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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성폭력 가해자…누가 잡고 처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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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성폭력 가해자…누가 잡고 처벌할까"

여성단체 "예방 교육과 사후 대책 마련 필요"

#1.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A씨는 지난 8월 29일 열린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범국민 추모 대회' 현장에서 경찰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어 폭력을 당했다. 당시 경찰은 사진 채증을 하며 서울광장에 앉아 있는 용산 참사 유가족을 비롯한 집회 참가자를 수많은 병력으로 에워싸고 있었다

주변에서 경찰폭력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던 A씨가 경찰의 사진 채증에 항의하자 경찰 중 한 명이 "지금 안에서 남자들이 성기를 노출하고 오줌을 싸고 있다. 그래서 찍는 것이다"라며 "안에서 오줌 싸고 있는 걸 알고서나 그런 말을 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주변 경찰들도 "안으로 들여보내줄까"라며 그를 비웃었다.

이 말을 들은 A씨는 증거 확보를 위해서 성희롱을 한 경찰을 카메라로 찍으려 했지만 주변 경찰들이 이를 가로막으며 방해했다. 경찰 부대 지휘관은 "그만하고 법적으로 해결하라"며 가해자의 신원 확인을 해달라는 유 씨의 요구를 묵살했다.


#2. 지난 7월 30일에는 혜화경찰서 대학로 지구대 소속 경찰관 3명이 1인 시위를 하던 재능교육 지부 여성조합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조합원의 가슴을 쥐어뜯는 일도 발생했다. 그 자리에서 "성희롱"이라고 문제제기를 하는 조합원에게 경찰은 도리어 폭언과 욕설을 내뱉었다.

공권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를 규명할 기관은 어디며 또 보호해야 할 주체는 누구일까. 집회 및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성폭력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 9일 여성단체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속되는 경찰의 성폭력 사태에 대한 대책 마련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프레시안

"기본적인 성폭력 예방 교육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가"

9일 고려대여학생위원회, 다산인권센터, 인권운동사랑방 등 18개 단체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이유는 경찰의 남성중심적 조직 문화 시스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언어 성폭력과 성적 수치심을 불러오는 행동들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생각하는 왜곡된 시각이 깔려 있다"며 "이러한 성폭력 범죄를 근절해야 할 책임을 지닌 공권력이 성폭력 가해자가 되어 여성을 억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군대식 관료 조직인데다 경찰 조직의 독성을 완화하기 위한 규범과 노력이 매우 불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지적하며 "여성발전기본법 및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직무규칙에서 규정한 성폭력 예방 교육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현재, 성희롱 관련 법은 성희롱 예방 교육을 모든 공공기관이 연 1회 이상 실시하도록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 직무규칙 제5장 집회·시위시 인권 보호 제89조'에는 "상설부대 지휘관은 전·의경의 인권 의식 함양을 위한 인성교육 및 기타 인권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찰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

이들은 "예방 교육도 교육이지만 성폭력 가해자인 경찰에 대한 조사와 처벌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성폭력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찰 지휘부는 가해 경찰들 중 한 명이 도망치는 것을 방조 내지 지시하거나 신원확인 요구를 묵살하면서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두둔하는 행태를 보였다"며 "조직 보신 논리에 의해 사건을 무마하여 해당 사건을 경미한 것으로 다루고자 하는 지휘관들의 안이한 태도가 성폭력 발생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건이 공개적으로 폭로되고 논쟁거리가 되어 전체 경찰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두려워한 경찰 지휘부가 자신의 직무를 유기하고 오히려 가해 공범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폭력 줄이기 위해 예방 교육과 사후 처리 지침 필요"

이들은 "성폭력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문제 발생 이전에 가해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성폭력 예방 교육이 중요하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 교육 및 사후 처리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경찰 복무규정과 직무규칙을 개정하고 적극적인 조사를 통해 가해자들을 색출, 형사법적 처벌을 받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경찰의 자정 능력을 촉구했다.

명숙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작년 촛불 집회 때만 해도 경찰의 성폭력 사건이 집회 현장에서 벌어지면 그것에 대해 경찰 지도부는 가해자를 찾으려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며 "이는 정부의 공안 통치와도 무관치 않다"고 달라진 경찰 태도를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경찰청과 해당 경찰서는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경찰의 성폭력과 관련해 "대답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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