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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것은 막고, 막을 것은 푼 언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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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것은 막고, 막을 것은 푼 언론정책

[MB정부 1년, 평가와 전망]<10> 권위주의와 시장주의에 포획된 언론

<프레시안>과 <진보와개혁을위한의제27>('의제27', 공동대표: 정해구, 홍종학, 김호기)은 오는 이명박 정부의 집권 1년(2월25일)에 즈음하여 연속기획 '이명박 정부의 1년 평가와 2년 전망'을 마련했습니다. 12회에 걸쳐 이명박 정부의 국정을 다각도로 평가하고 전망하려는 이 기획의 열 번째 글로 원용진 서강대 교수의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

연재순서

1. 기대와 환멸의 이명박 정부 1년 (바로가기)

2. 실용적 리더십의 그늘 (바로가기)

3. 섬기는 정부는 어디로 갔는가? (바로가기)

4. 한국경제의 역주행 1년 (바로가기)

5. 질주하는 신자유주의, 혼돈에 휩싸인 노동정책 (바로가기)

6. 대외경제정책과 지역주의 기조의 실종 (바로가기)

7. 복지위기에서 사회위기로 (바로가기)

8. 탐욕의 제도화와 교육의 계급(층)화 (바로가기)

9. 토건국가의 덫에 빠진 이명박 정부 (바로가기)

10. 풀 것은 막고 막을 것은 푼 언론정책 (2월 23일)

11. 대미/남북관계 (2월24일)

12. 총괄 좌담 (2월25일)


정치를 어렵게 말하진 말자. 사람들의 맘을 사로잡는 일이 정치가 아니고 무엇일까. 아무리 더 어려운 용어를 동원해 봐도 정치를 그 보다 실감나게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정치를 '행위'라고 말한 것도 그런 연유다. 사람이 행위 하는 이유는 다른 이들과 함께 해, 서로 맘을 포개고, 더불어 살기 위함이다. 맘을 포개고, 더부는 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이야말로 정치의 궁극이다.

불쾌의 정치

정치는 대중의 맘과 연관없다는 고집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을 두고 실패한 정치라고 말하지만 그 고집들은 자신이 그렇게 불리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고집들은 정치를 통치의 기술이라며 다양한 통치 테크놀로지를 등장시키는데 익숙하다. 노이즈 마케팅으로 딴 데 눈을 돌리게 하는 일이 그 전형이다. 아예 더불어 살며 맘을 포개는 것이 부질없는 짓이라며 관심 갖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동원하기도 한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표어로 온 사회를 도배하는 일이 그 예가 될 것이다. 권력자들이 입에 변명을 달고 다니는 것도 또 다른 원시적 테크놀로지다.

그 같은 억지 장치, 테크놀로지들은 불가피하게 불쾌의 정치를 선물한다. 대중은 맘이 편할 권리를 지닌다. 충분히 떠들고, 그런 다음 생각하고, 또 행동하는 몸 편할 권리를 지닌다. 하지만 억지 테크놀로지들은 몸 편할 권리가 아닌 몸이 따라야 할 규범들을 정해준다. 자연스레 불쾌의 정치는 짜증스러움으로 이어진다. 대중들은 몸 편할 권리를 찾아 나서고, 짜증스러움을 벗어던지기 위해 그 테크놀로지에 욕지거리를 하게 된다. 세상에 넘치는 패러디, 촌철살인의 농담들이 그 결과다.

이명박 정부는 인기의 정치에 대해선 수차례 거부감을 표시했다. 대중의 맘을 사로잡는 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여러 번 있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발언도 있었다. 그런 탓인지 대중들도 1% 정부, 강부자, 고소영 정권이라는 이름표를 달아주며 선뜻 맘을 주지 않는다. 통치 테크놀로지들도 작동하지 않고, 대중의 맘도 오리무중이자 새로운 장치를 동원하기 시작했다. 대중을 버리진 않겠지만 따르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겁주기 장치를 고안해냈다. 주눅 들게 한 다음 따르게 하는 리더십을 구사하고 있다. 그래서 불쾌의 정치는 연장되고, 인기를 찾아가는 유쾌의 정치는 그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다.

대중의 맘을 사로잡는데 실패했거나 혹은 관심을 두지 않은 가운데 벌인 대표적 정책이 언론정책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은 정부가 앞장서고 대중은 따라야 한다는 리더십의 발로에 가깝다. 개정 혹은 제정을 준비 중인 언론관련 법안 (신문법, 언론중재법, 방송법, IPTV법, 디지털전환특별법, 전파법, 정보통신망법 등 7개 법안)은 대중의 편익으로 포장하긴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일부 사회 세력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들이다. 일부 세력에 편익을 도모하겠다는 탈규제와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재갈을 물리겠다는 강한 규제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프레시안

풀 것은 막고, 막을 것은 풀다

이명박 정부만큼 소통을 입에 자주 올린 정권도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소통은 자신의 방식대로 정의된 소통이었다. 대중은 따라야 한다는 리더십을 구사하는 이명박 정부는 소통을 전달로 이해하고 있다. 혹은 통보로 이해하려 한다. 전달과 통보는 소통의 여러 방식 중 하나 일뿐이다. 여러 소통 방식 중 가장 나쁜 방식일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가장 나쁜 소통의 방식을 소통의 진수인양 끌어안은 채 언론 정책을 펴내고 있다.

모름지기 소통이란 이질적인 것 간의 주고받음을 말한다. 그래서 소통은 어수선함, 다양함, 인내를 포함하는 여러 결을 지닌 개념이 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발 소통, 언론정책에는 그런 결들이 지워져 있다. 대기업과 대자본 언론에 문호를 열어주자는 정책에는 깔끔함, 획일화라는 색깔이 묻어 있다. 하지만 대중의 입이 떠들어 얻는 즐거움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세계 경쟁력과 효율성을 내세워 '큰 게 좋다'는 확인되지 않은 강박성 발언은 확신에 차 있다. 작은 언론, 지역 언론, 대중 개개인의 성장과 복지에 대해선 묵언을 행한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을 꾸며내는 데는 열심이었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말하지 않는다. 그 위험을 강조하는 일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들을 교훈인양 포장해낸다.

겸영을 통한 화려함을 말하지만 정작 인터넷 공간에 접어들면서는 위생성을 강조한다. 사이버 공간의 위생성을 강조하며 아무나 입을 열지 못하도록 강제하려 한다. 특정 입에는 날개를 달아주고, 다른 입은 닫게 하려는 노력을 보고 일부에선 청부정책이란 힐난까지 보탠다. 소통을 오해하고, 언론 정책을 편다는 증거는 언론사 인사에 관여하는 일에서 확연해진다. 직접 개입을 하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KBS 인사개입, 그 이후 KBS의 변화 등을 보면 자신들의 방식대로 소통하는 법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권위적 시장주의 언론정책. 언론정책을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사고하며, 대중의 입막음을 꾀하고 획일적 언론시장의 조직화를 도모하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붙여진 이름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이렇다. 막아야 할 것은 시장의 이름으로 풀고, 풀어야 할 것은 권위의 이름으로 막는 그런 정책을 지난 1년 동안 구사해왔다.

전환의 기회는 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연연하겠다고 해서 성공을 쉽게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연하지 않는 일보다 연연해 성공을 거두는 일은 100배나 힘들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은 인기를 끌만한 자산이 없음을 실토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성공한 정권이 되기 위해선 인기에 연연해야 하고, 죽을 힘을 다해 인기를 끌려고 노력해야 한다. 인기를 포기한 정치를 두고 정치라고 말할 수 없고, 그런 정치인을 정치인이라고 운위할 수 없다.

맘을 사로잡고, 인기를 끌고, 그래서 성공적인 정치를 행하기 위해선 권위적 시장주의 언론정책은 마감해야 한다. 그것은 결코 대중의 맘을 잡으러 가는 길일 수 없다. 자칫 정권의 무덤으로 이르는 길일 수도 있다. 몇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대중이 아닌 일부에만 말할 권한을 부여해선 어떤 일도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지금 언론정책은 선전과는 달리 소리가 다양해지는 상황을 연출해낼 그런 정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 정반대의 길을 향해있을 뿐이다.

소통을 갈구하며, 현재의 소통 없음에 답답해하는 사회 주체들을 더 질곡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 지금 언론정책은 지역 언론, 소수 언론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 대중들이 벌일 밑으로부터의 소통에 대한 관심도 없다. 오히려 이들 주변에 더 침묵할 것을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소통으로부터 배제와 침묵이 길어지면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을 잉태하게 된다. 이미 고소영, 강부자라는 패러디가 거부감 없이 통용되는 것은 그 불안이 시작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런 대중 주체를 뭉개고, 일부에만 발언권이 쏠리게 해주는 정책을 펴서는 인기는 애시당초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맘을 포개며 제대로 정치적 행위를 한번 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언론정책을 놓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낼 기구를 구성하자는 제안이다. 이에 현 언론정책에 우호적인 시민사회단체 조차도 찬성의 목소리를 냈다. 한번 결정하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사안이라는 중요성을 감안한 생산적인 제안이고 화답이다. 짓고 난 후의 집 모양이 어찌될 것인지를 헤아리지 않고 벌이는 건축은 꿀벌들이 펴는 작업이다. 인간이 벌이는 건축은 그와는 다른 작업이다. 그 안에서 살 사람들 간의 움직임, 모임, 편안함을 모두 감안한 정치적 행위로 건축을 한다. 더 늦기 전에 대중의 맘과 연관시킨 한나 아렌트적 정치 방식을 택하며, 식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언론정책이라는 집을 지을 것을 정부와 집권 여당에 부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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