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미디어산업 발전특위위원장인 정병국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신문과 방송, 통신 융합시대에 대비한 미디어법 개정 등 미디어관련법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
■ 의혹1: MBC 민영화 진짜 안 하나?
정 위원장은 물론 한승수 총리까지 나서 "MBC 민영화 안 한다"고 밝혔지만, 이명박 정부의 최대 문제점이 '신뢰의 위기'라는 점과,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진출을 허용하는 방송·신문법 개정안을 그대로 유지한 점도 이 말을 100% 신뢰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단지 2월 임시국회 때 언론노조를 비롯한 양심 있는 시민세력의 촛불행렬을 막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MBC 노조 등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것을 막아 반대를 최소화하고, 일단 관련 법규를 통과시킨 다음에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전술이라는 것이다.
방송법과 공영방송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MBC 민영화를 밀어 붙일 근거를 마련해 두면 여론의 변화 추이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민영화를 재추진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방송에 대기업과 신문사 진출을 허용한 채 "MBC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허언에 불과하다는 것이 야당의 시각이다.
■ 의혹2: 지상파 버리기?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진보적' 인사들이 노조 등의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MBC는 장악을 해도 껄끄럽다는 게 한나라당 내부의 반응이다. 특히 방송 진출을 노리는 보수언론이나 대기업들도 MBC를 삼키기에는 "독가시가 너무 많다"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의 역풍'도 지난 연말 확인한 터다.
이 경우 떠오를 수 있는 대안은 방송시장 구조 자체를 바꿔버려 MBC를 고립시키거나 최소한 영향력을 축소 시키는 것이다. 정병국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여론의 다양성이 위협을 받고 있고, 어떤 측면에서는 여론 독과점 속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KBS와 MBC의 영향력이 50%가 넘고, 그나마 나머지도 신문사가 아닌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 말이 의미심장하다. 정 위원장은 "IPTV 시대가 돼 다원화가 되면 여론 독과점이 풀린다"고 말했다. 방송시장의 무게 중심을 지상파가 아닌 IPTV로 옮겨 지상파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 위원장은 '방통융합', 'IPTV 시대' 등을 누누이 강조했다.
■ 의혹3: IPTV 선봉장 김인규
▲ 16일 발행된 정부 정책홍보지 <코리아플러스> 표지. ⓒ프레시안 |
'신방겸영', '방통융합' 등에 대한 거의 일방적인 찬양 기사로 채워진 지면 중 가장 눈에 띄는 제목만 몇 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독과점 구조로 기존 지상파방송만 배불렸다", "Q : 대기업과 신문이 방송 진출하면 여론 독과점인가요? A : 지금이 방송 독과점 방송 다각화, 여론 민주화 길 터", "지상파 독과점 시대는 가고…방송+인터넷, KT·SK·LG 3色 대결" 등이다. 참고로 "지상파 독과점 시대는 가고…" 기사는 통신 3사 및 정부의 IPTV 투자전략을 소개하고 있을 뿐 '지상파 독과점'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목을 이와 같이 뽑는 등 '지상파 독과점'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IPTV 사령탑'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인터뷰"도 흥미롭다. 김 회장은 이명박 대선캠프 방송전략실장으로 KBS 사장 물망에 올랐던 인물. 지금은 IPTV 육성의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다.
▲ <코리아플러스> 지면. ⓒ프레시안 |
김 회장은 인터뷰에서 "외환위기 때 방송이 나서서 '금 모으기 운동'을 전개해 위기 극복에 기여했었는데 경제위기로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도 언론이 나서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IPTV 3사에서 일자리방송을 통해 '맞춤형 채용정보'를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IPTV를 통한 교육 프로그램 방영, 행정서비스 등을 공언하고 있다. IPTV를 공적으로도 이용하는 등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IPTV 육성 분야에 3년간 869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 의혹4: 생각대로 될까?
이와 같은 전망에는 물음표가 하나 붙는다. 결국은 IPTV에 컨텐츠를 공급하는 주체가 지상파 방송이기 때문에 지상파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IPTV 시청 행태를 보면 단순히 그렇지만도 않다. IPTV가 1일부터 지상파 실시간 방송을 실시하고 있지만 IPTV의 매력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보는 주문형 비디오 방식(VOD)이라는 점이다. 지상파 방송 시간에 보지 못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극장 개봉을 놓친 영화를 편안한 시간에 볼 수 있다. IPTV 이용률이 높아지면 지상파 시청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IPTV 역시 지상파와 마찬가지로 예능 프로그램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메가TV의 최근 1주일 동안 시청 1~7위 프로그램은 '일요일이 좋다', '해피선데이', '일밤-우리 결혼했어요', '무한도전', '개그콘서트' 등 예능 프로그램 일색이었다.
▲ ⓒ프레시안 |
당연히 집에서 IPTV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 지상파의 보도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볼 시간은 줄어든다. 또한 방송광고는 물론 프로그램의 재판매를 통한 수익창출을 노리는 방송사들이 보도나 시사교양보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더 열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그리고 방송사의 '편성권'은 무력해진다. 다소 음모론적인 과장된 분석이지만 IPTV 보급을 통해 방송시장 구조에 충격을 주고 결국 "지상파 독과점 해소"를 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병국 위원장은 뉴스 소비 시장에 충격을 준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에 빗대, "IPTV가 방송의 포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사의 영향력을 포털이 빼앗아 갔듯이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을 IPTV가 가져가게 될 것이라는 '솔직한' 고백인 셈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면 지상파 방송 진입장벽을 감안할 때 대기업 등이 IPTV에 채널을 차리고 컨텐츠 공급업자로 진입하기 위한 장벽도 낮은 편이다. 결국 대기업의 방송진출 허용은 이와 같은 밑그림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끊임없이 의심하라
정부는 이와 같은 계획을 '방통융합', 'IT산업의 총아', '미디어산업 발전', '2만6000개의 일자리 창출', '3조6000억 원의 시장 창출' 이라고 홍보하고 있고, 심지어 "젊은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미디어 산업 일자리 창출"이라는 홍보까지 개시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법과 제도가 변해야 한다는 점, 새로운 성장동력을 미디어 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이면에 숨겨진 의도에 대한 의심이 가시지 않는 이상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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