대개 바쁘게 보내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연말에는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한 각종 송년 모임으
집 짓는 원칙과 삶의 원칙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115>
황룡사탑 이후 우리 민족의 건축술과 오늘의 기술이 조화를 이룬 대작이라고 하는 보탑사 목탑을 만든 신영훈 선생은 목탑의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룬 곳 중의 하나로 처마를 듭니다. "보탑사 탑 처마는 1, 2, 3층이 중첩되고 있는 장중한 아름다움을 보인다. 가볍지 않은
출발점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114>
산악인들의 말 중에 '겨울산에서 길을 잃으면 왔던 길로 되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장 확실하게 자신을 보존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은 출발점으로 가서 다시 시작하는 일입니다. '초발심'――처음 가졌던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 생
따뜻한 상징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113>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데 어깨가 시려옵니다. 창문 쪽에서 한기가 한 호흡씩 밀려오는 게 보입니다. 커튼을 쳤지만 그것만으로 냉기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밤이 깊어지면서 기온이 점점 내려가고 있는 게 방안에서도 느껴집니다. 난로에 불을 피울까 하다가 오
눈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112>
눈이 내리는 날은 공연히 들뜹니다. 눈처럼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날씨는 쌀쌀하고 찬바람은 볼을 때리는데 포근한 기운 같은 걸 느낍니다. 무슨 좋은 일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오래 못 만난 그리운 벗한테서 연락이라도 올 것 같은 느낌으로 서성입니다. 김종해 시인
예수님이 오신 뜻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111>
예수님은 따뜻하고 안락한 침대 위에서 태어나지 않으셨다. 짐승이 거처하는 마굿간에서 태어나셨다. 예수님은 예루살렘 같은 세계적인 도시에서 성장하지 않으셨다. 갈릴래아에 위치한 나자렛이란 작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다. 나자렛은 구약성서에 한 번도 등장한
일곱 번씩 일흔 번의 용서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110>
그때에 베드로가 와서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잘못을 저지르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이면 되겠습니까?"하고 묻자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여라."(마태 18:21~22) 미워한다는 것은 쉬운 일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