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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서 고객 정보 빼돌려 불법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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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서 고객 정보 빼돌려 불법 거래

"항의하는 고객은 별도 명단으로 관리"

은행이나 저축은행, 캐피탈 회사의 고객 신용정보 데이터베이스(DB)에서 자료를 빼돌려 서로 주고받으며 대출 유치에 활용해 온 금융권 대출상담사들이 대거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7일 은행 고객의 이름과 전화번호, 대출현황, 상환기일 등 신용정보를 유출해 불법거래한 혐의(신용정보법 위반)로 신 모(33) 씨 등 대출상담사 4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들의 관리 책임을 물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은행 4곳과 저축은행 3곳, 캐피탈업체 3곳 등 10개 금융업체도 함께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 등은 최근 3년 동안 자신이 근무하는 업체의 고객 정보 데이터베이스에서 유출한 자료를 토대로 고객 리스트를 만들어 이를 전자우편으로 주고받은 뒤 고객에게 무작위로 대출 상담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영업에 활용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주고받은 고객 신용정보의 누적량은 약 400만 건에 이르며,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정보를 유출 당한 고객 수는 수십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특히 적발된 대출상담사 가운데 1금융권인 은행에서 근무하는 피의자가 절반이 넘는 24명에 이르며, 1금융권이 보유한 신용정보가 이처럼 대량으로 유출됐다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대출상담사란 금융기관과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대출 고객을 유치하는 업무를 하며, 대출 계약을 성사시키면 금액의 2∼3%를 실적 수당으로 받는다.

조사결과 이들은 자신이 보유한 신용정보를 다른 대출상담사에게 건네주는 대신 대출 계약이 성사될 경우 실적 수당의 절반을 받기로 하는 등 암묵적인 거래 계약을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큰 전문직이나 대기업 직원 등으로 분류하는 재가공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또 "내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았느냐"며 항의하는 고객들은 따로 리스트를 만들어 영업 대상에서 제외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권 고객정보 관리의 허술함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업체들은 이들 상담사와 고용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상담사에게 사무실을 제공하고 간부급 직원이 이들을 관리하고 있어 불법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출된 신용정보가 대부업체나 사채업자 등 사금융권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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