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2009] 문성근, "홍상수 감독 많이 너그러워졌다"

[Film Festival] <디지털 삼인삼색> 중 홍상수 감독편 <첩첩산중> 기자회견서 피력

<디지털 삼인삼색 2009 : 어떤 방문>(이하 '어떤 방문') 중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첩첩산중>의 별도 기자회견에서, 영화에 출연한 배우 문성근은 홍상수 감독이 나이가 들면서 이전보다 더 너그럽고 원숙해졌다고 말했다.

홍상수 편의 <첩첩산중>은 전주의 친한 언니 진영(김진경)를 만나러 간 작가지망생 미숙(정유미)이 자신의 과거 연인이자 스승이었던 전교수와 진영의 사이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전형적인 홍상수표 코미디다. 문성근은 자신의 제자들과 바람을 피우고 남자 제자를 질투하는 쪼잔한 성격의 소설가 전교수 역을 맡았다. 충무로와 독립영화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정유미가 주인공인 정미숙 역을 맡았으며, 정미숙의 전 남자친구 명우 역으로는 이선균이 출연한다. 또한 작가 은희경이 카메오로 잠깐 출연한다.

▲ <디지털 삼신삼색 2009 : 어떤 방문> 중 홍상수 감독 편의 <첩첩산중>에 출연한 배우들이 홍상수 감독과 함께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홍상수 감독, 문성근, 정유미, 김진경.ⓒ프레시안

<첩첩산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작들과 달리 젊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주인공 시점의 내레이션을 대폭 삽입했다는 점이다. 과거 홍상수 영화의 여성들이 언제나 남자주인공의 시점에서 대상화됐던 것에 비하면, 이런 설정은 매우 큰 변화로 보인다. 그러나 홍상수 감독 자신은 이것이 별로 큰 의미가 있는 변화는 아니라고 말했다. 언제나 배우의 원래 이미지와 느낌을 캐릭터에 적극 반영하면서 영화를 만들어온 만큼, 주인공 미숙의 내레이션 역시 배우 정유미에게서 받은 느낌과 이미지를 반영한 결과에 지나지 않다는 것. 또한 주인공이 아직 젊은 여성으로 불안한 위치에 있으며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만큼, 그것을 드러내는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배우 문성근.ⓒ프레시안

그러나 문성근은 "홍상수 감독이 예전에 비해 많이 너그러워지고 관대해진 게 아닌가, 더욱 원숙해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홍상수 감독의 영화세계의 변화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과거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는 만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이 아픈 느낌을 줬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영화를 보면 아프게 꼬집는 것 외에도 따뜻하게 껴안는 느낌도 준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문성근은 홍상수 감독이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내놓던 때부터 홍상수 감독과 친분을 유지해왔고, <오! 수정>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다. <해변의 여인>에서는 직접 출연은 하지 않았지만 목소리 출연을 하기도 했다. 이번 <첩첩산중>은 <오! 수정> 이후 9년만에 다시 함께 작업한 작품으로, 문성근은 홍상수 감독의 제안이 왔을 때 "뭘 하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홍상수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매일 촬영 아침날 대본을 주는 만큼, "극사실주의 연기를 할 수 있으며 배우로서도 한 단계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도 밝혔다.

<디지털 삼인삼색 2009 : 어떤 방문>은 오늘(2일) 오후 5시 GV와 함께 상영된 뒤 3일 저녁 8시(GV 있음), 6일 2시에 다시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