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국보법 위반으로 출근길에 구속 수감

시민단체 "합법 회의 참석이 불법이라니…"

임신 7주차인 임신부가 출근길에 구속 수감됐다.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주된 혐의는 2006년 중국 심양에서 열린 615남북공동선언실천 공동위원회에 참가했다는 것. 하지만 공동위원회는 지난 노무현 시절, 정부가 허가한 합법적인 회의였기에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두고 "강희락 경찰청장이 취임과 동시에 비공개로 진행했던 '안보위해 사범 100일 수사계획'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아침, 직장에 출근하려 집을 나선 김은혜 씨는 자신을 국정원 및 서울시경 소속이라 밝힌 사람들에 의해 연행됐다. 연행에 앞서 이들은 김은혜 씨의 집과 직장을 동시에 압수수색했고, 연행 뒤에는 김 씨를 곧바로 서울구치소로 이송했다. 불과 4시간 만에 이뤄진 일이다.

민주노동당 당원이자 615공동선언을 실현하는 청년모임 소풍 회원이기도 한 김 씨가 위반한 국가보안법 조항은 7조 3항 '이적표현물 소지 및 배포죄'다. 2006년 중국 심양에서 열린 615남북공동선언실천 공동위원회에 참가했다는 것이 주요 혐의내용이다.

김 씨의 연행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615공동선언을 실현하는 청년모임 소풍,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등 4개 단체는 31일 서울 서초동 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대적으로 안정을 필요로 하는 임신부를 아침 출근길에 구치소에 구금한 것은 명백히 반인권적인 시민탄압"이라며 주장했다.

이들은 "김은혜 씨는 지금까지 공안당국의 소환 요구를 단 한 차례도 받아보지 않았다"며 "위법 사실이 의심된다면 구체적인 혐의를 밝히고 소환을 요구하여 공정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법을 적용하는 국가기관의 역할이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고 밝혔다.

실제 김 씨를 연행한 이들은 체포통지서, 압수수색목록은 물론 체포영장도 보여주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혐의 사실도 김 씨에게 알리지 않았다.

"노무현 시절엔 평화활동이던 것이 이명박 때는 이적행위"

국가정보원이 31일, 등기우편을 통해 이 씨 집으로 보낸 현행법체포통지서에는 "2004년 3월 20일부터 23일간 중국심양에서 '범청학련' 북측 본부 부의장 최길현 등과 접촉, '범민련', '범청학련' 강화활동을 적극 전개하라' 등의 지령을 받아 입국하고 2005년부터 2006년 간 이적단체인 '한총련' 조국통일위원회 정책실장 및 '범민련' 중앙위원으로 가입 활동하였으며 '2006년 10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한총련' 대의원 대회 등을 통해 북한의 주의, 주장에 찬양, 고무, 이적 동조하는 행위를 했다"고 돼 있다.

그러나 4개 단체는 "심양에서 열린 회의 참가는 정부에서 허가한 합법적인 일이었으며, 이적행위로 지목된 김은혜 씨의 활동은 615남북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 실무집행 간사 활동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씨의 연행은 결국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합법적인 평화통일을 위한 활동이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이적행위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연행이 강희락 경찰청장이 취임하며 동시에 비공개로 진행했던 '안보위해 사범 100일 수사계획'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100일 수사계획에 따라 터져 나온 최근 국가보안법 사건은 대부분 과거 사건 우려먹기에 지나지 않으며, 국가보안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7조 3항 이적표현물 소지 및 배포죄를 적용한 것으로서 공안기관의 건수 올리기에 다름 아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이를 빌미로 공안기관 강화 논리를 퍼뜨리는 것은 이명박 정권의 강압통치, 폭압통치 체제 구축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