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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악착같이, 반드시, 끝까지 저들의 끝을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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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 "악착같이, 반드시, 끝까지 저들의 끝을 보겠다"

'옥쇄투쟁' 민주ㆍ민노', 본회의장 사수 결기 충만

'너무 대가 약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최근의 여야 협상과정에서 '강골'로 변신한 원혜영 원내대표는 31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나라당이 쟁점법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의원직 총사퇴 가능성이 크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의원직 사퇴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각오는 그 어느때보다 단단하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여야 원내대표 회담이 최종 결렬된 30일 밤 취재진들에게 최초로 본회의장 안을 공개했다.

○…본회의장 내부는 창문이 하나도 없는 덕분에 외투를 입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춥지는 않았으나 환기가 되지 않아 공기가 매우 탁했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폐소(閉所)감에 시간이 흐를수록 답답함이 밀려왔다. 곳곳에 가습기가 설치돼 있었으나 '드넓고 높은' 본회의장의 크기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한 재선 의원은 "자고 나면 아침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먼지가 많아 고통스럽다"며 "이 안에서는 필수품이 책과 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점거 6일째를 맞이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익숙해보였다. 자리에 모여 앉아 책을 읽거나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는 등 긴장감 자체가 이미 익숙해졌다는 듯 평안한 모습이었다. 크리스찬 의원 10여 명은 모여서 즉석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매트를 나르며 잠자리를 준비하는 의원 등 저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 ⓒ프레시안
○…그러던 중 자정께 '질서유지권 발동 규탄 및 날치기 저지 결의대회'가 시작됐다. 강기정 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결의대회는 구호로 시작했다.

사회자가 "날치기 처리 중단하라", "직권상정 결사 반대한다", "MB악법 처리 즉각 포기하라", "국회무시 불도저정치 이명박 대통령 규탄한다" 등을 선창을 하면 의원들이 마지막 구절을 세 번 반복하는 식이다. 점거 초반에만 해도 반복 구호 박자가 제대로 안 맞았지만 6일째에 접어들자 제법 딱딱 맞아 들어갔다. 한 386출신 의원은 "이 정도면 장외투쟁 나가도 되겠어"라고 흡족해 했다.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고 평소에 온화한 성품으로 평가 받던 원혜영 원내대표의 언사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결의대회에 나선 원 원내대표는 "18대 국회에서 민주주의가 다시 치욕스런, 모욕당한, 파괴당한, 매장당한 역사의 현장으로 전락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기갑 "의석수가 적어 죄송"

○…이날 본회의장 점거에 합류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맹비난했다. 강 대표는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무너지리라 생각한다. 내년 상반기 고통 받는 민중들이 용서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정치인들은 그 때까지 둬서는 안 된다. 곤장을 치고 멱살을 잡아서라도 바른 길로 잡아줘야 한다"고 목청을 키웠다.

5분여 동안 목에 핏대를 세워 연설하던 강 대표는 갑자기 멋쩍은 듯 미소를 지으며 "고함쳐야 할 데는 딴 데인데요"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강 대표는 "하도 분노가 나서 고함 좀 쳤다"며 "의석이 적어서 죄송하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싸워보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이야 원래 거리의 투사이기 때문에 (본회의장 정도는) 상관없지만, 민주당에는 각료를 하신 분들도 많고 점잖으신데 오죽하면 이렇게 하고 싶겠느냐"고 위로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31일 오후 선거법 위반 1심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본회의장을 떠났다.

▲ 국회 앞 정문에 경찰 버스를 배치해 '외부 침입'에 대비하고 있다. ⓒ프레시안

김부겸 "반드시 저들의 끝을 보겠다"

○…이어진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에서도 '투쟁' 의지가 확연하게 묻어났다. 박지원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가 4년이 남았다고 그러는데, 3년 하고도 350일 남았다"고 꼬집으며 "청와대에 있어보니 5년 금새 가더라"고 충고했다. 박 의원은 "국민이 소수 야당을 줬을 때는 싸우라고 준 것"이라며 "지금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투쟁해 반드시 이기자"고 독려했다.

당초 박 의원이 '마지막 연사'였으나 의원들의 발언신청이 이어졌다. 김부겸 의원은 "탄핵 때 이 자리에 누웠다가 새벽 4시에 밟듯이 뛰어올라와 이 자리를 뺏긴 적이 있는데, 비참하게 끌려나간 뒤 투표하는 것을 지켜보며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오늘 저들이 밟고 지나가면 옛날처럼 어디 가서 눈물이나 짜고 있지 않겠다. 악착같이 끝까지 반드시 그들의 끝을 보겠다는 것을 확실히 하자"고 외쳤다.

○…이어 단상에 오른 노영민 의원은 "누가 감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되돌릴 수 있겠느냐고 생각한 사람은 참으로 순진한 사람이었다"며 "그 순진함의 댓가를 이제 우리가 치르고 있구나"라고 자신이 쓴 '시와 같은 결의문'을 낭독했고, 우윤근 의원은 버락 오바마 당선자의 연설문을 인용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위대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자들 앞에 오늘 밤 바로 이 자리에 답이 있다. 세상을 비관하는 자들에게 불변의 신조로 얘기할 것이다 'Yes We Can'이라고"라며 동료 의원들을 독려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쏟아지는 격려 전화와 문자 메시지에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인터넷에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자'고 의원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석현 의원은 "문자 메시지가 수백 통이 들어오고 있다"며 한 메시지를 소개했다. "저는 국회의원은 탐관오리의 대명사로 알아왔는데, 오늘 민주당 의원의 투쟁을 보면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지난 두 번 선거에서 제 손가락을 엉뚱한데 표를 찍었던 것을 속죄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 ⓒ프레시안
"협상에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이석현 의원은 "홍준표 원내대표가 얼치기 협상안을 가져 왔다는 얘기를 했을 때 솔직히 끝까지 협상에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고백했으나 "그런데 알량한 협상안 마저도 오만방자한 한나라당 의총에서 거부됐다는 것을 듣고 진정으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우리의 마음은 선택의 고민이 없어졌다. 당당하게 싸워 이기는 것 밖에 없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 의원은 특히 "몸싸움을 하지 말라는 권고의 말씀이 왔는데,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답변하겠다"며 "소수의 의석으로 평화적으로 진행한다면 악법들은 통과될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점잖게 있어야 되겠나. 노동자들이 길거리에 내앉고 중소기업들이 망하는 등 나라가 거덜날 지경이기 때문에 이 몸이 부서지도록 싸워서 반드시 좌절시켜야 한다고 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체적인 분위기는 "올 것이 왔다", "어설픈 타협보다 이게 훨씬 낫다" 는 것이었다.

국회 삼엄한 경비

○…긴장감은 불침번 조를 짜서 새벽을 '무사히' 넘긴 31일에도 이어졌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정세균 대표의 제정당 대표자 회담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이마저도 결렬되면 곧바로 본회의장 강제 해산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의원들에게 본회의장 주변을 멀리 떠나지 말라고 당부해둔 상태다.

국회 주변의 경비도 한층 삼엄해졌다. 국회 상시출입자 외에는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고, 본청 출입문 개방도 최소화한 채 문 마다 5~6명의 경위와 방호원들이 출입증과 얼굴을 일일이 대조하며 통과시켜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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