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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야간 집회 금지, 헌법 불합치…내년 6월 자동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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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야간 집회 금지, 헌법 불합치…내년 6월 자동 폐기"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검·경, 촛불 시민 공소 취하해야"

헌법재판소가 야간 옥외 집회를 금지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4일 집시법 제10조와 벌칙 조항 23조1호를 두고 5(위헌)대 2(헌법불합치)대 2(합헌)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를 선언했다.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6명)를 채우지 못해, 단순 위헌이 아닌 헌법 불합치 결정이 선고된 것.

헌법 불합치란 해당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즉각적인 무효화로 인한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따라서 집시법 10조와 23조1호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내년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며, 그때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7월 1일자로 자동 폐기된다.

집시법 10조는 일출 전이나 일몰 후 옥외 집회를 금지하고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관할 경찰서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동법 23조1호는 이를 어겼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한 헌법 21조2항을 위배한다는 점에서 그간 논란을 빚어왔다.

"야간 옥외 집회 금지는 집회의 자유 침해"

이강국·이공현·조대현·김종대·송두환 재판관 등 5명은 "집시법 10조는 헌법 21조 2항이 금지하는 집회의 사전 허가제에 해당해 헌법에 위반되고, 그에 따라 집시법 23조1호 역시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이어 "세계 각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영국·독일·일본·오스트리아 등은 야간 옥외집회를 특별히 금지하거나 행정권에 의한 허가의 방법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으며, 프랑스에서는 밤 11시 이후의 집회만을, 러시아의 경우에도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의 집회만을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형기·목영준 재판관 등 2명은 "집시법 10조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허가제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나,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야간 옥외 집회를 제한,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 불합치 의견을 냈다.

반면, 김희옥·이동흡 재판관은 "집시법 10조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내용중립적인 시간적 기준에 의한 시간적 제한으로서 헌법 21조 2항에 위배되지 않고,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한편, 조대현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더라도 위헌 법률로 인한 형사 처벌을 막기 위해 집시법 10조와 23조1호의 적용을 허가해선 안 된다"며 '적용 중지 의견'을 냈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10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며 촛불 집회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참여연대 안진걸 사회경제국장의 위헌 법률 심판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이뤄진 것이다.

현재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은 총 60건(207명), 재판 중인 사건은 298건(913명)으로, 이번 헌재의 결정에 따라 이 사건들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1994년 같은 조항에 대해 8대 1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 24일 헌번재판소는 야간 옥외 집회를 금지한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제10조와 벌칙 조항 23조를 두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프레시안

"시대의 흐름과 사회적 변화 반영한 합리적인 결정"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헌재의 결정 직후 성명을 내고 "시대의 흐름과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합리적인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국민대책회의는 "지난 1994년 같은 조항이 합헌임을 선언한 지 15년 만에 야간 집회 금지가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과잉한 규제임을 확인한 뜻 깊은 결정이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검찰과 경찰은 더 이상 이런 위헌적 법을 근거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로운 집회, 시위 참여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기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대책회의는 "다만 헌법재판소가 즉시 법의 효력을 정지시키지 않고, 내년 6월 30일까지 시한을 두고 법을 개정할 것과 그때까지 잠정 적용을 명한 것은 법적 혼란과 인권 침해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재 법원에는 1000건이 넘는 촛불 집회 사건이 있으며, 법원은 집시법 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을 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사건 진행을 중단시켜 놓은 상태"라고 지적한 뒤 "헌재의 결정은 지금 이 조항으로 기소된 국민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라는 모순되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원은 이번 결정의 취지를 존중해 위헌이 확인된 집시법 상의 야간집회 금지조항을 적용한 검-경의 무리한 기소에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촛불 시민들에 대한 무죄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검-경 또한 공소를 취소해야 할 것이며, 무리한 집시법 적용으로 과잉규제의 전횡을 휘둘러온 것을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국민대책회의는 "아울러 일반교통방해 위헌 제청에 대한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도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며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제185조)의 집회·시위 적용 관례에 대해서도 상식적인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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