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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내기? 오세훈 시장, 종교계에 '용산 참사' 중재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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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내기? 오세훈 시장, 종교계에 '용산 참사' 중재 요구

천주교 거부…"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중재 요구할 수 있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천주교, 조계종 등 종교계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종교계가 '용산 참사' 중재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한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종교계의 중재만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종교를 이용하려는 태도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 시장은 용산 참사 발생 이후 지금까지 약 7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켜왔다.

종교계 안팎의 전언에 따르면, 21일 오세훈 시장은 천주교 서울교구 김운회 주교, 대한불교 조계종 지관 총무원장을 차례로 예방한 자리에서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해 종교계가 중재에 나서 줄 것을 요구했다.

"용산 참사 해결 위해 중재? 결국 종교를 이용하자는 것일뿐"

오세훈 시장은 김운회 주교를 만난 자리에서 "용산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며 "찬바람이 불기 전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천주교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 달라"며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해 천주교가 중재를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오 시장은 지관 스님에게도 같은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교구 김운회 주교는 이런 오 시장의 중재 부탁을 거절했다. 그는 "(정부와 유가족 간) 이해관계의 문제이고, 시민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과정에서 달리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특별히 중재에 나설 의사가 없음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용산 참사 현장에서는 매일 저녁 7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주최로 촛불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프레시안

이강서 서울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용사 참사 유가족들이 요구하고 있는 정부의 공식 사과, 피해 보상, 생계 대책 등에 정부가 전혀 대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계가 나서서 중재를 서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유가족과 정부가 교섭을 진행하다가 막혀서 종교계가 중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교섭도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중재를 해달라는 것을 종교계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며 "결국 유가족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설 수 없어 종교를 이용한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의 요구에 대한 조계종 지관 스님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오세훈 시장, 자기 손에 피 안 묻히고 해결보자는 속셈"

용산 참사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정부와 유가족 간은 단 한차례의 교섭도 진행되지 않았다. 유가족 측은 대화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묵살하고 있는 상황이다. 7개월이 넘도록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시신은 땅에 묻히지 못하고 냉동고에 안치돼 있다.

오세훈 시장도 마찬가지다. 용산 참사 유가족들은 재개발 사업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오 시장에게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수차례 촉구했지만, 그는 지난 7개월 동안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실제로 용산 참사 관련해 지난 7월 14일 야4당이 서울시에 철거민과 유가족의 생계를 위해 임시 상가와 선임차권 제공을 요청했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는 "다른 세입자들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거절했다.

▲ 고 이상림 씨의 며느리이자 현재 구속된 이충연 씨의 부인인 정영신 씨는 지난 6일 용산 참사 희생자를 위한 천도위령법회에 참석했다. ⓒ프레시안

이런 오세훈 시장의 이중적 행보를 놓고 "자기 손에 피 안 묻히고 해결을 찾아보자는 꼼수"라는 비난을 일고 있다.

류주형 '이명박정권살인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오 시장은 유가족들이 요구한 안에 대해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중재에 나서줄 것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용산 참사의 정리를 위해 중재에 나서달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정치, 행정 책임자가 자신이 해결을 위해 안을 내놓지도 않은 상태에서 종교계에게 중재에 나서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이제껏 평화적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는 종교계의 성의를 기만하며 뒤로 숨는 행위"라며 "이제라도 정부와 서울시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종교계 예방과 관련해 "용산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가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주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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