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재정지출 확대안의 세부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 대책이 건설사들의 배만 채워주는 대책일 뿐, 9·1 감세안에 따라 크게 줄어드는 지방재정에 대한 고려는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먼저 9·1 감세안에 따라 지방재정이 어느 정도 타격을 입게 될지 이 부분부터 추정해 보기로 하자.
1. 지방교부금 감소
지방교부세법에 따르면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행정운영에 필요한 부족재원을 지원하기 위하여 내국세 수입의 일정비율을 지자체에 교부하도록 되어 있다.
(1) 보통교부세 : 내국세의 18.3%의 96%
(2) 특별교부세 : 내국세의 18.3%의 4%
(3) 분권교부세 : 내국세의 0.94%
(4) 부동산 교부세 : 부동산 교부세 전액
그리고 이 법의 규정에 따라 MB정부의 9.1감세안이 지방교부금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위의 표를 보면 MB정부의 9·1감세안에 따라 2009년에는 지방재정교부금이 2조 7713억 원 감소하고 2010년 이후에는 매년 5조 원 이상의 지방재정교부금 감소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
9.1감세안이 지방교부금만 줄여 놓는 것은 아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큰 폭으로 줄어든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르면 중앙정부는 교육기관의 설치,운영에 필요한 부족재원을 지원하기 위하여 교육세 전액과 내국세 수입의 일정비율을 시도교육청에 교부하도록 되어 있다.
(1) 지방교육재정 보통교부금 : 교육세 + 내국세의 20%의 96%
(2) 지방교육재정 특별교부금 : 내국세의 20%의 4%
이 법의 규정에 따라 역시 MB정부의 9.1감세안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해 보면 다음과 같다.
위의 표를 보면 MB정부의 9·1감세안에 따라 2009년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1조 3368억 원 감소하고 2010년 이후에는 매년 3조 원 이상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주민세 감소
9.1 감세안은 또 지방정부의 주요 재원인 주민세 세수도 감소시키게 된다. 9·1감세안에 따라 국세인 법인세와 소득세가 줄어들면 지방정부 세수인 법인세할(割)주민세와 소득세할(割)주민세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법인세와 소득세 세수의 10%에 해당하는 주민세를 지방정부가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의 표를 보면 MB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로 인해 2009년에 지방정부의 주민세 세수가 5302억 원 감소하고 2010년 이후에는 매년 1조 3000억 원 이상의 주민세 감소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4. 종합 : 9.1감세안이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지금까지 서술한 것을 종합하여 9.1감세안이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합하여 추정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위의 표를 보면 MB정부의 9·1감세안에 따라 2009년에 지방재정이 4조 6382억 원 감소하고 2010년에는 9조 4203억 원, 2011년 이후에는 매년 10조 원 이상의 지방재정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5. 9·1 감세안의 지역별 영향.
9·1감세안은 각 지역별로 지방재정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다음에 소개하는 자료는 필자가 행정안전부의 2006년 지역별 지방교부금 배분비율, 교육과학기술부의 2006년 지역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비율, 그리고 2007년 행정안전부의 부동산교부금 배분비율을 기초로 하여 9·1감세안이 각 지역 지방재정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 추정해 본 것이다.
위의 표를 보면 주민세 감소분을 제외했음에도 불구하고 9·1감세안에 따른 지방재정 감소액이 비수도권의 경우 100~150만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을 할 수 있다.
이런 수치는 9·1 감세안이 비수도권의 지방재정을 가구당 100만 원 이상씩 줄여 놓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지방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정부의 11·3대책은 과연 지방경제를 살리는 대책인가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해야 하나. MB정부는 9·1감세안을 통해 지방재정을 이렇게 취약한 상태로 내 몬 것도 부족했던지 더 나아가 수도권 규제완화를 내세우며 지방 주민들을 더욱더 빈궁한 상태로 내몰고 있다.
그리고 지방주민들의 저항이 예사롭지 않게 나타나자 11·3 대책이 '지방살리기대책'이라며 우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필자가 이른바 11·3대책이라는 것의 내용을 꼼꼼이 들여다 본 결과 이 대책은 건설사들에게 일방적으로 퍼 주는 정책일 뿐 지방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별로 없는 무늬만 그럴듯한 대책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위의 표를 보면 11·3 대책으로 지방의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정부는 4조 6000억 원을 들여 지방SOC 확충을 한다고 하는데 지방 건설사업의 이익 대부분은 수도권에 본사를 둔 대형건설사들이 차지할 것이므로 지방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반대로 만약 정부가 이 돈을 지방SOC 건설투자로 허비하지 않고 지방정부 복지재정으로 교부한다면 지방정부 복지재정은 4조 6000억 원이 늘고 이 중에서 4조 원이 소비로 이어진다면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래의 [표-A]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4조 6000억 원을 내려보내 지방정부가 이를 100% 복지재정으로 쓰고 주민들이 이 중 87%를 소비하여 매년 4조 원의 소비가 여러 산업의 매출을 유발할 경우, 그 산업별 매출이 어느 정도의 일자리를 창출하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표-A]에 의하면 4조 원 소비가 4조 원 도소매 매출을 유발한 경우 그 해 14만 명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같은 방식으로 4조 원 소비가 4조 원의 음식업 매출을 유발한 경우 그 해 11만 명의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된다.
아래의 [표-B]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4조 6000억 원을 내려보내는 대신 4조 6000억 원 전부를 토목건설에 지출한 경우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추정한 것이다. [표-B]에서 취업계수란 경제주체들의 토목건설지출액 중에서 토지매입액을 뺀 나머지 순수건설투자액 10억 원이 일자리를 몇 개나 창출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표-B]를 보면 4조 6000억 원의 토목건설지출은 3조 2000억 원의 건설투자를 가져오고, 3조 2000억 원의 토목건설투자는 2만 8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토목건설업의 일자리 창출효과는 도소매업이나 기타 서비스업에 비하여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다.
즉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4조 6000억 원을 내려보내 지방정부가 이를 100% 복지 재정으로 쓰는 경우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4조 6000억 원을 내려보내는 대신 4조 6000억 원 전부를 토목건설에 지출한 경우의 일자리 창출효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지방경제를 살리는 대안은 무엇인가
현재와 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지방경제를 살리는 대안은 무엇인가.
(1) 감세정책을 철회하고 9~10조원의 지방재정 감소 막아야.
부유층과 대기업들만을 감세정책은 한국경제를 망치고 더불어 지방경제를 망치는 일이다. 현재와 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부유층들과 대기업들에 대한 감세의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반면, 감세정책이 재정지출확대의 기회를 박탈하여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나아가 경제성장 자체를 둔화시키기 때문이다.
아래에 소개하는 두 개의 표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가 국세통계연보(2007)를 토대로 MB정부 9·1감세안의 경제적 효과와 연구소가 제안하는 [감세정책포기+재정지출확대정책]의 효과를 비교, 추정해 본 것이다.
연구소가 제안하는 [감세정책포기+재정지출확대정책]의 효과는 2006년을 기준으로 12조 원을 감세하지 않고 전 계층에 골고루 혜택이 가도록 교육, 보육, 의료 부문 등에 대한 정부지출을 확대한다고 가정할 경우의 경제적 효과를 추정한 것이다.
위의 표를 보면 MB정부의 9·1 감세안이 가져오는 소비 및 투자 증가효과는 5조 9868억 원에 그치는 반면 시민경제사회연구소의 대안이 가져오는 소비증가효과는 10조 269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유층과 대기업들만을 위한 감세정책은 한국경제를 망치고 더불어 지방경제를 망치는 일이다. 현재와 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부유층들과 대기업들에 대한 감세의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 반면, 감세정책이 재정지출확대의 기회를 박탈하는 역효과는 매우 크게 나타나 결과적으로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나아가 경제성장 자체를 둔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2) SOC 건설남발정책 철회하고 14조원을 지방복지로 돌려야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했던가. 우리나라 경제관료들과 정치인들은 뉴딜정책의 본질을 '토목공사'로 오해하고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토목공사를 늘리자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뉴딜정책 중에서 가장 효과가 없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토목공사였다.
한국의 대표적인 경제사학자인 서울대 양동휴 교수는 1998년, <세계 대공황의 원인.경과,회복과정>(경제논집 37-4)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 (토목공사 등) 공공근로사업은 생산효과나 고용유발효과가 극히 낮은 부분에 대한 투자였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효율성 있게 운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2000년에 <뉴딜정책의 공과>(경제사학 28권)라는 글을 발표하고 이렇게 덧붙혔다.
"1차 뉴딜(토목공사 중심 뉴딜)은 이미 실질생산이 엄청나게 하락하게 되는 상황에서 생산을 더욱 감소시키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또 1995년 < 미국·영국·독일의 대공황 회복과정>(Seoul Journal of Economics 8-2)이라는 글에서 뉴딜정책의 중심인 구호대책과 (토목공사 중심의)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이렇게 대비시켰다.
" 일반적으로 뉴딜의 정책들은 구호대책, 경기부양책, 개혁조치, 세 가지 범주로 구분된다. 흔히 구호대책은 적어도 당면 목표를 달성했다 할 수 있고, 개혁조치는 장기적·제도적 효과를 가졌으나 경기부양책은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MB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토목공사의 환상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토목공사 중심의 정책은 경제를 살리는 정책이 아니라 경제를 죽이는 정책이다.
그리고 또 부유층만을 위한 감세정책을 철회하여 지방 주민들에게 9조 4000억 원(2010년 기준)의 지방재정을 돌려주고, 11·3 대책에 담긴 4조 6000억 원 가량의 토목공사정책을 철회하고 이 재원을 역시 지방복지재정으로 돌려 주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14조 원을 지방주민들에게 돌려줄 경우 지방주인들이 가구당 얻게 되는 복지혜택은 어느 정도일까. 다음에 소개하는 표는 현행법과 동일하게 14조 원을 지역별로 배분할 때 가구당 얻게 되는 복지혜택을 산출해 놓은 것이다.
위의 표를 보면 MB정부가 9·1 감세정책을 철회하고, 11·3 대책에 담긴 4조 6000억 원의 토목공사정책 또한 철회하고 14조 원의 재원을 지방복지재정으로 돌려 줄 경우, 서울·인천·경기 지역 주민의 경우 가구당 39만 8000원~43만 5000원의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고, 지방 광역시 주민들의 경우 가구당 56만 5000원~100만 3000원의 복지혜택을 박을 수 있으며, 지방 도민의 경우 가구당 147만 6000~232만 4000원의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토목공사가 복지정책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증거는 없다
물론 이런 복지정책이 토목공사보다 더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면 재고의 여지가 있겠지만 서울대 양동휴 교수의 여러 보고서에서 드러나듯이 경제위기시에 복지정책이 토목공사보다 더 비효율적이라는 증거는 없다. 필자가 뉴딜정책에 대한 여러 논문을 찾아보았지만 경제위기시에 복지정책이 토목공사보다 더 비효율적이라는 증거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반대로 1990년대 일본의 사례는 감세정책과 토목공사 중심의 재정지출확대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웅변으로 보여준다.
미국으로 하여금 대공황을 극복하게 하는데 토목공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근거없는 미신이 괴기스럽게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다. 지동설을 누르고 있었던 천동설만큼이나 어이없는 일이다. 선무당이 사람잡듯이 이런 괴기스러운 미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난도질할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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