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제출한 법원제도 개편안에 대해 대법원이 삼권분립과 사법부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적절한 처사라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사법부가 집권여당을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법원과 한나라당 사이의 이같은 정면충돌은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대법원 3층 회견장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사법부의 자율적 인사운영은 사법부가 독립성을 지키고 헌법상 책무를 다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며 "이를 다듬고 고쳐나가는 일은 마땅히 사법제도의 운영을 책임지는 사법부가 주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처장은 이어 "국회나 행정부가 사법제도 개선을 논의할 때도 삼권분립 대원칙과 헌법이 보장한 사법부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사법부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법원제도 개편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 '사법부의 독립'에 심각한 도전이라는 반박으로 풀이된다. 전국 법원의 운영을 책임지는 법원행정처 수장이 직접 나서 현안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박 처장은 "최근의 사법제도개선 논의는 개별적으로 제시된 주장의 당부를 굳이 따질 것 없이 사법부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진행방식 자체만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며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심마저 잃은 이러한 처사는 일류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품격에도 어울리지 않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지금 거론되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사법부 자체에서 공식적으로 활발 연구와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공표할 결과를 기초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사법제도 개선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나라당은 17일 국회에서 사법제도개선특위를 열어 대법관 대폭 증원, 경력법관제 도입, 법관인사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법원제도 개선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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