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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청계천에 '부활'하다…기념상 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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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청계천에 '부활'하다…기념상 제막

이소선 여사 "모두 힘 합쳐 비정규직 문제 없애주길"

'전태일 다리'와 '전태일 기념상'이 30일 모습을 드러냈다.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 하루 전인 이날 오후 4시 '청계천 전태일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전태일기념관 추진위)'가 전태일 기념상 제막식을 열었다.

오후 내내 비가 그치지 않는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는 수십 명의 인사들이 참여했다. 행사를 주관한 '전태일기념관 추진위' 관계자, 전태일기념사업회 회원들, 정관계 인사들과 취재진이 자리를 함께 했다. 특히 노동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해 이날 행사의 뜻을 기렸다.

김동완 전태일기념관 추진위 상임대표는 감격 어린 목소리로 인사말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오늘은 전태일 열사가 35년만에 돌아온 매우 뜻깊은 날"이라며 "오늘이 있는 것은 사랑과 평화를 위해 헌신한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라고 말했다.

전태일기념관 추진위 측의 경과보고에 이어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뒤를 이었다. 3m 높이의 전태일 열사의 대형 반신상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청계천 6가 '버들다리'(전태일 다리) 위의 보도에 설치된 반신상이 제막된 것. 이날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전태일 반신상을 바라보며 생전에 그가 한 말들과 행동을 추억하는 듯했다.

전태일 열사의 반신상을 제작한 임옥상 씨는 전태일을 더이상 '열사'로 부르지 말자고 했다. 임씨는 "그동안 전태일이라는 이름 뒤에 우리는 '동지', '열사', '노동자'를 붙였다"며 "하지만 이 순간부터 전태일은 누구만의 열사가 아닌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전태일 정신의 지평을 더욱 넓히자는 제안이었다.

전태일 열사는 '민중가요' 속에도 남아 있었다. '노래를찾는사람들(노찾사)'은 '전태일'을 기리는 마음이 담긴 '그날이 오면'을 불렀다. 좋지 않은 음향시설에다 우산을 받쳐든 채였지만 행사장에 온 사람들은 노찾사의 노랫소리에 맞춰 따라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날이 오면'이 끝나자 민중가요의 고전 반열에 오른 '광야에서'가 이어졌다.

축사는 서울시와 양대 노총, 민주노동당 인사들이 맡았다.

이명박 서울시장을 대신해 참석한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전태일 다리의 의미와 청계천 복원공사의 의미를 연결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는 "청계천 복원은 모든 생명을 다시 살린다는 취지로 이뤄졌다"며 "사랑과 평화, 생명의 중요성을 일깨운 전태일 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했다.

정 정무부시장과 달리 양대 노총과 민주노동당 측은 전태일의 반신상과 전태일 다리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오늘의 현실이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1970년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다 강조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70년대의 참혹했던 노동자의 삶이 오늘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재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태일 열사가 살아 있다면 동갑이었을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역시 "오늘날에도 자기의 권리를 찾기 위해 희생하는 수많은 전태일들이 매일 태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태일 다리가 생기고 반신상이 세워진다는 것이 곧 전태일 시대의 '끝'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준기 민주노동당 당기위원장은 이런 의미를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 양극화 문제의 해결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싸움을 할 때"라고 단언했다.

이들의 뜻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발언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소선 여사는 "제발 양대 노총, 민주노동당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힘을 합해 비정규직 문제를 없애 달라"며 "모든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죽기 전에 보게 해달라"고 젊은 운동가들에게 당부했다.

이소선 여사는 '행복하다'고, '감사하다'고 했다. 이 여사는 "여기 함께 자리한 유가협(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어머니들에게는 혼자만 행복해 해서 미안하다"며 "하지만 태일이가 35년만에 내 품에 돌아온 것 같아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비가 많이 내려 이날 행사는 1시간만에 서둘러 마무리됐다. 행사 관계자들과 내빈들은 축하연이 열리는 중구 구민회관으로 이동했다.

전태일 다리와 거리는 아직 완공되지 못했다. 서울시 측의 공사허가가 지난 27일에야 났기 때문에 마무리 작업이 남았기 때문이다. 전태일기념관 추진위는 전태일 열사의 기일인 오는 11월 13일을 전태일 다리와 거리가 온전한 모습을 갖추는 날로 잡고 있다.

<박스>

이날 행사에서 장기표 씨는 아래와 같은 기념시를 발표했다. 장 씨는 전태일 열사의 죽음과 투쟁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데에 앞장섰던 원로 사회운동가다. 장씨는 이날 새벽 임옥상 씨로부터 동상 제작이 완료됐다는 전화통화를 받았을 때의 느낌을 이 시에 담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출발이어라!**

고난에 찬 삶
고난을 이겨낸 사람
고난 없는 세상을 이루려 생명까지 바친 위대한 희생으로
수천 수만의 사람을 감동시키고 부끄럽게 하고 거듭나게 했던
전태일!
한 전태일이 죽어 수만의 전태일을 탄생시키고
한 노동조합의 설립으로 수천의 노동조합을 설립케 하면서
노동운동, 학생운동, 재야운동, 통일운동, 인간해방운동의 초석이 된
전태일의 위대한 부활.

오늘 구시대의 종언과 새시대의 표상으로 복원되는
청계천 한복판에 우뚝 솟아오르니
전태일의 새로운 부활이어라!

불과 두어 달만에 수천 수만의 사랑과 의지와 정성이 모아져
수억 원의 기념물이 세워지게 되었으니
더욱이 불과 3일만에
우람한 상과 수천의 동판이 말끔히 세워졌으니
전태일의 기적과 같은 부활이어라!

아! 전태일 상!
얼음을 뚫은 희망
사랑에 찬 헌신
인간해방을 위한 결단과 희생이
이 상에 응축되어 있으니
바로 전태일이로다!

저 오른손으로 하늘의 뜻을 내리받고
저 왼손으로 땅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저 귀로 세상을 듣고
저 눈으로 꿈과 희망을 노래하면서
저 가슴으로 전태일을 아는 전태일, 전태일을 모르는 전태일
모두를 품으니
전태일의 위대한 사랑이어라!

고통이 더 깊을수록 더 큰 사랑을 키웠고
세상이 냉혹할수록 더 순수한 이상을 세웠으며
모두가 참혹한 현실을 외면할수록 더 큰 사명감을 다졌던
전태일!
오늘 그 전태일이
하늘과 땅과 사람이 새롭게 어우러지는
청계천 한복판에 새롭게 부활하니
전태일의 새로운 출발이어라!

아! 이 감동! 이 기쁨! 세상 끝까지 영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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