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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님이 자상하셔서 우리를 손수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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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님이 자상하셔서 우리를 손수 챙긴다"

[오체투지 104일째] 달라진 경찰 대응…병력 배치, 사복 경찰

시민 : (순례단을 바라보며)지금 뭐 하는 거예요?
지관 스님 : 스님과 신부님이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자는 마음을 담아 몸소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 : 아~ 그래요? 몰랐네. 언제부터 시작했는데요?
지관 스님 : 지리산부터 시작해서 이제 104일을 훌쩍 넘었습니다.
시민 : 정말요? 아이고… 힘들어서 어떡해요.
지관 스님 :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비워야 합니다. 이것은 자기를 낮추는 일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이분들은 오체투지라는 몸을 낮추는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마음을 낮추는 기도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도착한 오체투지순례단 지관 스님과 시민이 나눈 대화다. 16일 서울을 도착한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 오체투지순례단은 17일 사당역을 시작으로 동작대교를 통해 느릿느릿 용산을 향해 나아갔다. 오체투지 104일째였다.

지방과는 확연히 달랐다. 수많은 시민들이 순례단 행렬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전까지는 사람들의 이목 자체를 끌지 못했었다. 순례단이 주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을 통해 이동했기 때문이다. 서울에 도착하니 달라진 첫 번째 상황이었다.

이상한 눈빛으로 성직자와 순례단을 바라보던 시민들은 순례단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는 이내 이해한다는 눈치였다. 방배동에 살고 있는 이숙자(58) 씨는 "어떻게 이렇게 힘들게 서울까지 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 순례단이 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게 됐다"며 "순례단이 서울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시간을 내서 동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 동작대교를 건너고 있는 오체투지순례단. ⓒ프레시안

순례단을 따르는 사복 경찰? 경찰 버스와 정복 경찰도 눈에 띄어

서울에 도착하니 달라진 또다른 상황은 순례단을 바라보는 경찰의 시각이었다. '우호적'인 시각에서 '적대적' 시각으로 변한 것. 17일 사당역 앞 왕복 8차선 중 한 개의 차선을 사용해 이동하는 순례단 옆에는 이전과는 달리 상당수의 사복 경찰이 뒤따랐다. 순례단 뒤쪽으로는 정복 경찰 5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수 교차로 쪽에는 10여 대의 경찰 버스가 주차돼 있었다. 지방에서 경찰이 순례단을 위해 교통 정리만 진행했었던 것을 비춰 볼 때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경찰 측 관계자는 "교통이 혼잡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순례단을 보호하기 위해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버스가 배치된 것과 관련해서는 "알지 못한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이를 두고 지관 스님은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이 순례단과 결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렇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막기 위해 수많은 경찰들이 현장에 나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며 경찰 버스 배치는 그것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강압적인 요구도 있었다. 길게 늘어진 순례단 행렬이 교통의 방해를 준다며 순례단 중 일부는 인도로 이동해 줄 것을 요구한 것. 결국 뒤에서 도보로 이동하는 이들은 인도를 통해 오체투지에 동참했다. 순례단은 서울을 순례하는 동안에는 이렇게 이동한다는 계획이다.

▲ 서울을 순례 중인 오체투지순례단. ⓒ프레시안
"교통 혼잡이 이유? 그럼 마라톤은 왜 하나?"

순례단에 참여한 한미숙(48) 씨는 경찰의 태도를 놓고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도 순례단에 몇 차례 참여했었다. 한 씨는 "교통이 혼잡하다는 이유로 인도로 가라고 하지만 우리가 교통을 혼잡하게 하면 얼마나 혼잡하게 한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마라톤의 경우, 하루 종일 교통을 통제하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대체 무슨 기준으로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더구나 우리는 종교적 목적을 가지고 이동하는 순례단이 아니냐"며 "답답하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인석(가명·39) 씨도 "문화 행사를 시위로 보고 있다"며 "경찰들이 제정신이 아닌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촛불 집회 시민들이 순례단과 결합하는 것을 우려하는 듯하다"며 "경찰의 걱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이런 방법을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순례단 진행팀 관계자는 "나라님이 너무 자상하셔서 손수 순례단까지 챙겨주고 있다"며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체투지 순례단 명호 진행팀장은 "그래도 서울에 입성한 16일보단 낫다"고 촌평했다. 16일에는 경찰이 차로에서 순례단을 인도로 밀어내는 일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명호 팀장은 "다칠 우려가 있으니 순례단을 인도로 밀어내지 말라"로 수차례 스피커를 통해 경찰에 요구할 정도였다.

16일 순례단 서울맞이 행사 예정지인 과천시 관문체육공원 앞에는 경찰 버스로 차도로 나가는 길을 막기도 했다. 수경 스님은 이것을 보고 "기도를 하러 가는 이들에게 대체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느냐"며 불같이 화를 냈었다. 앞으로 21일 조계사까지로 예정된 서울의 순례가 어떻게 될지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편, 불교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는 21일 서울 시민들이 직접 오체투지에 동참하는 '서울 시민과 함께하는 오체투지 순례'를 계획 중이다. 이 행사는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청계광장을 거쳐 조계사까지 약 1.8킬로미터를 순례하는 행사로 약 20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 오체투지 순례단. ⓒ프레시안

ⓒ프레시안

▲ 서울에 입성한 오체투지 순례단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민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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