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추모제에 참석한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은 검찰 수사가 '생색내기'라며 쓴소리를 던졌다.
'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제3차 범국민 추모대회가 대책위 추산 5000명(경찰 추산 2500명)이 모인 가운데 청계 광장 인근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렸다.
▲ 7일 청계 광장 인근에서 용산 참사 범대위 주최로 3차 추모제가 열렸다. ⓒ프레시안 |
"거짓말로 굿하는 검찰을 감옥에 넣어야 해"
첫 발언자로 나선 백기완 소장은 "9일 발표하는 검찰 수사는 거짓"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거짓말로 굿하는 검찰을 감옥에 넣고 판을 뒤집어 엎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의 대통령은 이미 알다시피 사람 죽인 사람은 감옥에 보내지 않고 오직 자신의 양심만 감옥에 넣었다"며 "이미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실현 가능성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용산 참사 당시 투입된 경찰 특공대가 1600명이었다"며 "이들을 투입해 5명을 죽였으니 이건 학살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황이 이정도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신이 부도덕해 사람을 죽였다며 국민에게 반성하고 큰 절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백기완 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쫓겨나지 않으려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책임자들을 감옥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진상조사단 위원은 검찰 수사에 비판의 칼을 들었다. 그는 "검찰은 지금 누구의 봉사자인가"라고 반문한 뒤 "용산 참사를 수사하는 검찰은 재벌과 국가의 봉사자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참사의 주된 원인은 공격적으로 진압한 경찰에게 있다"며 "하지만 검찰은 이것에 대한 수사를 전혀 하지 않고 되려 사실을 조작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김태현 대책위 상황실장은 "9일 검찰 발표가 왜곡된 발표라면 그날 저녁에 우리는 대규모로 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9일은 정월 대보름으로 쥐를 잡는 날"이라며 "이날 우리가 잡아야 할 쥐는 곡식을 갉아 먹는 쥐가 아니라 서민과 민주주의를 갉아 먹는 쥐"라고 말했다.
'경찰-시민' 간 팽팽한 기 싸움…9일 검찰 발표 후 실력 행사도 예상돼
3차 범국민 추모제는 이전 추모제보다 '경찰-시민' 간 기싸움이 치열했다. 조금이라도 더 목소리를 내서 9일 발표될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시민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 사이의 긴장감이 팽팽했다.
▲ 추모제에 참석한 여성. 그는 한 손에는 촛불을, 다른 한 손에는 뉴타운 재개발 중단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프레시안 |
대책위는 이날 추모제를 서울 청계 광장에서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추모제 전날 현장 주변에 120개 중대, 9천여 명의 전·의경을 배치해 광장을 봉쇄했다. 3차 추모제가 청계 광장 인근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이유다.
추모제를 마친 시민들은 광화문 쪽으로 행진하려 했지만 경찰은 이미 종로, 을지로, 광화문 등으로 통하는 모든 길을 버스로 막았다. 을지로 쪽은 아예 버스로 벽을 만들어 시민들이 도로로 나오지 못하도록 사전에 예방했다. 또한 지하철 통로를 통해 이동할 것을 우려한 경찰은 청계 광장 쪽에 위치한 지하철 출구를 막고 시민들의 이동을 통제했다. 이로 인해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려던 시민들은 애로를 겪었다.
용산 참사 추모제가 진행된 이후 처음으로 색소 물총도 등장했다. 탑골 공원에서 시민과 대치한 경찰은 증거수집용 파란 색 물총을 발사했다. 경찰은 또한 종로와 퇴계로 4가에서 도로로 행진하던 시민 6명도 연행했다. 6명은 송파 경찰서로 이송됐다.
주목할 부분은 경찰의 강경한 진압에도 시민들은 여느 때보다도 강하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했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추모제가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인도가 아닌 차도를 통해 가두 행진을 벌였다. 한국대학생연합과 다함께, 민주노동당 회원 약 200명은 종로를 거처 퇴계로를 지나 동대문운동장까지 편도 차선을 점거하고 행진했다.
이들과 떨어진 약 200명의 시민들 역시 종로 대로를 점거하고 행진했다. 경찰은 시민들이 인도에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짰지만 사후 대책이었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산개해 행진을 벌인 시민들 약 1000명은 이후 저녁 8시 30분경 다시 명동 성당 앞으로 모여 정리 집회를 진행했다.
이처럼 검찰 수사 결과를 앞두고 '경찰-시민'간 신경전은 7일 추모제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이러한 신경전이 자칫 서로간 실력 행사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9일 검찰 수사 결과가 현재 시민들이 예상하는 대로 발표될 경우, 흥분한 시민과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간 충돌이 불가피 하다는 것.
이날 정리 집회에 참석한 용산 범대위 최헌국 목사는 "9일 사건의 진상을 엉터리로 발표한다면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사결과가 김석기 구속 처벌이 아니면 우린 다시 청계 광장에 모여 '이명박 심판 쥐불'을 놓겠다"고 말했다.
9일 발표되는 검찰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용산 참사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 이들은 손에 학살 만행 이명박 퇴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프레시안 |
▲ 이날은 청계 광장에서 종로, 을지로 등으로 가는 길이 모두 막혔다. 경찰은 지하철 출구까지 막아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프레시안 |
▲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 ⓒ프레시안 |
▲ 추모제에 참석한 남학생. 피켓 뒤의 얼굴이 비통하다.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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