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문제를 이렇게 접근해 보면 어떨까? 경제가 정말 '사람들이 먹고 사는 얘기'라면, 아니 그런 얘기여야 한다면, 자신이 서있는 위치에서 가장 자신 있는 부문을 깊이 파보는 것이다. 나는 '한 놈만 팬다'는 정신으로 자신 있는 부문을 깊이 파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넓게 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칡넝쿨을 캐는 것과 같다. 세상만사가 연결되어 있어서, 한 놈만 깊이 파고들면 칡넝쿨처럼 엮인 사안들이 줄기줄기 같이 나오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른바 '자본의 세계화' 덕분(?)인지, 스스로가 자신 있는 부문을 파고들다보면 얼기설기 엉킨 줄기들은 세계 경제를 보는 눈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내가 제안하고 싶은 "자신 있는 부문"이란 생산적인 노동이면 족하다. 카지노나 도박사업의 눈이 아니라, 건설 노동자라면 건설과 관련된 부문을, 제조업 노동자라면 자신이 종사하는 업종 부문을, 대형유통마트 계산원(캐셔)라면 유통 부문을 파고들면 된다. 사람마다 나름의 '개똥 철학'이 있다면, 나름의 '개똥 경제학'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이다. 깊이만 파고든다면 각각의 경제학은 하나의 뿌리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런 취지에서 나는 제조업, 특히 자동차 부문을 깊이 파고들며 얘기를 풀어가도록 하겠다.
메르세데스 벤츠 독일공장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
BMW, 포르쉐와 함께 독일의 럭셔리한 고급차 메이커의 대명사 격인 메르세데스 벤츠 노동자들이 지난 1주일간 간헐적인 파업과 대규모 시위를 지속했다. 모기업인 다임러 그룹이 벤츠의 가장 잘 팔리는 차종인 C-클래스 생산을 미국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포르쉐·다임러의 본사가 위치한 슈투트가르트 인근에 위치한 진델핑겐(Sindelfingen) 공장은 다임러 그룹 최대의 생산 공장으로, 현대차로 따지면 울산 공장에 해당한다. 총 고용인원 수만 2만8800명에 달하는데 이중 C-클래스 생산에만 약 4500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지난해 다임러 그룹이 세계시장에서 판매한 127만 대의 자동차 중 43만9700대가 C-클래스였다. 즉, 다임러 그룹이 판매한 차량 3대 중 1대가 C-클래스였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서유럽에서 팔았지만, 30% 가량은 미국에서 팔렸다.
그런데 돌연 다임러 그룹은 지난 1일 이사회를 열어 미국으로의 생산 이전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진델핑겐 공장 노동자들은 11월 30일부터 일손을 놓고 "해외이전 반대"를 외치며 모여들었다. C-클래스만이 아니라 E-클래스, S-클래스 등 거의 모든 생산라인 가동이 멈춰 섰다. 노동자들은 "C-클래스 생산 이전은 3000명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외쳤다.
이사회가 열리는 12월 1일에는 줄잡아 1만2000명의 노동자들이 운집했으며, 여기에는 인근에 위치한 포르쉐 완성차 노동자들과 세계 1위 부품사 보쉬(Bosch) 노동자들도 모여들었다. 포르쉐 노동자들은 "이 지역에 포르쉐와 다임러 총고용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외쳤고, 보쉬 노동자들은 "C-클래스 해외 이전은 부품사 고용에 직격탄이 된다"며 시위에 가세했다.
하지만 다임러 이사회는 끝내 "C-클래스 생산을 2014년부터 미국 앨라배마의 밴스(Vance) 공장으로 이전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에 분노한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는 지난 주말을 이어 7일까지 지속되었다. 독일 주요 언론들조차 "그동안 유순했던 진델핑겐 노동자들의 태도는 분노 그 자체였다"고 보도할 만큼 놀랄 만한 뉴스였다.
지금 독일에서, 아니 독일 제조업과 자동차산업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다임러 그룹은 그동안 자본가들이 선호했던 '중국행'이 아니라 '미국행'을 선택했을까?
독일 제조업의 '대탈출'(Exodus, 엑소더스)
해외로 생산을 이전하는 사례는 비단 메르세데스 벤츠만이 아니다. 독일의 BMW도 미국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 생산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BMW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이 들리지 않는 이유는, 미국으로 생산이 이전되는 X-3 모델이 본래 캐나다의 마그나 인터내셔널에서 위탁 생산되던 차종이기 때문이다. 즉, 독일에서 생산되던 차종이 아니기 때문에 벤츠 노동자들만큼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한 탓이다.
또한 자동차산업만의 얘기도 아니다. 국내에는 엘리베이터 메이커로 알려져 있는 독일 철강업체인 티센크루프도 미국으로 생산을 돌리고 있다. 몇 개월 내에 티센크루프는 멕시코와 미국에서 공장 가동을 시작할 예정인데, 여기서 생산되는 철강은 벤츠와 BMW가 이전해온 미국 공장에 납품될 예정이다.
독일 일간지 <슈피겔>의 표현을 빌자면, 거의 "대탈출(Exodus)"이라 부를 정도로 유럽을 떠나가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해답의 실마리는 공황으로 인해 더욱 변덕스러워진 환율에 있다.
달러 거품의 붕괴…저달러 고유로가 서유럽 제조업 강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달러 가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말부터 공황이 불어 닥치자 곳곳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부도가 났다.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부동산시장도 무너져 내렸다. 그러자,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안전자산이라고 느낀 투기자본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공황은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 미국 정부는 기업 도산을 막느라 구제 금융과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양의 달러를 필요로 했다. 그 달러는 어떻게 조달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미국 재무성이 24시간 풀가동을 해가며 달러화를 찍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엄청난 양의 달러화가 세상에 풀리게 되었으니, 수요-공급 법칙과 시장 원리에 입각하면 달러 가치는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투기자본이 몰림으로 해서 오히려 달러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실제 가치는 떨어지는데 명목상 가치는 올라간다? 그렇다. '달러 거품'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달러화 가치의 상승 덕에 미국과 서유럽에의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들은 상대적 환율 하락으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었고, 미국 정부의 구제 금융으로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다시 상승하게 되어 미국인들의 구매력이 유지되고 있었다. 적어도 달러화 거품이 만들어지는 동안에는 공황의 발전과 전개가 잠시 주춤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태풍의 눈'에 들어왔다는 신호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거품은 언젠가는 터져서 붕괴하는 법! 달러 거품은 지난 여름부터 급격하게 붕괴되기 시작했다. 달러화의 붕괴는 곧 다른 통화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도 최근 1100원대로 내려앉았는데, 1년 전에 1유로 당 1.3달러를 오가던 유로화 가치는 이제 1.51달러로 20% 가까이 상승했다. 달러화의 붕괴에 따라 유로화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로화 도입 이후 지난 7년 사이 유로화 대비 달러 가치가 무려 59%나 떨어진 것이다. (7년 전 1유로는 0.89달러였다)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그렇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품의 가격이 오르게 되어, 유럽 제조업의 대미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다. 한마디로 유럽에서 만든 상품이 미국 시장에서 안 팔린다는 얘기다. 유럽 제조업 자본가들에게 더 재앙 같은 소식은, 달러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세간의 분석이다. 현재 1유로 당 1.51달러인 환율은 1.7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저달러 고유로' 현상은 단시일 안에 뒤바뀌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런 양상에도 불구하고 투기자본은 달러화를 이용한 돈벌이에 여념이 없다.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로 유로화 등 상승하고 있는 화폐를 사게 될 경우,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투기 수익이 나게 된다. (이게 이른바 세계경제 전문가들이 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이다.) 이러한 투기자본의 행태는 달러화의 가치하락을 더 부채질하게 될 것이고, 모순은 더욱 빠르게 운동하게 된다. 그러나 탐욕에 찬 투기자본은 현재의 상황이 붕괴를 향해 나아간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 달러화만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통화들이 환투기 대상이 되어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럽의 제조업 자본가들은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즉, 이렇게 될 바에 아예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자! 한때 "중국으로!"를 외치던 유럽의 제조업 자본가들은 이제 "미국으로!"를 외치며 너도 나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독일만의 얘기일까?…전체 유럽 전역이 탈출 시도 중
유로화를 사용하는 나라는 독일만이 아니다. 따라서 똑같은 문제가 유럽 전역에 걸쳐 발생한다. 다만 독일에서 가장 빨리 사태 전개가 발생하는 이유는, 독일이 유럽에서 가장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2008년만 해도 독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출을 하는 나라였으나, 공황의 여파로 1위 자리를 중국으로 내줄 상황이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폐차보조금' 제도를 도입했던 독일은, 그만큼 이 제도의 종료도 빨랐다. 지난 9월 초로 50억 유로의 보조금이 고갈되어 중단되자, 내수 시장도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수출경쟁력도 떨어지고 내수시장도 별 볼일 없게 되자 빠르게 미국으로 대탈출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순으로 이런 현상은 퍼져나갈 것이다. 이미 GM이 오펠 매각을 철회하는 대신 전면적 구조조정을 선택했는데, 지난주에 5만 명의 오펠 직원 중 9000명 이상을 정리해고 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독일에서 잘린다.
▲이미 GM이 오펠 매각을 철회하는 대신 전면적 구조조정을 선택했는데, 지난주에 5만 명의 오펠 직원 중 9000명 이상을 정리해고 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독일에서 잘린다. ⓒAP=뉴시스 |
바로 여기에 진델핑겐 공장 노동자들의 위기의식이 점화된 이유가 있다. 이 공장 노동자들은 3년 전만 해도 수천 명의 일자리를 외주화(아웃소싱)하는 계획에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수년간 독일금속노조 지도부가 복지 삭감을 합의하는 양보 교섭을 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바뀐 것이다! 이제 이곳에서 쫓겨나면 다른 일자리도 없다는 것을 오펠의 동료들에게서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만의 얘기도 아니다…일본도, 한국도 마찬가지다
유럽만의 얘기도 아니다. 달러 가치의 하락이 유로화만 고공행진을 시켰는가? 이미 엔화도 달러당 80엔을 오갈 정도로 엄청난 '엔고 현상'을 겪고 있고, 원화 역시 한때 달러당 1700원을 넘보던 환율이 이제 1100원대로 떨어졌다.
일본에서도 독일과 똑같은 현상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도요타, 혼다, 닛산은 20∼60%의 생산 감축을 실시하면서 비정규직부터 먼저 잘라냈다. 도요타는 올해 일본 내 생산을 30%나 줄였으며 비정규직 6000명, 해외공장 정규직 1000명을 감원했다. 일본 내 생산을 줄이면서 마찬가지로 일본 제조업도 미국·캐나다 등 북미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도요타는 실제 SUV 차종인 RAV4의 생산 기지를 지난해에 캐나다로 옮겼고, 또 다른 SUV 제품인 하이랜더를 지난 10월부터 인디애나주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 하이브리드차종인 프리우스를 미시시피주 블루스프링스에 건설 중인 신규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을 하고 있다.
한때 달러 가치가 높아질 때 돈벼락을 맞았던 한국의 수출기업들이, 이제 달러 가치가 떨어지자 독일·일본 자본가들이 쓰는 수법을 베껴 쓰려 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 경제는 독일과 일본보다 수출의존도가 훨씬 높다. 게다가 독일의 폐차보조금 제도에 해당하는 '노후차량 세제지원' 제도도 올해 연말이면 종료될 예정이다.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공장이 지난 11월 16일부터 쏘렌토R을 만들며 생산가동을 시작했고, 곧바로 현대차는 멕시코에 '북미 제3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발맞추어 포스코가 캘리포니아에 고급 강관공장을 준공했다. "미국으로!"를 외치는 것은 독일과 서유럽 자본가들만이 아니며, 바로 일본과 한국 노동자들의 코앞에 닥친 현실이기도 하다.
▲ 한때 달러 가치가 높아질 때 돈벼락을 맞았던 한국의 수출기업들이, 이제 달러 가치가 떨어지자 독일·일본 자본가들이 쓰는 수법을 베껴 쓰려 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의 미국앨라배마 공장.ⓒ연합뉴스 |
대탈출의 결과는?
사실 위에서 "미국으로!"라는 얘기를 주로 했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다. 공황으로 인해 변덕스러워진 환율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제조업 자본은 점차 "미국에서 팔릴 상품은 미국에서, 유럽에서 팔릴 상품은 유럽에서, 중국에서 팔릴 상품은 중국에서 생산하자!"는 전략으로 돌아선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제 국내에서 생산되는 상품은 점차 내수용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몇 차례의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지금 현대기아차가 해외 현지생산을 늘리며 국내 생산을 줄이고 있는 점, GM대우차의 잘 나가는 차량들도 해외 현지생산으로 돌리고 있는 점을 보면 그 사실이 분명해진다.
그 결과는 진델핑겐 공장 노동자들이 "3000명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독일판 "해고는 살인이다"를 외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다행히 독일 노동자들은 즉각적인 파업과 시위, 그리고 인근의 완성차와 부품사 노동자들까지 가세한 공동투쟁으로, 지난 7일 다임러 그룹의 CEO 디터 제체 회장은 1만5000명의 노동자들 앞에서 "C-클래스 생산 이전으로 외주화돼 사라지는 1800개의 일자리는, 다른 부문에서 2000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 보장 하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한국으로 따지면 현대차 울산공장 1만 노동자들 앞에서 정몽구 회장이 고용보장을 약속했다는 말인데, 이날 디터 제체 회장은 그런 약속을 하면서도 노동자들의 야유와 분노에 찬 호루라기 세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 여전히 오펠 9000명 해고를 비롯해 고유로 현상으로 인한 독일과 서유럽 제조업의 대탈출은, 불가피하게 서유럽에서 자본과 노동의 대회전을 촉발시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불은 조만간 일본과 한국에서도 반복된다. 엄청난 고용불안, 제2·제3의 쌍용차 사태….
어쩌면 복수노조·전임자임금 문제에서 경총의 태도에 불만을 표명하며 탈퇴를 선언한 현대기아차 그룹은, 경총 지도부에게 문제를 제기했다기보다 조만간 다가올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노동자의 저항을 확실히 분쇄하기 위해 전임자임금의 완전 금지를 주장했던 것이 아닐까? '경총 탈퇴 선언'은 경총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노동자들에 대한 선전포고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밑바닥을 살아가는 이들의 '개똥 경제학'을 위해
"두바이 다음은 중국" - 최근 한국을 찾은 세계경제 전문가들이 이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어쩌면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바로 그런 분석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일단 어려운 경제전문용어들이 풍기는 '포스'에 주눅이 들게 되고, 뭔가 근접하기 어려운 얘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그 전문가들의 주장에 반기를 한번 들어보자는 취지로 이 글을 적는다. 어차피 내가 틀려봐야 세계경제 전문가와 붙어서 진 것인데,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확신하건대, 밑바닥을 살아가는 노동자와 민중들이 직접 겪고 부딪히는 일자리의 문제, 먹고 사는 문제가 경제의 핵심이라면, 나는 이런 방식의 접근이 전문가와 붙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중국은 위안화를 사실상 일정 비율로 달러화에 고정시켜 놓았다. 변동 환율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환율 정책으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83위안 대에서 거의 고정되어 있다. 즉, 달러 가치 변동에 따라 거의 똑같이 위안화 가치가 변동되기 때문에, 달려 환율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컨대 세계경제 전문가의 분석이 옳은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종사하는 전문 분야를 깊이 파고들면 오히려 "두바이 다음은 서유럽"이 된다. 물론 중국의 위기를 점치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금융부문의 붕괴를 점치고 있는 것인데, 금융이라는 것이 본래 '돈 놓고 돈 먹는 곳' 아니던가? 다시 말해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와는 좀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메르세데스 벤츠 노동자들의 시위가 이어지던 12월 1일과 2일, 다임러 주식은 독일 종합주가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즉 "독일 노동자들이 해고 위협에 처해있다"는 소식에 주식시장은 환호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주식시장·금융시장이 어딜 봐서 "먹고 사는 문제"란 말인가?
그렇다. 우리는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 아니 "사람이 사는 문제"를 경제의 핵심 문제로 되돌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금 내가 발딛고 서있는 곳을 깊숙이 파보자. 미네르바가 뭐 별천지 사람인가? 너도 나도 이런 '개똥 경제학'을 자신의 삶의 문제로부터 깊이 파고든다면 누구나 '미네르바'가 될 수 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미네르바가 된다면, 정부도 함부로 잡아가지는 못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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