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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국제사회의 '문제아'가 될 것인가"

[기고] 오답뿐인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드디어 이명박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한국 사회에 던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지난 8월 4일 '국가 온실가스 중기(2020년) 감축 목표 설정을 위한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번 발표는 올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제사회는 인류 문명을 지속하려면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장기 목표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등 주요 국가 역시 이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중기 감축 목표를 법으로 규정하거나 준비 중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장기 목표 실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번 시나리오들은 한마디로 말해서 "깬다."

현재 한국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의무 감축하기로 한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 대상국이 아니다. 그러나 EU를 비롯한 다수의 선진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전 세계 NGO들은 2013년부터 시작되는 2차 의무 공약 기간에 한국이 포함되어야 함을 줄곧 강조해왔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이 1위이며, 온실가스 배출은 전 세계 9위이다. 배출전망치(BAU)대로라면 곧 영국을 제치고 8위로 등극할 예정이다. 그만큼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로 지구 온난화와 기상 이변에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아무리 국제순위에 목을 매는 나라이지만 이런 성적표는 불명예다.

▲ 기후 변화 위기에 직면한 국제사회는 한국에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간단치 않은 문제를 제출했다. 한국은 이 문제에 정답을 작성해야 한다. ⓒ프레시안
기후 변화라는 지구적 위기 상황에 직면한 국제사회는 한국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라는 문제를 제출했다. 이미 답도 나왔다. OECD 국가 등 선진국은 2020년에 1990년 대비 25~40% 감축 목표치를 선택지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출제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답안지를 작성했다.

이명박 정부는 오답인 3가지 답안지를 새로 작성해 문제의 취지를 훼손했다. 바로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①21%, ②27%, ③30%를 감축하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개발도상국에 대해 배출 전망치 대비 15~30% 감축을 촉구했다는 점을 들어 풀기 쉬운 문제로 바꿔치기 한 것이다. 그리고 "획기적"인 답안이라고 자화자찬한다.

녹색성장위원회가 발표한 바와 같이 3가지 시나리오는 2005년 대비로 환산하면, 각각 ①8% 증가, ②동결, ③4% 감소에 해당한다. 1990년 대비로 환산하면 100% 정도 증가한 수치라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2005년을 기준으로 삼아도 기껏 4% 감소가 최선이다. 이런 문제를 국민들에게 내고 선택하라고 하는 것은 차악도 아닌 최악을 강요하는 것에 불과하다.

녹색성장위원회가 배출 전망치를 고집하는 이유는 숫자놀음으로 자신들의 셈법을 "획기적인 것"으로 포장하기 위함이다. 2030년까지의 유가, 인구, 경제 성장률을 전망해 배출 전망치를 예측했는데, 유가 전망의 불확실성은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정되고 있다. 그 근거로 들고 있는 미국 에너지정보청 역시 마찬가지이다. 또 1년 전 발표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금번 감축 시나리오의 배출 전망치에 큰 차이가 나는 만큼, 정부의 계산은 믿음을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미래의 자연 증가분을 반영한 배출 전망치를 기준으로 삼으면, 비율상으로 감축량이 많게 보이는 착시 효과는 있을지언정 절대 감축 효과는 미비하다. 녹색성장위원회가 참고하는 주요국의 감축 목표 발표 현황을 보아도 보수적인 수치에 속한다.

한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산업, 에너지 효율성 제고 산업 등 저탄소 녹색 산업으로 생산과 고용 증대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효과를 밝히고 있다. 현재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이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그만큼 녹색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고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합의와 참여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덴마크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원자력 개발을 포기했다. 대신 에너지 효율과 재생 가능 에너지를 추구하면서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덴마크 국민은 그 성공을 정치적 의지의 결과로 설명한다. 한국 역시 위기의 순간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녹색 성장 운운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통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주창하는 녹색 성장과 금번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한 묶음으로 이해해야 한다. EU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 감축하고 동시에 재생 가능 에너지를 20% 확대한다는 이중 전략이 가진 시너지효과의 의미를 명심해야 한다.

반면 한국의 재생 가능 에너지 목표치는 2013년 3.8%(녹색성장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 2030년 11%(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만큼이나 낮다. 더 효과적이고 강력한 정책 수단으로 산업, 교통, 가정, 상업 전 분야에 걸쳐 녹색을 극대화하면, 온실가스 감축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마지막 문제는 '녹색 국가'를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가 사회와 소통에 나설 것인가, 아니 그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부분이다. 지난 7월 6일 정부는 헌정 사상 최초로 '녹색 성장 국가 전략'을 통해 '녹색 국가'라는 새로운 국가모델을 제시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모든 사안마다 어떤 비판에도 흔들리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고 있다.

역시나 녹색국가의 진정한 가치에 부합하는 실체적 노력의 흔적을 감지하기 어렵다. 민주주의 후퇴가 회자되는 시점에서 민주주의와 생태주의의 결합을 통한 녹색 거버넌스를 주장하기엔 무리가 있다. 결국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대국민 여론 수렴 과정은 한낱 쇼에 불과할 것이다. 정부 스스로가 코펜하겐 협상 진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의무 감축은 지속적으로 거부하겠다는 태도 또한 아이러니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환경단체는 토론의 가치도 없는 정부안을 논하기 보다는, 오히려 생태민주주의적 녹색 국가를 지향하는 아래로부터 민주주의를 심화·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린칼라 이코노미>로 잘 알려진, 현 미국 백악관 환경특별보좌관인 반 존스조차도 약탈경제론자와 구조조정 만능론자를 후원하는 정부를 '그린 뉴딜'의 적으로 간주한다.

한국의 환경단체는 현재의 패권 구조, 정·경·언 유착과 회색 자본의 이해관계에 맞서 진보 진영과 시민사회의 열정적인 세력과 신생 그린 비즈니스의 합리적인 이해관계가 제휴하는 형태의, 저항적인 '기후 친화적인' 그린 성장 동맹을 형성하는 일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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