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간부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은폐는 없었다"고 주장해온 민주노총 일부 지도부의 발언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민주노총 지도부는 성폭력 사건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중도 하차하면서도 "조직적 은폐는 없었다"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부위원 3인을 포함한 5명으로 이뤄진 '성폭력 사건 진상 규명 특별위원회'는 13일 "조직적 은폐 조장 행위가 있었다"며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건 인지하고도 공론화 가로막았다"
특별위원회는 "이석행 위원장 수배, 은닉 관련 대책회의 일부 관련자들은 성폭력 사건 초기에 사건 발생 사실을 인지했다"며 "그럼에도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공론화를 통한 건강한 사건 해결을 가로막았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결국 조직적 은폐를 조장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히 위원회는 피해자가 소속된 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최고 책임자와 관련해 "피해자의 상황과 고통에 공감하고 책임을 통감하기보다는 성폭력 사건의 정치적 파장과 조직적 타격을 언급하며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성폭력 사건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면을 방치해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된 점도 지적됐다. 위원회는 "피해자에게 모멸감을 주는 형식적 사과와 지속적인 대면 등을 통해 피해자를 더 큰 고통으로 몰아 넣었다"고 지적했다.
또 위원회는 민주노총 내부 진상 조사 결과의 공식 처리 과정이 보름 가까이 늦어진 점을 두고 "민주노총과 피해자 대리인 측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이것으로 인해 은폐 의혹이 증폭됐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피해자가 이석행 전 위원장 은닉 수사와 관련해 일방적 진술을 강요당하고 압박을 받은 점도 밝혀냈다. 이들은 "일방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에서의 조직 보위 논리는 개인의 삶과 언제든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의 깊은 반성과 성찰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과 피해자 간 문제"
위원회는 결론적으로 민주노총에 성폭력을 은폐하고 축소한 관련자와 본인의 동의 없는 진술을 강요한 당사자 등 5명을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또 민주노총과 피해자 소속 연맹은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물질적 손해에 대해 보상하고 공식적이고 진심어린 사과를 표명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조사는 성폭력 사건이 민주노총 외부로 알려진 뒤 긴급히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서 이뤄졌다. 민주노총은 성폭력 사건이 최초 언론에 보도되자 "언론 보도는 2차 가해"라며 법적 대응을 밝혔지만 정작 피해자 대리인 측은 "민주노총이 피해자를 회유했을 뿐더러 2차 가해까지 저질렀다"고 반박했었다.
위원회 위원인 김인숙 변호사는 이번 성폭력 사건을 두고 "이석행 위원장의 체포 이후 대책 논의라는 긴박한 정치 활동 과정 속에서 발생한 민주노총과 피해자 간의 문제"라며 "피해자는 사건을 민주노총에 인계했지만 이후 어떠한 대책이나 사건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직적 은폐 조장 행위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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