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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모시고 가려는데 경찰이 왜 막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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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모시고 가려는데 경찰이 왜 막는가"

[현장] 용산 참사 반년…"희생자는 두 번 죽었다"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는데 왜 이러는 건가. 막을 이유가 전혀 없지 않나."

고 윤용헌 씨의 부인인 유영숙 씨는 끝내 아들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들인 운재준 씨는 그런 어머니를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안은 뒤 등을 토닥거리기만 했다. 윤 씨의 시선은 아버지에게 가는 길을 막고 있는 경찰을 향했다.

20일 용산 참사 유가족이 고인의 시신을 되찾고자 영안실로 가는 길이 막혔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반 년 만에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 당시 경찰은 유족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고인의 시신을 부검한 뒤 순천향대병원에 안치했다. 뒤늦게 유족들은 시신을 확인하려 했으나 경찰은 이를 막았다.

시신 가져가는 것도 막고, 관이 병원 나가는 것도 막는 경찰

이날 경찰은 30개 중대, 4000여 명을 순천향대병원 주변에 배치, 고인의 시신이 병원 밖을 빠져나가는 것을 원천 봉쇄했다. '이명박정권용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는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에서 위령제를 마친 뒤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별관 영안실로 향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별관으로 가는 길을 막앗다.

▲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로 유가족 한 명이 실신했다. ⓒ프레시안

유가족들은 "대체 뭐하는 짓이냐"며 "자식이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것을 경찰이 왜 막는가"라고 분노했다.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경찰이 이렇게 길을 막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런다고 우리가 가지 못할 것 같은가"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경찰의 저지에 흥분한 유가족은 경찰의 헬멧을 벗기고, 방패를 붙잡고 흔드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 경찰 역시 유가족과 범대위 관계자들을 방패로 밀어내며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고 이성수 씨 부인 권명숙 씨는 실신을 하기도 했다. 범대위 김태현 상황실장은 "이게 한국의 현실"이라며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또 생길수 있는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1월 20일, 다섯 분을 무참히 죽이고 유가족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경찰은 시신을 이곳에 가져왔다"며 "이제 유가족이 시신을 가져가려고 하는데 그것마저도 이들이 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여 분이 넘는 경찰과 범대위 간의 충돌이 발생한 뒤 범대위는 결국 "빈 관이라도 들고 서울광장으로 가겠다"며 고인의 이름이 적힌 다섯 개의 관을 들고 병원을 나섰다. 하지만 이 역시도 경찰은 막고 나섰다. 경찰이 병원 밖으로 통하는 모든 길을 막고 나선 것.

▲ 이날 경찰은 병력을 동원, 병원에서 빈 관이 나가는 것을 원천 봉쇄했다. ⓒ프레시안

경찰과 범대위 간 충돌은 계속됐다. 관이 나가는 것을 막는 경찰에 참다 못한 유영숙 씨는 경찰이 바리케이트로 세워 놓은 경찰 순찰차 위에 올라가 "나도 잡아가라"며 격렬히 항의했다. 다른 유가족도 경찰에게 발길질을 하며 대치했다. 경찰은 이에 최루액을 쏘며 대응했다.

용산경찰서장은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에게 "장례식을 방해하려는 의도는 절대 없다"면서 "불법 집회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관이 나가는 것을 막는 등) 경찰이 할 수 있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유 의원은 "유가족들은 병원에서의 장례 비용이 부담돼 장례식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것 뿐"이라며 "이것을 막는 행위는 제례 행위를 막는 행위"라고 분노했다. 결국 오후 6시경 범대위 측은 서울광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진 해산했다. 이들은 저녁 8시에 용산 참사 현장에서 열리는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프레시안
"용산 참사 해결 전까진 장례식 없다"

한편, 이날 위혼제에 앞서 열린 용산 참사 반년 기자회견에서 범대위는 "대통령 사과 없이 장례를 치를 수 없다"며 거듭 사과를 촉구했다. 범대위는 "그동안 참사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고 안 가본 곳이 없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누구도 답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껏 한다는 말이 철거민이 불질러 스스로 죽었으니 자기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말 뿐"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의 존엄과 생명을 지키는 정부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통령과 정부는 유가족이 지쳐 나가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겠지만 충분히 각오가 돼 있다"며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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