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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참회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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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참회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오체투지 109일] MB 대신 108배…"조금이라도 따뜻한 인간 되길"

"오늘 이곳에서 최고 권력자를 대신해 최고 권력자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따뜻한 인간의 마음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108 참회의 절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 오체투지 순례단 명호 팀장은 이같이 말하며 서울 세종로 광화문을 바라보았다. 전종훈 신부,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도 마찬가지로 광화문 너머 자리잡은 청와대로 시선을 돌렸다.

오체투지 109일째인 22일 오전 10시. 조계사를 떠나 서대문구로 향하던 순례단은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청와대 방향으로 몸을 돌려 108배를 진행했다. 21일 청계광장의 108배가 이 사회를 사는 시민의 변화를 염원했다면 이날은 대통령의 변화와 참회를 기원했다.

▲ 오체투지 순례단. 이들은 22일 조계사를 출발해 광화문을 지나 서대문구 홍제동까지 이동했다. ⓒ프레시안

"거짓 눈물이 아니라 진실의 손길을 바랍니다"

명호 팀장은 청와대를 향해 108배를 하기 전 "광화문 촛불을 바라보며 국정 운영을 반성했다던, 국민을 모시고 국민을 잘 살게 만들겠다던, 국민을 향해 두 번이나 머리를 조아리며 잘못했다던 이명박 정부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반성하고 성찰하는 권력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우리는 역사와 민주주의, 인권의 후퇴, 무한 경쟁에 의한 양극화를 조장하는 파시즘적인 냉혈의 권력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과 생명, 평화의 가치가 함께해야 할 교육에는 무한 경쟁을, 여기 사람이 살고 있다는 절박한 외침은 화염 속에 사라졌다"며 "지금의 사회는 비정상적 판단과 남을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치가 지배하는 전쟁터이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사람의 길도, 생명의 길도, 평화의 길도 한참 멀어지고 있다"며 "이것은 몇 년 남지 않은 수명을 가진 이명박 정부의 위기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개인의 위기, 권력의 위기, 정치의 위기를 넘어 사회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것. 그는 "이명박 정부 하나 살리려고 우리 사회 전체가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다"며 대통령에게 간곡히 호소했다.

"삽질보다는 자연을, 경제보다 사람을, 대립보다 평화를, 법치보다 사람의 마음을 선택해주십시오.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정치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통합할 수 있습니다. 일부 특권층이 아니라 다수의 국민을 바라보고 진실한 몸짓으로 대해 주십시오. 거짓 눈물이 아니라 용산 참사 유가족에게 따스한 사과와 위로의 손길을 보내 주십시오. 그것이 국민 마음을 풀어주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지나간 세월을 탓하며 변명하기보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가치를 함께 만들어주십시오. 절박한 국민의 목소리를 공권력의 폭력으로 막을 수 없기에 평화로운 대화법을 선택해 주십시오. 국민이 살아갈 국토를 정치적 이해로 훼손하는 일을 중단해 주십시오. 아이들에게 자연과 평화의 세상을 배워 나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는 "부디 국민이 대통령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해달라"며 "최고 권력자의 불행은 이명박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국민의 불행이기에, 부디 인간의 마음으로 생명과 평화의 시선으로 국민을 대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날 광화문 앞에는 경찰 버스와 경찰 병력이 배치돼 있었다. 혹시나 순례단이 청와대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명호 팀장은 "경찰에게 들으니 전·의경과 여경 600명이 동원됐다고 한다"며 "뭣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나마 청와대 근처를 벗어난 오후가 되자 경찰의 숫자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 광화문 앞에서 108배를 하고 있는 순례단. ⓒ프레시안

"순례단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 분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중요"

이날 순례단에 참여한 시민들은 20여 명에 불과했다. 21일 서울 시청 광장에서 조계사까지 순례할 때 참석한 500여 명의 시민을 생각했을 때 초라한 숫자였다.

순례단은 괘념치 않는 눈치였다. '숫자가 중요한게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21일에도 순례에 참여했다는 김영모(가명·42) 씨는 "21일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고 가슴이 벅차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 분 성직자가 몸으로 말하고 있는 오체투지의 의미를 되새기고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순례단 시민도 "세 분 성직자들을 따라가는 것에 숫자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며 "물론 수많은 이들이 참여해 그들의 마음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성직자들이 하는 말을 제대로 느낀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순례단은 서대문구를 지나 은평구를 거쳐 25일 벽제를 마지막으로 서울을 떠난다. 6월 6일 임진각 망배단을 목적지로 하고 있다.

▲ 108배를 마치고 광화문을 지나 서대문으로 향하는 순례단. 이날 경찰은 행여 이들이 청와대로 향할 것을 우려해 병력을 준비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프레시안

▲ 광화문 앞에서 108배를 하고 있는 세 분의 성직자. ⓒ프레시안

▲ 오체투지 순례단.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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