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5일부터 시작된 최저임금위원회 활동이 이달 말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임금인상을 부담스러워하는 사용자측과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의 질 확보를 요구하는 노동계 간의 한 판의 총성없는 전장으로, 올해도 최종 결정 시한이 임박해오자 노·사는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참여연대 등 2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16일 저임금 노동자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취지로 '최저임금 노동자 증언대회'를 마련했다. 이날 서울 중구 정동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실에서 진행된 증언대회에 참여한 아파트 경비·미화원, 지하철 청소용역 노동자, 대학생 아르바이트 생 등은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아파트 미화원, "높으신 분들, 65만원으로 한 달 살아보소"**
윤 모씨는 자영업을 하다가 불황으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말 서울 지역 한 아파트 미화원으로 취업했다. 가게를 정리하고 보니 번듯한 직장은 너무 멀리 있었고, 당장 갚아야 하는 빚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아파트 미화원을 택하게 됐다고 윤씨는 말했다.
윤씨는 청소 일을 하다보니 일을 하다가도 누가 지나가기만 하면 고개를 숙이는 등 창피함이 여전하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적은 임금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한 달 수입이 총 65만원.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나면 61만원이 손에 쥐어진다고 한다. 65만원은 2004년 최저임금(월 64만1천8백40원) 수준인 셈이다.
윤씨는 미화원일을 하다가 처음 '최저임금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윤씨는 "최저임금은 국가가 법으로 한 달 동안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월급을 강제하는 것으로 안다"며 "높으신 분들 중에 65만원 돈으로 한 달을 날 수 있는지 한 번 살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 "도급업체는 인건비 따먹는 회사"**
윤씨에 이어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60대 노동자가 증언에 나섰다. 서울 강남 대치동 모 아파트에서 경비일을 한다는 방 모씨다. 방씨의 증언은 건설 도급계약에서 이용되는 제도인 '최저가낙찰제'가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무게가 실렸다.
방씨는 아파트 직영업체가 최저가 낙찰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하다보니 도급업체는 인건비를 계속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아파트 경비들 사이에서는 도급업체를 "임금 따먹는 회사"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24시간 맞교대로 일하며 밤에는 1평도 안되는 좁은 관리실에서 잠 못자고 일하다보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고, 집에 들어가면 생리적 기능을 회복하는데 급급해 남들처럼 주변 경조사도 챙기기 힘들 지경이라고 방씨는 호소했다.
방씨는 "아내가 전업주부여서 부수입없이 가계를 꾸린다"며 "이 일 아니면 무엇을 하겠나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꾹 참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가 한달 뼈 빠지게 일을 하면 한 달에 1백20만원은 받아야 최저 생활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청중에게 되물었다.
***지하철 청소 여성노동자, "최저임금 인상해도 제대로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
지하철 차량기지 청소일을 했던 이 모씨는 도급계약 구조로 인해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지급받기 어려운 현실을 고발했다. 이씨는 "최저임금이 매년 9월에 인상되지만 용역업체는 지하철 공사에서 인상분을 보전해주지 않으면 지급할 수 없다고 버틴다"며 "지하철 청소 용역 아주머니들은 법적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을 받기 위해 매년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두고 매년 용역업체와 줄다리기를 하지만, 매번 업체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전액 지급하는 대신 편법을 통해 이를 피해간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이씨는 "업체는 임금인상을 피하기 위해 휴게시간을 늘리는 등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편법을 이용한다"며 "지난해에는 노조가 2004년 최저임금 인상분 13.1%를 반영한 10만3천원 임금인상안을 내놓았지만, 업체는 근무시간을 월 30시간 단축을 통해 8만5천2백원 인상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두고 매년 벌이는 업체와의 갈등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원청의 최저임금 인상분 지급 연대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며 "지하철 공사처럼 정부 산하기관 또는 공기업에서부터 지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