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남짓 직권면직철회와 기능직전환을 위해 농성 중이던 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조(이하 경찰청 고용직노조, 위원장 최혜순)가 4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끝에 39명 전원 연행됐다.
***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조, 정부청사 앞 대로에서 기습시위**
이날 기습시위는 오전 9시20분경 정부종합청사 앞 도로를 점거하면서 시작됐다. 노조 조끼와 수의를 입은 경찰청고용직노조 조합원 40명은 '경찰청의 부당한 강제해고, 고용직공무원을 죽인다', '정부는 실업자 양산하는 강제면직 즉각 중단하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정부청사를 향해 펼친 후 본격 농성에 돌입했다.
이미 대기해 있던 전투경찰 1개 중대가 농성 저지를 위해 투입됐고, 오전9시40분부터 전원 연행방침이 내려져 여경들이 연이어 투입됐다. 경찰은 집시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이유를 들어 강제연행 방침을 확성기로 전달했지만, 노조원들의 구호와 노래소리는 오히려 높아갔다.
경찰들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와중에 한 조합원이 마비와 위경련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쓰러진 조합원은 이영숙씨(39)로 평소에 심장 등에 지병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희정 사무국장은 "이영숙씨는 2달간 농성이 지속되자 최근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며 "기습시위로 평소에 안 좋던 심장에 무리가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통증을 울음으로 호소하며 강북 삼성병원으로 응급 후송됐다.
오전 10시가 넘어서자 마침내 경찰은 연행을 시작했다. 3~4명이 1조가 된 여경들은 스크럼을 짜고 버티고 있는 노조원 한 명씩 대기해 있던 전경버스로 연행했다. 아우성과, 울음, 노래, 구호 등의 악다구니가 처절하게 펼쳐졌다. 한 조합원은 전경버스로 끌려가면서 "집시법,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협박마라.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아느냐"며 울부짖었다. 훈련된 여경들은 불과 10여분만에 39명(병원 이송 1명 제외) 전원 연행에 성공했다. 이들은 2대의 전경버스로 나눠져 종로·노원·종암 등 5개 경찰소로 분산 이송됐다.
***경찰청장 면담 외면이 기습시위 불러와**
이날 기습농성은 지속적인 허준영 경찰청장과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고, 최근 홍영기 경찰청 경무기획국장과의 면담에서도 진전된 답변을 듣는데 실패한 것에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해12월31일 직권면직된 이후 매일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며 허 청장의 면담을 요구해왔다.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경찰청 고용직 노동자들에 대해 "경찰청 내에도 취약계층이 있는걸로 안다"며 "제도적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허 청장은 정작 이들의 면담 요구는 일절 외면해 왔다.
장희정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 "허준영 청장이 일관되게 면담요구에 응하지 않고,해결책 역시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한 단계 높은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는 경찰청이 아닌 상급기관인 행정자치부와의 싸움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고용직공무원은 15년 넘게 경찰청에서 전산보조, 회계보조는 물론 각종 허드렛일을 해오다, 지난해 직제 폐지 등의 이유로 직권면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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