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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에 휩쓸린 하루…"정부 환시장 직접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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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에 휩쓸린 하루…"정부 환시장 직접 개입"

증시, 환율 출렁임 끝에 소폭 변동 마감

불안감에 휘둘린 하루였다. 새벽에 전해진 미국의 구제금융안 부결 소식과 그에 따른 세계 증시 폭락이 한국 금융시장에도 개장과 동시에 충격파를 던졌다. 다만 시장이 점차 평정심을 되찾아가면서 낙폭은 빠르게 메워졌다. 구두 개입에 이어 직접 환시장에 개입한 정부의 의지도 한 몫했다.

30일 코스피지수는 하루 동안 무려 70포인트 가까이 오르내린 끝에 전날보다 8.54포인트(0.59%) 하락한 1447.82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5.28포인트 하락한 440.77을 기록했다.

미국발 '공포'에 감염된 금융지표

구제금융안 부결 소식은 마치 '괴물과 같은' 공포를 한국 증시에 전염시켰다. 장 개장과 함께 코스피지수는 곧바로 1400선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한 때 1376선까지 밀려났다. 전날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이 1586억 원 순매도로 돌아서며 하락을 부채질했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400선을 지킨 건 프로그램 순매수와 기금이었다. 프로그램 순매수 규모가 2087억 원에 달했고 기금은 1000억 원이 넘게 주식을 쓸어담았다. 기금은 9월 들어 지난 29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 순매수세를 보였다.

널뛰기 장세는 환시장에서도 두드러졌다. 전날 최고 1200원선 초반까지 거래됐던 원-달러 환율은 개장 수 분 만에 무려 1230원선까지 찍은 끝에 1206.9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환시장이 요동치자 정부는 즉시 시장 안정을 위해 개입에 나섰다. 재정부는 장 개장도 전에 기자회견을 통해 "필요할 경우 외화자금시장에 100억 달러 이상을 풀 수 있다"고 밝혔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필요하다면 (외화자금시장뿐만 아니라) 외환 현물시장에도 외환보유액을 풀겠다"고 강경한 의지를 보였다.

실제 이날 정부는 단순 구두개입뿐 아니라 직접 개입에도 나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외환딜링룸 관계자는 "장중 실질적으로 정부 개입이 있었다. 현물시장에 직접 개입이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이날 시장 변동이 그만큼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다소 지나친 측면도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 공포감에 짓눌린 시장참여자들이 과도하게 반응했다는 얘기다. 오후 시장이 변동폭을 차츰 줄여나간 것은 과도한 투매 심리가 점차 진정됐음을 의미한다.

외환딜링룸 관계자는 "불안심리가 생각보다 컸다. 외환시장에 아무리 자금이 부족하다고 해도 장초반 그 정도로 오른 것은 단순히 수급에 따라 움직인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나대투증권 공동락 연구위원은 "경기순환 사이클 상 하락국면이 맞지만 아직 '침체'라는 단어를 함부로 쓸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표상으로는 분명 IMF 사태 당시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실물 경제로까지 파급효과가 이어질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날 증시의 하루 변동폭은 70포인트에 가까웠다. 오전 한 때 코스피지수는 1400선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뉴시스

"공포 과도하지만 실물경제 침투는 차단해야"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과도한 불안감에 휘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특히 경제 운용을 책임지는 정부가 마치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는 듯 행동하는 것은 삼가야한다는 얘기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지금 시장이 요동치는 근본원인은 결국 대외변수에 따른 것이다.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섣불리 시장 안정을 위해 개입하는 것에 반대한다. 언제가 될지 모를 '진짜 위기'를 대비해 적정 수준의 외환보유고를 안고 가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에서 어떤 식으로든 구제금융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불안정 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으리란 전망이다.

HI투자증권 김승한 연구원은 "지금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주요인은 외부요인"이라며 "수정안의 의회 통과가 확정돼야 '부결 쇼크'에 따른 충격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다만 구제금융안 통과가 곧 금융지표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다음달로 다가온 3분기 상장기업 실적발표 등 돌발변수가 산재한 데다 국내 경제상황도 낙관할 만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의 금융 불안정세는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공포 심리가 실물 경제로까지 번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불안감이 금융지표는 물론 실물 경제 운용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면 자칫 '심리에 의해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불안감이 두드러지는 기업 단기자금 조달 시장에 화색이 돌도록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단기자금 조달 경색이 심화될 경우 도미노처럼 실물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조달 시장은 경제주체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로 급격히 냉각되는 양상이다. 결국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진짜 필요한 부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소리다.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연구위원은 "금융시장 불안이 은행채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덩달아 CP 등 기업 자금조달 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이 상황을 방치한다면 자칫 심각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며 "회사채펀드를 정책적으로 만들어 단기자금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만일의 사태가 일어날 경우 자금난을 겪는 건설업체부터 무너지고 뒤이어 중소기업과 가계가 줄도산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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