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부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 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식수와 식빵 등 간단한 음식물이 농성 시작 열흘만에 처음 반입됐다.
***농성 열흘만에 음식물 반입…물, 식빵, 잼 등**
음식물 반입을 극구 거부하던 현대 하이스코 측이 음식물 반입을 허가한 것은 31일 자정경으로 이날 오후 5시 현장 점검 차원에서 공장을 방문한 허준영 경찰청장과 나상묵 순천 공장장 간의 면담에서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철희 현대 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노조 교육선전부장은 1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식수, 식빵, 잼, 검정콩, 초콜릿 등 음식물이 31일 밤 자정을 조금 넘은 시각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음식물은 사측의 시설보호요청으로 공장 안에 배치된 경찰 병력이 농성자 가족들과 노조 관계자들이 준비한 물품을 농성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내려놓으면, 일부 농성자들이 크레인에서 내려와 가져가는 방법으로 전달됐다.
이렇게 농성 열흘만에 음식물이 반입됐지만, 그 과정은 진통에 진통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31일 오후 5시 허준영 경찰청장과 나상묵 공장장의 합의 소식이 전해질 때만 해도 정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농성자 가족들과 노조 관계자들은 한 시름 덜었다는 분위기였다.
허 청장보다 조금 앞서 현지에 내려온 단병호·심상정·이영순 의원과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지역사무소 이정강 소장도 사측에 "인도적 차원에서 음식물 반입을 허가하라"고 촉구한 바 있어 농성자 가족들은 최소한 농성자들이 배고픔은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 청장-나 공장장 간의 합의 이후 가족들은 서둘러 간단한 음식물을 준비해 공장 안 반입을 시도했지만, 정작 음식물을 들고 들어가는 경찰을 사측이 고용한 용역 경비대가 막아서면서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장철희 교육선전부장은 "허 청장과 나 공장장 간의 합의로 일이 다 된 것으로 알았는데, 막상 용역 경비대가 음식물 반입을 막아서자 황당할 뿐이었다"며 "가족대책위와 노조는 정문 앞에서 촛불시위를 하며 음식물 반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가족대책위와 노조 관계자 수십 명은 공장 정문 앞에서 31일 자정까지 촛불시위를 진행하며 음식물 반입 성사 여부를 가슴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밖에 31일 오후에는 송현숙 가족대책위 위원장 등은 상경해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과 서갑원 의원을 직접 만나 음식물 반입과 강제 진압 중단 등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현대 하이스코측은 여전히 농성자 자진해산을 종용하고 있다.
사측의 한 관계자는 1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음식물 반입을 인도적 차원에서 하라고 하는데, 왜 남의 회사에 들어와 불법 농성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느냐"며 31일 밤 음식물 반입에 대해 불쾌함을 토로한 뒤, "회사 입장에서는 농성자들이 하루 빠리 자진해서 크레인에서 내려오는 것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남의 회사'라고 말하는 이유는 농성자들이 현대 하이스코와 하도급계약을 맺고 있는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에서는 하청업체를 실제로 감독하고 있는 것은 현대 하이스코 측이라며 이번 사태 해결도 현대 하이스코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현대 하이스코 사태는 지난달 24일 이 회사 하청기업 노동자 61명이 △노조 인정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21m 높이의 공장안 크레인에 올라가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자 이를 이유로 해당 하청업체가 6~8월 잇따라 위장폐업해 자신들을 해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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