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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는 이제 시작"…코스피 다시 1000대로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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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는 이제 시작"…코스피 다시 1000대로 급락

재정부 "경제 부진 지속"…월가도 구조조정 본격화

기대감이 반영된 재료 효과는 시장에 노출되는 순간 끝났다. 증권가의 속설이 고스란히 입증된 날이었다.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확정된 후 더 이상 기대감은 주가를 떠받치지 못했다. 결국 해답은 실물경제 회복에 있음이 다시 확인됐다.

6일 코스피지수는 급락을 거듭한 끝에 최근 상승분을 고스란히 토해내며 1100선 밑으로 하락, 전날보다 89.28(7.56%) 하락한 1092.22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28.89(8.48%) 떨어져 311.96으로 거래를 마쳤다.

주가↓·환율↑…다시 늪에 빠진 자산시장

하락종목이 줄을 이었다. 코스피에서 783개 종목, 코스닥에서 942개 종목이 떨어졌다. 외국인이 2862억 원을 순매도, 하루만에 다시 한국 증시에서 손을 털어냈다.
▲코스피는 다시 1000선 밑으로 내려갈까? 이날 약간이지만 연기금이 장에 투입됐다. 만약 앞으로도 지수 하락 추세가 멈추지 않는다면 연기금은 다시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뉴시스

하락장세가 이어지자 비차익거래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에서 3961억 원의 매수세가 유입됐으나 증시를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는 매매주체가 매수 목표가와 매도목표가에 대상종목 주가가 다다르면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적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기법을 말한다.

장이 열리기 전에 일찌감치 하락 기미가 보였다. 오바마 효과가 끝난 미국 증시가 고스란히 전날 상승분을 반납하며 흥분장세를 끝낸 것이다. 다우존스지수는 500 가까이 주가가 빠진 끝에 다시 9100선이 위협받게 됐고, 나스닥지수도 100가까이 하락해 1680선으로 주저앉았다.

환율도 다시 오름세를 탔다. 이날 달러당 원화는 65.50원(5.18%) 급등해 1331.00원을 기록했다.

이날 하락으로 코스피지수는 이번 달 3거래일 동안의 68.44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 다시 지난 달 30일(1084.7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미끄러졌다. 환율도 지난 달 30일 1200원 선으로 내려온 후 5거래일 만에 다시 이를 넘어섰다.

예상은 했지만…

이날 주가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최근 활황을 보였다곤 하나 실물경제에서는 이제야 중견건설사 부도, 각종 경기지표 추가 하락 등 침체가 본격화되는 기미가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100선이 하락과 동시에 무너지자 다시 시장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증권사 강남지점 관계자는 "생각보다 장이 힘을 쓰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다시 1000선 밑으로 내려앉을 듯하다"고 했다.

결국은 실물경제가 문제다. 한동안 금융부문 신용경색 조짐과 더불어 오바마에 대한 기대효과로 자산시장이 반짝 회복기미를 보였지만 실물경제가 침체기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어떻게든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아직 바닥을 말하기 이르다는 것은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1월 경제동향 보고서(그린북)'에서도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부는 여전히 한국 경제의 내수부진이 가속화되고 성장·고용 둔화세도 멈추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모든 거시지표가 부진하다. 지난 9월 석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소비재판매는 지난달에도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9월 경기선행지수와 경기동행지수는 각각 10개월, 8개월 연속 하락했다. 3분기 민간소비는 지난해에 비해 겨우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9월 신규취업자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1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해 월평균수(28만2000명)에 비해 무려 17만명이나 감소하는 최악의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 부진→기업실적 하락→고용 축소→소비 부진의 악순환 고리가 끊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획재정부의 '11월 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소비 둔화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05년 완만히 상승하던 소비곡선(전년동기비)은 다시 하락으로 고개를 돌렸다. ⓒ프레시안

세계경기 위축, 이제 시작

세계 경기위축 또한 심각한 지경이다. 미국과 EU는 이미 3분기를 기점으로 GDP 성장률 마이너스 시대를 열었다. 주요국이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하고 재정지출 확대책 등을 마련해 추락하는 경제를 다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개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위기는 점차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최대 완성차 제조업체 GM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오바마 당선자에게 구원 요청을 보내고 있다. GM 북미담당 트로이 클라크 사장은 5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전미자동차부품업협회 회동에서 "앞으로 100일 안에 업계 사활이 걸렸다"고 말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는다면 회사가 망한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GM과 크라이슬러의 합병 협상에 관여 중인 로저 알트먼 전 재무차관보도 "GM의 와해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완성차 업체 중 하나가 망한다면 최대 25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경제위기의 진앙인 월가에는 이미 핏빛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JP모건체이스에 피인수된 베어스턴스의 펀드매니저 배리 폭스(51)가 약물을 과다 복용한 후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고 보도했다. 배리 폭스는 인수 과정에서 실직했다. 지난달 초에도 실직한 재무관리자가 가족을 몰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지난 6월 이후 미국 증권가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총 1만7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화탁 동부증권 수석연구원은 "아직 실물경제의 바닥이 어디인가를 말하기는 이르다. 이제 침체기에 진입했다"며 "아직 아무 것도 섣불리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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