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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폭등하는데 금리까지 내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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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폭등하는데 금리까지 내리자고?

"최후의 카드 함부로 뽑아선 곤란"

한국은행 금통위 개최를 앞두고 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 은행의 금리 인하 기류에 동참해 금융시장 혼란을 잠재워야 한다는 얘기다. 각 증권사는 속속 한은이 연내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
  
  하지만 성급한 금리인하는 자칫 원화가치 하락을 더욱 유발해 달러난을 심화시킬 수 있어 우려된다. 물가인상을 다시 부추길 수도 있다.
  
  "지금은 경기 진작 필요한 시점"
  
  금리인하론자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소비를 살려 경기를 진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실물경기 하강 조짐은 이미 확연하다.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142억 달러로 11년 만에 연간수지 적자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민간소비는 지난 2분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금융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역시 한은의 금리인하를 주문하는 근거다. 서구와 달리 물가와의 싸움에 초점을 집중해 온 호주 중앙은행(RBA)이 지난 7일 한꺼번에 1%포인트의 기준금리를 내려 6%로 맞춘 데다 홍콩과 이스라엘도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에 동참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주요국 중앙은행 흐름에 따라 시중에 원화유동성을 공급해 원화경색을 미리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또 한동안 지속된 물가상승이 최근 들어 약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과 가계 부담을 높이고 있는 대출금리 인상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의견 또한 많다.
  
  이런 점 때문에 모건스탠리는 8일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내년 초 금리인하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은행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총 1.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전망되며 첫 금리인하 시기는 내년 1월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인하, 환율급등 부채질할 수도
  
  하지만 금리인하의 부작용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칫 시기가 맞지 않는 금리인하는 통화정책의 운신 폭을 좁히고 실물경제에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가 만일 전격 단행된다면, 가뜩이나 천정을 모르고 치솟는 원-달러 환율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인하로 시중에 원화 유동성이 늘어나는 만큼 원화가치 하락도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달러지키기에 가장 중요한 초점을 정책당국이 맞춰야 할 판에 외환시장의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금리인하 주문은 성공과 실패 여부를 넘어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다.
  
  금리인하는 자국과 금리차를 노리고 원화표시 채권 매입을 위해 들어오는 달러 유입마저 막을 수 있다. 이는 환율상승과 함께 가뜩이나 부족한 달러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 덴마크와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금리를 오히려 끌어올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리인하로 환율이 오른다면 도리어 물가인상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 수입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가계소비를 위축시키고 기업실적 악화를 촉진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최근 유가 하락 흐름도 물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수입물가 부담이 유가하락 효과를 상쇄해버리기 때문이다.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금리인하가 과연 원화약세에 시달리는 한국 시장에 얼마만큼의 효과를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논란이 되는 원화유동성 경색 조짐부터 실제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원화 유동성마저 경색조짐을 보인다는 의견이 많지만 시중 유동성 절대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지금은 신용위험이 높아지고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각 기업 주체가 원화 공급을 꺼릴 뿐이다. 신용경색을 완화하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근본적인 문제가 풀린다는 얘기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기술적으로 생각해보면 원화 유동성 절대량이 부족한 게 아니다. 단기자금시장을 봐도 여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의 경제력이 미국이나 유럽처럼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지 않은 판에 외국 중앙은행과 한은이 구태여 공조를 맞출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한국의 상황이 금융부실이 현실화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최후의 카드'를 이렇게 일찍 뽑아야 할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한국 금융시장이 글로벌하게 영향을 미칠 정도라면 통화정책의 효과가 상당히 클 것이고 다른 경제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말해 우리가 금리인하를 단행해봤자 세계 경제로 보면 '소나기 내릴 때 물 한바가지 푸는 정도'에 불과한데 금리인하 카드까지 써야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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