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뮤지컬 '더 매지션스'로도 각색되어 새삼 주목을 다시 받고 있는 <마법사들>은 개봉 당시에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표현하기 어려웠던 색상과 디테일들을 대거 업그레드해서 감독의 원래 의도에 가깝게 향상된 영상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송일곤 감독 역시 이번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에 상당한 만족감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개봉이 특이한 것은, 애초 연극 공연장이던 곳에 영사시스템을 갖추고 영화를 상영한다는 것. <마법사들>을 배급하는 영화사 꿈길제작소는 연극 공연장을 영화 극장으로, 다시 연극 공연장으로 손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극장용 디지털 영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더 매지션스'를 상연한 극장 대학로 창조아트홀에 제안해 이번 <마법사들> 재개봉을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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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마법사들>의 한 장면. 개봉 당시에는 평단의 높은 지지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으나 2009년 뮤지컬 '더 매지션스'로 각색되면서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제공 : (주)꿈길제작소) |
<마법사들>은 <꽃섬>, <거미숲>, <깃> 등으로 독특한 작가세계를 구축한 송일곤 감독이 2005년 발표했던 디지털 영화. 96분 러닝타임 전체를 '원 테이크 원 컷'으로 촬영해 화제를 모았던 이 영화는 2005년 전주영화제 개막작으로 첫 선을 보였으며, 그해 전주영화제의 '디지털 3인 3색' 중 한 편이기도 했다. 이후 부산영화제와 로카르노영화제 등에 초청된 바 있으며, 이듬해인 2006년에 극장에서 정식으로 개봉했다. 개봉 당시 멀티플렉스 CGV를 통해 국내 최초로 디지털로 배급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마법사들>은 흥행에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고, 예산상 DVD로도 제작되지 못해 더욱 팬들의 애를 태웠다. 현재 <마법사들>의 DVD는 일본에서만 출시된 상태다.
<마법사들>이 뒤늦게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영화를 원작으로 2009년 '더 매지션스'라는 제목의 뮤지컬이 만들어지면서다.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인 이른바 인기 '무비컬'로 입소문을 타고 관객을 확대하면서 현재까지도 공연이 계속되고 있다. 기존 <마법사들>의 팬들은 물론, "원작 영화를 보고 싶다"는 뮤지컬 '더 매지션스'의 관객들의 요청이 이어지면서 이번 재개봉의 노력이 더욱 탄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갈수록 스크린 수는 늘어남에도 독립영화와 작은 영화들의 상영/배급의 길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마법사들>의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영화상영용 극장이 아니더라 하더라도 작은 영화, 독립영화가 배급될 수 있는 통로를 넓힐 수 있도록 대안배급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꿈길제작소의 김정호 대표는 "<마법사들>뿐 아니라 지금은 다시 보기 힘든 디지털 영화들을 극장에서 다시 볼 수 있도록 재개봉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조창호 감독의 <피터팬의 공식>과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나쁘거나>의 오리지널 버전을 두고 재개봉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상태다.
아직은 첫 시험단계인 만큼, <마법사들>은 매주 목, 금, 토요일 밤 10시에 한해 하루 1회씩 상영된다. 무대 공연이 없는 월요일에는 특별상영과 감독과의 대화 등의 이벤트가 마련된다. 극장측과 영화사 측은 재개봉 이후 추이를 지켜보고 영화의 상영회차 및 시간대를 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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