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하순에 크레인 위에서 노동자들이 고공농성까지 벌였던 전남 순천의 현대하이스코 공장에서 노사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공장의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 61명이 당시 고공농성을 벌인 끝에 노조 인정, 고용 보장, 민형사상 책임 최소화 등을 골자로 하는 '노사 확약서'를 사측으로부터 끌어냈지만, 1월 현재 이 확약서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 노조에 72억 손해배상 청구 소송**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은 최근 비정규직 노조를 상대로 72억3000여만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광주지법 순천지원에 제기했다.
사측은 지난해 10월 24일부터 비정규직 노조원 61명이 공장 내 크레인을 점거하고 11일 동안 농성을 벌이는 바람에 제품손실 등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공장의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노조의 농성으로 패해액이 570여억 원에 달해 외국계 주주 등이 유사 사태의 재발 방지와 손실 보전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손배소를 제기한 배경을 설명하며 "손실액에 비해 손배배상 청구 금액은 매우 적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조, "확약서 정면 위반" 반발**
하지만 노조 측은 사측의 이번 손배소송 제기는 사실상 노조탄압인 동시에 '확약서'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확약서'란 지난해 고공농성을 마무리하면서 순천시, 노동청 등의 중재로 현대하이스코와 이 회사의 하청업체, 노조 등이 함께 작성된 문서를 가리킨다. 이 확약서에는 △하청업체에 결원이 발생할 경우 해고자 우선 채용 △노조활동 보장과 함께 △농성사태로 인한 민형사상 책임 최소화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이 공장 비정규직 노조의 이병용 사무국장은 "지난해 11월 체결된 확약서의 내용 중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최근 하이스코 측의 손해배상 청구는 사측이 노조탄압을 노골적으로 하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확약서 체결 이후 해고자 더 늘어**
실제로 지난해 11월 체결된 확약서는 사실상 이미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사측이 72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 자체가 민사상 책임을 최소화하기로 한 확약서의 내용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고공농성을 이유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노조원은 박정훈 노조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16명이다. 이들이 검찰로부터 구형받은 형량을 모두 합치면 53년6개월(박정훈 위원장은 5년)에 이른다.
이런 사실은 민형사상 책임을 최소화하기로 한 확약서 내용을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확약서 미이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노사는 하청업체에 결원이 발생할 경우 해고자(노조원)을 우선 채용하기로 합의했지만, 확약서 체결 이후 두 달 가량 지난 1월 현재 신규채용은 커녕 해고자만 더 늘어난 상황이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하이스코의 하청업체인 유성TNS와 남광산업이 최근 폐업했고, 일부 하청업체는 농성 참여자에 대해 불법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해 말 모두 8명을 해고했다.
이병용 사무국장은 "확약서를 체결할 당시부터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지만, 그래도 믿고 도장을 찍었다"며 "확약서 잉크도 마르지 않은 현재 사측이 노골적으로 노조를 탄압하고 나선 만큼 노조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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