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4일 첫 회동을 가졌지만 예상대로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양측 모두 일단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지만, 민주당의 재보선 전략에는 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 전 장관과 정 대표는 24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3시간 동안 비공개 단독회동을 가졌다. 당초 예약했던 장소가 노출되자 장소를 바꿔가며 까지 언론 노출을 피했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대표는 정동영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에 부정적인 당 최고위원회의 입장을 전달하며 출마를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은 당에 보탬이 되기 위해 전주 덕진 출마를 결심했으며 이를 지지하는 당원이 많기 때문에 지도부가 공천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 비서실장인 강기정 의원과 정 전 장관 측 최규식 의원은 회동 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동영 전 장관은 귀국과 출마의 진정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정세균 대표는 선당의 자세로 좋은 협력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정세균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전달했고, 정동영 전 장관은 이를 존중함과 동시에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견을 당 지도부가 경청하고 존중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결국 자신들의 입장만 전달하고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일단 서로 직접 만나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이들은 "두 사람은 앞으로 계속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측의 '치킨게임'은 이제부터. 가능성은 세가지로 좁혀진다. 정 대표가 정 전 장관에게 전주덕진 공천을 주느냐, 정 전 장관이 후일을 기약하며 출마 의사를 접느냐, 아니면 정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전주덕진 출마를 강행하느냐다. 일각에선 여전히 인천 부평을 출마로 절충점을 찾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이는 양측 모두 명분 찾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희박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날 '무소속 출마나 분당 불가'라는 큰 틀의 룰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양측의 첫 회동이 접점 없이 끝나면서 전망은 더욱 안개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라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경우 계파갈등이 불가피한 민주당은 심각한 내홍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편 정동영 전 장관은 25일부터 김원기 전 국회의장, 조세형 전 대표, 박상천 전 대표, 문희상 국회 부의장 등 당 원로급 인사들을 연속적으로 만나며 조언을 구할 예정이어서 정 대표와의 2차 회동은 원로 인사 면담 이후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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