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세상이 '나영'을 향해 귀를 닫았다. '꿈'을 외치며 미래를 그렸던 열정도 사그라졌다. 시간이 갈수록 생의 가방은 채워지는 대신 점점 간소해진다. 신발마저도 허기에 지쳐 내딛는 걸음마다 비틀거린다. 마음의 응어리를 소리로 뱉어내려 하지만 조용한 밤의 사람들은 시끄럽다고 면박을 준다. 외롭다, 외롭다 읊조리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결국 한 칸짜리 방뿐이다. 그런 '나영'이 오늘밤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바로 사랑하는 일이다. 어수룩한 몽골청년을 사랑하고, 옆방에 사는 과부를 사랑하고, 반신불구 딸을 위해 기저귀를 빠는 주인할머니를 사랑하고, 회사에서 쫓겨난 사회의 낙오자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영'이 사랑해야할 그들과 함께 '빨래'를 한다. 지친 밤, "실컷 울고/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리기" 위해 빨래를 한다.
관객들은 스물일곱 '나영'의 내일을 응원한다. 그녀의 문학에 대한 열정은 고작 서점 비정규직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나영'을 향한 응원이 우리를 향한 것이기에 쉬지 않는다. 지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쓰는 우리를, 뮤지컬 '빨래'의 '나영'이 응원한다. 참는 게 지겹지만 살아있기에 지치는 것을 아는 '나영'이 우리를 위로하며 노래를 부른다.
"바람이 우릴 말려줄 거예요/ 당신의 아픈 마음 꾹 짜서 널어요/ 당신의 아픈 마음 털털 털어서 널어요/ 당신의 아픈 마음 말려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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