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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석학' 정운찬은 어디가고 남은 건 '정명박'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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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석학' 정운찬은 어디가고 남은 건 '정명박' 뿐

[인사청문회] 'MB 코드 맞추기' 충성 서약 방불

인사청문대에 선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게서는 서울대 교수, 경제석학으로서의 모습은 사라지고 '이명박 정부의 관료 후보'의 이미지만 읽혔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는 감세 등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일관성 유지'를 강조했고, 부동산 및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서도 한정된 시간의 답변이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관점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정책? 일관성 중요…청년실업? 눈높이 낮춰야"

최근 '전세난'에 대해 정 후보자는 "뉴타운을 개발하면 새로운 주택을 개발하는 동안 원주민들은 어디론가 가야하기 때문에 전세난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현상 진단을 했지만, 대책에 대해서는 "그래도 방법은 공급을 많이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보금자리 주택과 LTV, DTI(주택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 등 어떤 것을 쓰더라도 최선과 차선에 커다란 차이 없이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고 '일관성' 강조에만 그쳤다.

다만 이어진 추가질의에서는 'LTV, DTI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의 주장에는 "미국 금융위기의 경우 '묻지마 대출에서 출발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정부가 DTI, LTV 규제를 통해 주택 가격을 그나마 안정시키는데 기여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청년 실업' 대책에 관한 질문에도 정 후보자는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인식을 드러냈다. 정 후보자는 "대학진학률이 높아져 거의 모두 대학을 가고, 굉장히 높은 샐러리(봉급)의 직장을 가려하니 청년실업은 일방적으로 자리가 없는게 아니다"면서 "청년들에 대한 계도라든지 인포메이션(정보)를 제공해서 해결할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의 전문 분야인 금융관련 분야에서도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이 '금융 감독 체제 강화'에 대한 질문을 하자, 정 후보자는 "교수 때는 의원님과 같은 생각을 가졌지만, 총리 후보자로서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만 말하고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 질문을 메모하고 있는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프레시안

감세 반대론자?…"신중론자로 해두자"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이 '정 후보자는 감세 반대론자죠?'라고 물을 때도 정 후보자는 "신중론자로 해주시죠"라고 피해갔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이명박 정부 감세의 혜택이 실제로 중산층과 서민에게 돌아갔느냐'고 물을 때는 "최근 경험적 연구를 게을리 했기 때문에 긍정도 부정도 못하겠다"고 역시 답변을 회피했다.

정 후보자는 단지 "대통령께서 친서민 정책을 쓰면서 감세 정책이든 다른 정책이든 어려운 사람들에게 혜택을 많이 가게 하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할 뿐이었다.

총리로 취임하게 된다면 당장 '발등의 불'이 될 공무원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문제에 대해서는 "어제 보고 받았지만 아직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면서도 "공무원 노조가 정치적 단체활동을 많이 하는 민노총에 가입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정 후보자가 '뜨거운 감자'로 만들어버린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예정된 사업비 23조 원보다 조금 더 들여서라도 자족 기능을 갖춘 도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9부2처 등의 행정기관 이전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독일의 예를 볼 때 기관의 분산은 비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다"며 '원안 추진'에는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계속되는 세종시 추궁에 정 후보자는 "나라 전체의 효율성과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다시 한 번 논의해보자는 것"이라며 "절대 예산을 줄이지 않을테니 지역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안을 내놓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MB '서민 위한 일 좀 합시다'에 마음 움직여"

▲ 정운찬 후보자. ⓒ프레시안
이날 답변의 하이라이트는 정 후보자가 이명박 대통령과 정서적 교감이 있다고 털어놓은 대목이다. 매개는 '서민'이다.

'총리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만났는데 이 대통령이 '정 교수도 서민 출신이고 나도 서민 출신이다. 서민 위한 일 좀 합시다'라고 말했을 때 (마음이) 상당히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 후보자는 "(내가) 서민 문제를 다른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민의 사정을 잘 아는 이유는 자신이 겪은 50~60년대의 가난이다.

정 후보자는 "아버지가 서울로 이사 오신 후 초등학교 3학년 때 돌아가셨다. 3학년 때부터 중3까지 6년동안 명절과 제삿날을 빼고 쌀밥을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주로 외국 원조 옥수수를 먹었다. 아침에는 옥수수떡, 저녁에는 옥수수죽. 중1부터 가정교사를 했고, 고1부터 입주 가정교사를 했다. 학교에 점심을 싸가 본 적이 없는데 점심 때면 뒷동산에 가서 놀았지만, 비 오는 날에는 갈 데가 없어 창피하기도 했다.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고 한참을 설명했다.

"중도실용 대통령과 생각이 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나와 (대통령의) 생각이 같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나는 일생을 중도적 입장을 취해왔고, 실사구시 입장에서 실용 추구를 해왔다"며 "어떤 때는 보수적인 분들이 나를 진보적이라 하고, 진보적인 분들은 나를 보수적이라 할 정도"라고 부연했다.

정 후보자는 "나는 바뀌지 않았는데 세상이 바뀌어 내가 비난을 받는다"며 "나는 누가 뭐라해도 중도다. 사회과학자로서 실용을 주창해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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