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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토론회, 정작 영화는 어디로?

[이슈 인 시네마] '다양성영화 활성화' 정책토론회에 다양성영화는 없었다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한나라당 허원제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한 '다양성영화 활성화 지원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워낭소리>가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2백만을 훌쩍 넘긴 흥행성공을 거두면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다큐멘터리와 단편 등을 향한 정부 지원책에 여러 목소리가 나온 터였다. 그러나 이 날 토론회는 '다양성영화'를 지원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향과 방법이 모색하기보다는 오히려 앞으로 영화를 매개로 벌어질 이념투구의 장이 미리 예고되는 듯한 자리였다.

▲ 지난 2월 26일, 영진위와 허원제 의원실은 다양성영화 활성화 지원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프레시안

1부에서는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고흥길 의장 및 이 위원회에 소속된 다수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등의 소개와 축사만으로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3시가 훨씬 넘어서야 시작된 '본 게임' 때는 주최자 중 하나인 허원제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회장을 빠져나갔다. 2부 발제자로 나선 홍익대 김종국 교수는 다양성영화의 지원을 법제화하는 방안에 대해, 3부 발제자로 나선 전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상임위원인 곽영진 영화평론가는 다양성영화의 지원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으며, 각 주제발표마다 지정토론자들이 짧은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2, 3부의 토론은 구체적인 방향 모색은커녕, 토론회가 내건 '다양성영화'라는 용어를 둘러싼 설전이 토론회의 반을 차지하다가 피상적인 수준으로만 토론이 이어지고 끝이 났다.

이 토론에서 가장 의아한 점은, 먼저 다양성영화를 지원한다면서 정작 지원의 대상이 될 다양성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즉 독립영화의 감독이나 제작자는 지정토론자 중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한국제작가협회의 여한구 부회장이 지정토론자 중 한 명으로 나와 "한국영화는 다 독립영화다, 충무로에 500억 규모의 지원을 해달라"는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발제자인 김종국 교수의 입에서 "독립영화가 10년간 지원을 받으며 이미 순수성을 잃고 너무 상업화됐다"는 주장이 나온 것도, 구체적인 지원 방향에 대한 논의보다 '다양성영화'냐 '비상업영화'냐를 놓고 2부와 3부에 걸쳐 계속 설전을 벌인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국내에 독립영화전용관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극장에서 독립영화의 상영을 흥행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현실에서, 그나마 개봉을 한 영화들을 두고 '상업화됐다'고 말하는 것은 사후 결과적인 말 붙이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비상업영화'란 말이 명목상으로는 '다양성영화'에 대한 대체어로 제시됐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독립영화'에 대한 대체어로 제시된 듯 보인다.

▲ 주제발표를 한 홍익대 김종국 교수(왼쪽)와 곽영진 영화평론가(오른쪽).ⓒ프레시안

이미 나름의 맥락과 역사를 가지고 오랫동안 통용되어 온 '독립영화'라는 말을 굳이 지워버리고 '비상업영화'란 말로 대체하고자 하는 데에는 2월 12일 뉴라이트 문화예술연합 창립회원 다수를 포함한 '비상업영화기구'가 출범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비상업영화'라는 용어를 고집했던 2부 발제자인 김종국 교수와 3부 지정토론자인 이경숙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은 뉴라이트 문화예술연합과 비상업영화기구 두 곳에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한 영진위 역시 이전 지원제도에 들어가 있던 '독립영화'란 말을 이미 지운 상태다. 영진위가 영화 지원에 있어 이념 편향적인 면모가 보인다는 우려는 둘째로 치더라도, 영진위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독립영화 진영은 무시한 채 독립영화란 말 자체를 인위적으로 지우고 특정 단체가 급조한 말을 영비법의 기본 용어로 고려하자는 논의가 벌어진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모두가 <워낭소리>를 언급하며 성공을 축하했지만, 정작 <워낭소리>가 성취한 것이 흥행 2백만과 수익 외에 무엇이었는지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듯한 토론회였다.

토론회 발제 및 지정토론 요약

2부 발제자로 나선 홍익대 김종국 교수는 다양성영화의 지원을 법제화하는 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면서, "독립영화가 지난 10년간 지원을 받으면서 이미 순수성을 잃고 너무 상업화됐다. 거기에서 소외된 비상업적 영화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제한 뒤, "비영리를 목적으로 한 비상업적인 영화들을 통칭하기 위해 '비상업영화'라는 용어로 대체되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영비법이 전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비법이 개정되어야 하는 이유로 그가 꼽은 근거는 최근 헌법재판소가 '제한상영가' 등급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한 것 외에도 크게 네 가지에 해당된다. 1) 용어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할 뿐 아니라, 2) 영화발전기금에 대해 상세하게 명시해야 하며, 3) 스크린쿼터와 전산통합망에 대해서도 영비법에서부터 명시돼야 할 필요가 있고, 4) 한국영상자료원이 국립영상자료원화 해야 하며 수집, 보존 등의 기능 등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지금의 영비법이 시대의 변화와 첨단기술의 발전 등을 반영하지 못해 뒤떨어져있다고 주장하면서 '비상업영화'의 용어에 기반해 지금의 영비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대해 지정토론자로 나선 이들 중 영진위 공정특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형섭 변호사는 "무료로 상영할 것도 아닌데 '비상업영화'라는 말을 쓰는 것 역시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한 뒤, 영비법의 개정사항에 인적자원들의 복리 및 후생 역시 삽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제작가협회의 여한구 부회장은 <워낭소리>의 흥행 성공은 시장이 한국영화계에 보내는 경고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대박을 터뜨린 영화라도 전체 수익은 헐리웃 영화의 수익에 비하면 1/30에 불과하다. 한국영화는 사실상 모든 영화가 독립영화"라고 말하면서 영화계에 대규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관광체육부의 박형동 영상산업과장은 "이미 지원은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3부에서는 다양성영화의 지원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전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상임위원이었던 곽영진 영화평론가가 주제발표를 했다. 그는 "최근 <워낭소리>의 성공은 지금의 환경에선 일회적인 성공에 불과하다. '다양성영화'라는 용어는 주류 상업영화의 시스템 바깥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영화들을 포괄하는 용어인 데다 영화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가치개념'인 만큼 폐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화는 예술성과 상업성이 함께 가는 것인 만큼 '비상업영화'라는 용어는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다양성영화의 하위범주로 독립영화, 예술영화, 시네마테크영화를 상정하고, 이를 위한 전용관 건립이 시급함은 물론 주류 상업영화들에 적절한 시장 제한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스크린 점유를 40%를 내로 제한하거나 상영일정 등의 의무예고제 등도 생각해볼 만한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지정토론자로 나선 이경숙 영상물등급위원회 의원은 '다양성영화'란 용어의 모호함을 지적하며 '비상업영화'란 말의 대체를 반복 주장했고, 영진위 조혜정 위원은 좀더 구체적인 제안과 토론이 이뤄지지 않음을 아쉬워했다.

한편 방청석에서는 "지원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매체로 제작된 영화들의 후반작업을 할 수 있는 장비와 시설들이 더 급하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영진위는 학술단체도 아니면서 포럼만 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그런 자리에서 나오는 얘기들이 과연 제대로 피드백은 되고 있는 것인가"라는 따끔한 일침이 나왔다. 영진위 강한섭 위원장은 이에 대해 "독립영화 진영에서 영진위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영진위의 기본 정책들을 잘 실행하기 위해 귀를 열고 다양한 얘기를 잘 듣고 독립영화 진영과 충분히 얘기를 나눌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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