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절대액은 지난해 보다 오르겠지만, 실제 손에 들어오는 돈이 줄어든다면 최저임금 논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지난 17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던 날, 회의장 주변에서 농성에 들어간 한 지하철 청소용역 여성노동자의 말이다. 이 노동자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폭이 대폭 늘지 않으면, 지난해 보다 오히려 월 수입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주40시간 도입 따라 4시간 삭감분 발생**
이런 주장이 가능한 것은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주40시간제 근무가 확대 적용되기 때문이다. 근기법에 따르면, 올해 7월1일부터 3백인 이상 사업장에 주40시간제가 도입되고, 내년 7월1일부터는 1백인 이상 사업장에 도입된다.
이번 달 말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올해 9월1일부터 내년 12월31일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주40시간제 도입 추이와 매우 긴밀한 상관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최저임금은 시급 단위로 책정되기 때문에 주 44시간에서 주40시간으로 근무제가 변경되면, 고스란히 4시간에 해당하는 시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말까지 적용되는 2004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이같은 상황을 분석해보면 주40시간제 도입에 따른 실질 소득 감소가 뚜렷이 드러난다. 2004 최저임금은 시급 2천8백40원으로 주44시간을 기준으로 월급을 계산하면 64만1천8백40원이지만, 주40시간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59만3천5백60원으로 4만8천2백80원의 차이가 난다.
다만 지난해에도 이같은 문제가 지적됐지만 주40시간제가 1천인 이상 사업장에 한해 도입돼 최저임금을 받는 대부분의 사업장에 해당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큰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5 최저임금의 경우는 앞서 지적했듯, 내년까지 1백인 이상 사업장 즉 다수의 최저임금 사업장에도 주40시간제가 도입됨에 따라 주40시간제 도입에 따른 최저임금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양대노총은 올해 최저임금심의단계에서부터 주40시간제 확대 적용을 감안한 최저임금 결정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생리수당무급화, 연월차수당 폐지 -> 저임노동자에게 부담**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은 주40시간제 도입에 있어 기존 연·월차 수당이 없어지고 생리휴가 수당이 무급화됐기 때문에 실제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연·월차 수당등 각종 수당은 최저임금 노동자에게는 주요한 수입 원천이었던 만큼 파급력은 더욱 커진다.
민주노총 여성연맹이 분석한 자료와 <프레시안>의 자체분석에 따르면, 올해 주40시간제가 도입 되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제 수입은 최저임금 인상폭에 따라 유동성이 있지만, 지난해 보다 최소 3만2천원이 삭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이 제출한 전년대비 최저임금 인상폭(7.5~13.5%)을 감안해 계산한 것이다.
<표>
최저임금이 노·사 최종안을 두고 최저임금 위원(노사 각각 9명과 공익 9명)이 투표해 다수결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인 것을 고려하면, 실제 2005 최저임금은 주40시간 도입 사업장에서는 63만8천원~67만3천원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내년까지 주40시간제가 도입되는 최저임금 사업장 노동자는 위 표에서 보듯이 현재보다 실제 임금이 3만2천원~6만8원 가량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공익위원, 개정 최저임금법 고려했는지 의문**
한편 이번 공익위원이 제출한 안은 위법적인 소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개정된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부칙 3항에서 "주 40시간 도입으로 인해 정당한 이유없이 최저임금의 대상되는 임금을 저하시킬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이 부칙은 개정 당시 노동계와 민주노동당의 요구로 국회 환경노동상임위원회 논의 끝에 포함된 조항이다. 이 조항이 의미하는 것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최저임금 최종 지급액의 저하를 법률적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이 제출한 최저인상률 7.5%가 적용되면, 2004년 최저임금액 64만1천8백40원보다 3천7백63원이 삭감된 63만8천77원이 된다. 따라서 각 사업장 사용자가 최저임금위 결정에 따라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개정 최저임금법의 보호조항이 무력화 될 가능성이 있다.
정경은 민주노총 정책부장은 이와관련 "최저임금위 논의가 처음부터 주40시간 도입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진행돼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며 "공익위원 최종안 역시 주40시간제 도입을 완전히 도외시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1986년에 제정된 최저임금법은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최저임금제 도입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주40시간제 도입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저임금노동자의 실질임금 하락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결정이 과연 도입취지에 맞는 일인지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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