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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출신 감독들 "왜 멋대로 내 영화를 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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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아카데미 출신 감독들 "왜 멋대로 내 영화를 트나"

[뉴스메이커] 보이콧 선언에도 상영 강행되자 감독들 반발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 조희문, 이하 '영진위')의 미디어센터 및 독립영화전용관 공모가 졸속 부당심사 의혹에 휘말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국영화아카데미(영화아카데미) 제작연구과정 출신 감독들의 작품들이 감독도 모르는 상태에서 감독의 거부의사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상영되고 있어 감독들이 반발하고 있다.

<어떤 개인 날>의 이숙경 감독, <장례식의 멤버>의 백승빈 감독 등 영화아카데미의 제작연구과정 1, 2기의 감독들은 오늘(22일) 오전 10시에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한다협)가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루' 앞에 모여 1, 2기 감독 14명의 명의로 "시네마루의 독단적 영화상영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한 22일 10시 30분 상영 예정이었던 <어떤 개인 날>의 이숙경 감독과 19일 이미 상영된 <장례식의 멤버> 백승빈 감독, 그리고 23일 상영 예정인 애니메이션 <로망은 없다>의 홍은지 감독 등이 시네마루 앞에서 피켓을 들고 번갈아가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쳤다. 이 자리에는 세 감독은 물론 아카데미 출신 감독들이 대거 참석해 릴레이 시위를 하는 감독들을 지켜보며 응원을 펼쳤다.

▲ 자신의 영화 <어떤 개인 날>이 상영중인 한다협의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루'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이숙경 감독. 이숙경 감독은 이곳에서 자신의 영화가 상영될 거란 사실을 외부 루트를 통해서 19일에야 알게 됐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숙경 감독은 지난 18일 '독립영화 감독 155인 시네마루 보이콧 선언'에 동참했으나, 영화의 판권을 지닌 영진위는 시네마루 측에 감독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영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시안

"싫다는데도 나 모르게 내 영화를 상영하다니"

한편 베를린영화제에 작품이 초청돼 영화제에 참석한 <나는 곤경에 처했다!>의 소상민 감독과 <너와 나의 21세기>의 류형기 감독 역시 오늘 베를린에서 귀국하는 대로 이 시위에 참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두 감독 역시 지난 18일 독립영화 감독 155인이 발표한 시네마루 보이콧 선언에 동참한 감독들로, 이번 시네마루 기획전에서 이미 상영이 됐거나 상영을 앞두고 있는 상태이며, 이미 1, 2기 감독 14인 명의의 성명서에도 이름을 올린 상태다.

감독들은 "연출자인 내가 여기서 내 작품이 상영되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극장을 보이콧하겠다는 선언서에 서명했는데도 내 영화가 버젓이 시네마루에서 상영된다는 건 감독의 지적인격권을 모독하고 무시하는 행위다"라고 입을 모으며 반발하고 있다. 독립영화 감독 155명이 지난 18일 "불공정하게 선정된 독립영화전용관에 내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는 성명서를 내며 기자회견을 가졌던 것과 관련, 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들이 이 성명서에 서명했음에도 그들의 작품들이 시네마루에서 개최한 기획전에서 대거 상영되고 있는 것.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감독들은 극장이나 영진위 측 그 어느 쪽에서도 연락 한 번 받은 적이 없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감독들은 "시네마루에서 원래 기획한 작품이 상영 취소되자 땜방으로 편성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 영화아카데미 제작연구과정 1, 2기 감독 14명 명의로 발표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는 <장례식의 멤버> 백승빈 감독(왼쪽)과 피켓을 들고 있는 <로망은 없다> 박재옥 감독.ⓒ프레시안

<장례식의 멤버>를 연출한 백승빈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시네마루에 19일 상영됐다는 사실을 상영 당일에야 알게 됐다며, "예전에는 어디에서 상영되는지 정도는 최소 한 달 전쯤 통보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는 연출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영진위의 판권행위의 일환"이라 말했다. 백승빈 감독은 "안 그래도 영화아카데미가 파행운영과 폐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계속 안 좋은 선례로 남을까 두렵다"고 덧붙였다. <그녀들의 방>을 연출한 고태정 감독은 오늘(22일) 아침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동안은 영진위의 배급에 대해 신뢰가 있었는데, 이런 식의 무단상영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고 심경을 전했다. 고태정 감독은 "영진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적인 일들이 과정이 불투명한 이상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연출자는 아예로 열외로 놓고 대화를 안 하려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애니메이션 <로망은 없다>를 연출한 세 명의 감독 중 한 명인 박재옥 감독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내 영화의 상영사실을 이런 일을 통해 알게 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힌 박재옥 감독은 "영진위 전체가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 영화아카데미 원장 자리를 4개월째 공석으로 두고도 아무런 대응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라면서, "영진위가 세금을 받고 할 일을 안 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재옥 감독은 이어 "판권이 있다는 이유로 이런 식의 일이 앞으로도 만연할까 두렵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수요일 상영을 앞두고 있는 <제불찰 씨 이야기>의 이은미 감독은 "트위터를 하던 중 프레시안의 기사를 보고서야 씨네마루 페이지를 확인한 뒤 내 작품의 상영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은 마이너리티인 독립영화 중에서도 마이너리티인 만큼 해외배급도 잘 안 되고 있다. 영진위가 다른 배급은 그렇게 지지부진하게 진행하면서 이런 상영을 이렇게 재빠르게 추진했다"고 밝힌 이은미 감독은 "가능한 많은 관객을 만나기 바라는 게 감독의 일반적인 입장인데, '여기서 보지 마시라'고 말하는 심정에는 만감이 교차한다"며 탄식했다. 또한 이은미 감독은 "독립영화 감독 서명도 몰라서 참여를 못했다"면서, "아카데미 파행운영도 그렇고, 영진위를 둘러싼 일련의 일들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감독들은 성명서에서 "배급 경로를 투명하게 밝히고 책임이 있는 자가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시네마루에 "제작연구과정 전 작품의 상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시네마루 측은 "영진위 및 영화아카데미로부터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작품을 수급받은 만큼 상영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 상영을 계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영진위의 운영자 공모를 통해 선정된 한다협이 운영하고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루'. 자체 기획전 상영작 중 '보이콧 선언'에 참가한 감독들의 작품을 상영해 감독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감독들은 시네마루 측에 "영화 상영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으나, 시네마루 측은 "영화아카데미 측으로부터 적법하게 절차 거쳐 작품들을 받은 만큼 상영을 계속할 것"이라 밝혀 앞으로도 계속 충돌이 예상된다.ⓒ프레시안

시네마루 "절차에 하자없다, 상영 강행" 예고

시네마루 측은 이 날 시네마루 앞에 모인 감독들에게 해명서를 배포하고 "영화아카데미 작품전은 땜빵 상영이 아닌, 이미 오래 전부터 기획되어 담당자와 직접 연락을 통해 준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래 영화아카데미 작품 상영이 기획전 2주차에 예정돼 있었으나, 민병훈, 남기웅 감독이 급작스럽게 1주차에 상영 예정이었던 영화를 철회하면서 1주차에 상영 회수를 추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개별 감독들에 대한 연락 등은 영화아카데미 측에 일임한 만큼, 오해하지 말아달라"고도 밝혔다. 시네마루를 운영하는 한다협의 최공재 이사장은 "이후 몇몇 영화아카데미 작품들에 대해 재개봉을 추진할 예정이며, 그 경우 아카데미 측 배급담당자는 물론 감독들과 사전 협의나 의논을 당연히 거칠 것"이라고 말한 뒤, "그러나 이번 기획전 상영은 2월 4일 영화아카데미의 배급담당자에게 처음 전화를 한 뒤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2월 16일경 공문까지 발송해 영진위의 업무 협조를 받아 진행해온 것인 만큼 상영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영화아카데미 감독 14인은 감독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시네마루에서 계속 영화가 상영될 경우, 이후 상영을 모두 보이콧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일단 상영시간표가 나온 24일까지 오전 10시부터 3시까지 릴레이 1인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다. 내일(23일) 1인시위자로는 <제불찰 씨 이야기>의 곽인근 감독과 이은미 감독이, 24일 1인시위자로는 오늘 베를린에서 귀국하는 <나는 곤경에 처했다!>의 소상민 감독과 <너와 나의 21세기>의 류형기 감독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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