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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라! '바보 노무현'의 꿈이여!"

[복지국가SOCIETY] 복지국가를 향한 꿈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이 비명에 서거한 후 49재까지 지냈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 순교자라는 평가부터 정치적 타살, 비리에 연루된 자살이라는 등의 나름대로 논리를 갖춘 갖가지 주장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는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독학으로 판사, 변호사, 국회의원, 장관을 거쳐 대통령에 오른, 우리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입지전적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하였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재임 기간 5년 내내 그는 수구 언론을 비롯한 이른바 주류 세력으로부터 끊임없는 견제와 압박을 받아온 터라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펴볼 겨를도 없이 길지 않은 생을 비극적으로 마감하였다. 대통령의 정책 발표는 '국면 돌파용'이 아니면 '포퓰리즘' 정도로 폄하되었고, 그의 언행마저도 '막말'이나 '거친 언사'로 매도당했다. 심지어 그의 정책을 비판하는 데서도 해당 정책에 대한 논리적 평가에 의해서가 아닌, '가방 끈이 짧아서'라는 식의 인격적 모독으로 대체하는 일이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유식과 무식을 떠나 현직 대통령 씹기가 국민 스포츠처럼 만연했었다.

국민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은 민선 대통령을 그토록 모욕하는 천박한 국민 정서를 조성한 데는 노무현 개인과 그의 개혁 정책을 혐오한 보수 언론의 책임이 크다. 이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꼬투리로 탄핵을 제기해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2개월 동안 그를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정략적 대통령 끌어내리기 시도는 거대한 탄핵 반대 촛불 집회에 부딪혔고, 그 후 실시된 총선거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은 준엄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곧 이어 내려진 헌재의 탄핵소추 기각은 그를 대통령 자리로 복귀시켰다. 직무 재개 후, 청와대에 초대된 외교사절단 앞에서 '유럽에서는 예수가 부활했지만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부활했다'는 농담조의 인사말로써 그는 한국 정치의 난맥상을 은유적으로 간파했었다.

그러면 대통령 노무현의 정치적 이상은 무엇이었던가? 한 인간으로서 나라의 지도자로서 그의 철학과 가치관은 '바보 노무현'으로 압축된다. 요즘 세상 인심이 하도 각박하고 사람들이 지나치게 영악하여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거기에는 명분도, 도리도, 어떤 이치도 설 자리가 없다. 그런데 경상도 봉하 마을에서 자라난 촌뜨기 노무현은 달랐다. 어렵게 쟁취한 권력과 부의 상징인 판사, 변호사의 자리를 내던지고 힘들고 어려운 길, 노동자와 서민의 편에 서서 그들과 함께 하는 길바닥 투쟁의 길에 합류했다. 한국 정치 발전의 암적 요소인 지역주의를 타파하고자 실패가 뻔한 부산지역에서 세 번이나 몸을 던졌다. 권위주의 청산을 위해 권력 기관을 대통령의 영향권에서 해방시켰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바보 노무현'으로 불렀는데, 본인 자신도 그 별명이 그저 좋다고 술회하였다.

나아가 그는 '모든 이가 먹을 것과 입을 것 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편하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이 없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성공한 사람이 부당한 특권을 누리지 않는 세상, 그래서 더럽고 아니꼬운 꼴 안보고 좀 신명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구상했다.

이와 같은 평소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노무현은 2003년 2월 25일 취임사에서 이제부터 대통령의 초법적 권리 행사는 없을 것이며,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이른바 권력 기관을 국민에게 돌려 드린다고 선언하였던 것이다. 가히, 혁명적 변화의 출발이라고 할만했다. 그의 원대한 꿈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우리나라는 필자가 늘 동경하는 선진 복지국가 스웨덴과 같은 정의롭고 모두가 고르게 잘 사는 이상적 사회가 될 것이다.

▲ "노무현은 2003년 2월 25일 취임사에서 이제부터 대통령의 초법적 권리 행사는 없을 것이며,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이른바 권력 기관을 국민에게 돌려 드린다고 선언하였다." ⓒ프레시안

그러나 이와 같은 고인의 고귀한 이상은 생전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성장 연 4%, 주가지수 2000포인트, 환율 1000원대의 안정적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망친 대통령, 잃어버린 10년의 주역 등 끊임없는 험담만 뒤를 따랐다.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에 불거진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과 언론은 불법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줄기차게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이 나라에서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전례들이 얼마든지 있었지만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일은 없었다. 원칙대로 하면, 단돈 10만 원이 오갔어도 불법이지만 반세기 이상 둥지를 튼 까마귀 골에서 갑자기 백로가 나오길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구는 자기의 결백을 내보이려고 너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나무라고, 어떤 이는 더 꿋꿋하게 버티고 살아가지 그랬느냐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무현은 본인이 애써 지켜온 도덕적 순결주의에 반하는 파렴치한으로 매도당한 채 구차한 여생을 이어가기보다는 차라리 몸을 던져 자신이 추구해온 '고귀한 가치와 이상'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서거 후 500만 명이 분향소를 찾았으니 엄청나게 많은 국민들이 그의 죽음을 깊이 애도한 것이다. 서거를 통해서 비로소 생전에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잘 해보고자 노력했던 그의 진정성을 수많은 사람들이 확인하고 감동했기 때문이리라.

정부 수립 이후 지난 60년간 뿌리 깊은 불법, 비리, 부조리에 대해 그 많은 위정자들이 비리 척결을 외쳐댔지만, 스스로를 희생해가며 이를 실천하고자 애쓴 지도자가 과연 단 한 명이라도 있었던가. 비뚤어진 이 사회를 바로 세우려면 제2, 제3의 '바보 노무현'이 계속 나타나야 한다.

그리고 정치인 노무현이 추구하고자 했던 '원칙과 상식이 통하고, 모두가 다함께 잘 사는 세상'인 정의로운 국가를 만드는 일은 이제 제2, 제3의 '바보 노무현'과 이들을 따르려는 진보와 민주 개혁을 열망하는 우리 국민들의 과제로 남겨졌다. 필시 복지국가 스웨덴을 우리나라의 국가 발전 모델로 삼으려 했으나 조건과 능력의 미비로 그 꿈을 이루지 못하였을 '바보 노무현'을 기리며, 제2, 제3의 '바보 노무현'과 우리 모두에게 역동적 복지국가를 향한 열망과 이의 정치사회적 실천을 기대해본다.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이었던 2008년 1월 청와대 신년인사에서 "진보의 핵심적 가치는 복지다"고 말씀하였던 대통령 노무현, 이제 그의 육신은 사라졌어도 '만인을 위한 보편적 복지국가'를 꿈꾸었을 고귀한 그의 신념과 정신이 국민들에게 다시 살아나서 부정비리와 온갖 특권이 없어지고, 인간의 존엄과 연대, 그리고 사회정의가 살아 숨쉬는 그런 세상, 서민과 중산층을 포함한 우리 국민 모두가 불안 없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그런 선진 복지국가가 이룩되는 날, 마침내 그의 영혼은 편히 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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